[기자의 시각] AI 성과에 숟가락 얹는 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달 14일 보도 자료를 하나 내놓았다. 우리나라가 ‘작년 출시된 주목할 만한 AI(인공지능) 모델’ 3위와 ‘인구 10만명당 AI 특허 수’ 1위 등 주요 지표 상위권에 올랐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미국 스탠퍼드대 ‘사람 중심 AI 연구소(HAI)’의 보고서에 발표된 순위들이었다. 우리나라가 AI 주요 지표 상위권에 올랐다는 사실에 IT 담당 기자로서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런데 보도자료 마지막 부분을 본 순간 가슴이 답답해졌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코멘트 때문이었다.
배 부총리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AI 고속도로 구축 및 독자 AI 모델 확보 등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같은 날 하정우 당시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 역시 페이스북에 “정부 출범 이후 민간과 정부, 국회 등 많은 분의 노력 덕분에 8개월 만에 만들어낸 의미 있는 성과”라며 현 정부의 공로를 치켜세웠다.
통상 AI 모델은 1~2년 개발 주기를 거친다. 그 이전부터 기초 연구 역시 선행된다. 고작 몇 개월 만에 쓸 만한 AI 모델을 개발하는 것은 현재 상황에서 불가능하다. 우리나라가 AI 지표 상위권을 기록한 것은 주 52시간제라는 한계에도 많은 관계자가 고생하며 쌓아온 생태계 덕분이다. LG AI연구원장 출신 배 부총리와 네이버 출신 하 전 수석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둘 다 정부 덕분이란다.
직접 미 스탠퍼드대 HAI에 “정말 이재명 정부 덕분이냐”고 이메일로 물어봤다. HAI의 샤 사자디에(Sajadieh) AI 지수 담당은 “보고서에서 성과는 특정 정책 기간이나 정부의 공으로 돌리지 않는다”며 “한국의 AI 강세는 최소 수년간 생태계 전반에 걸쳐 축적된 활동이 반영된 결과”라고 답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이뤄낸 성과라는 주장과 거리가 멀다.
사자디에는 이어 AI 발전은 정부 지원으로 환경 조성은 가능하지만, 주도하는 건 산업계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는 “작년 주요 AI 모델의 80% 이상을 산업계가 만들었고 한국 역시 민간에 인재와 모델이 집중돼 있다”며 “정부는 인재 양성, 규제 등을 통해 민간 연구·개발(R&D)이 작동하는 환경을 조성할 수는 있지만, 우리는 특정 정책이 AI 모델이나 특허 성과에 미친 영향을 분리해 분석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정부가 자화자찬한다고 해서 AI 성과가 정부의 공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총선 출마를 위해 불과 10개월 일하고 떠난 하 전 수석이 AI 발전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도 의문이다. 배 부총리가 AI 발전에 두드러진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평가도 전문가 그룹에서 들리지 않는다. 성과가 있다면 현장에서 땀 흘린 민간의 개발자들에게 공을 돌리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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