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민들 데이터센터 실익 따질때…한국은 괴담믿고 반대만
요금·사용량 기준 놓고 협상
유럽선 전력망 연계 조건 강화
국내는 전자파 괴담에 갈등 증폭
제도 공백 속 주민 불신만 키워

그러나 갈등 양상은 한국과 다소 다르다. 미국 주민들은 전기요금 인상과 냉각수 등 수자원 소비 같은 실질적 비용 부담에 반발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과학적 근거가 약한 ‘전자파 괴담’이 갈등의 중심에 놓여 있다.
미국은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를 시행하고 있어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 해당 지역의 전력 공급 안정성이 떨어지고 전기요금이 뛰는 구조다. LA타임스는 “캘리포니아에 데이터센터가 300여 개 있는데, 해당 주민들은 더 많은 전기요금을 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에선 데이터센터 분쟁이 전력·수자원 등 정량적 이슈를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협상 역시 수치 기준을 놓고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역사회 이익 협약(Community Benefit Agreement·CBA)을 도입해 조건부 허용에 나서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도 데이터센터 갈등 완화를 위해 CBA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올해 초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시는 지난해 데이터센터 사업자와 CBA를 체결해 일일 물 사용량 2만갤런 상한, 청정에너지 사용 의무, 2000만달러 규모의 지역사회 기금 출연 등을 조건으로 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아일랜드는 전력망 부담을 이유로 더블린 일대 데이터센터 신규 연결을 사실상 제한해왔으나 지난해 말 규제 개편을 통해 조건부 허용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신규 데이터센터는 자체 또는 인근 발전 설비를 확보해 전력 수요를 충당해야 하며, 연간 전력 사용량의 80%를 신규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요건을 운영 시작 후 6년 이내에 충족해야 한다.
반면 국내에선 ‘전자파에 노출되면 발암 위험이 높다’ 식의 검증되지 않은 괴담과 공포가 갈등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우려에 과학적 근거가 약하다고 본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데이터센터는 오염 물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소음과 먼지, 진동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예전에 동네 곳곳에 있던 전화국과 비슷한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자파는 무선 통신에서 나오는 것이고, 데이터센터는 유선 기반이라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지난해 국내 데이터센터 6곳의 전자파 강도를 측정한 결과 모두 인체 보호 기준의 1% 내외인 낮은 전자파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괴담 확산의 배경에는 제도적 공백도 있다. 데이터센터는 건축법 시행령 등에 따라 ‘방송통신시설’로 분류돼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아니다. 사전 고지 체계도 여전히 개선 중이다. 독산동 1호 데이터센터가 허가될 당시에는 주민 사전 고지를 의무화하는 조례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게 금천구청의 입장이다. 금천구청 관계자는 “당시 규정에 고지 대상이 아니어서 절차대로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분쟁이 확산한 뒤에야 금천구의회가 사전 고지 조례를 제정하고 고지 범위를 확대했지만, 이미 주민들의 불신은 굳어진 뒤였다. 결국 구청과 시행사는 ‘적법하다’는 주장만 반복하고, 주민은 ‘전면 철회’만 요구하는 평행선이 이어지게 됐다.
유 교수는 “인공지능(AI) 강국이 되는 데 있어서 데이터센터는 필수 시설이지만 사업자들이 주민들의 마음을 얻는 작업 없이 진행한 것이 문제”라면서 “미세먼지 측정 전광판처럼 데이터센터 인근에 실시간 전자파 모니터링 장비를 설치하고 기준 초과 시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혈세 3조 쏟아붓고는 2달러에 팔았다…18년만에 백기든 공기업 - 매일경제
- “은퇴했는데, 억장이 무너진다”…유튜브서 ‘이것’ 하다 퇴직금 1.8억 날려 - 매일경제
- “한국 환율은 양반이었네”…고유가에 통화가치 박살난 세 나라 - 매일경제
- “한국에도 이런 車가 있다니”…두근두근 ‘쏘렌토 킬러’, 4천만원대 아빠차 [최기성의 허브
- “아무리 묶어봐야 매물 없으면 뛸 수밖에”…서울보다 더 오른 경기 규제지역 - 매일경제
- 트럼프 45분간 軍작전 보고받았다…“호르무즈 장악·우라늄 탈취도 선택지” - 매일경제
- "年 1조원 美방산 열린다"… K배터리에 기회 - 매일경제
- “명절도 아닌데, 서울∼부산 9시간”…인파 몰리자 안전 경고 문자까지 - 매일경제
- ‘무시무시한 최후의 일격’ 45분간 트럼프에 보고…극초음속미사일 ‘다크 이글’ 배치 - 매일
- 손흥민이 해냈다! 2AS로 톨루카전 승리 견인 [MK현장]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