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배우 아니면 못 본다…'완벽 캐스팅'으로 시청률 끌어올린 韓 드라마 ('모자무싸')

[TV리포트=허장원 기자] 배우 구교환과 고윤정의 만남으로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JTBC 토일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가 안방극장에 잔잔하지만 강렬한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모자무싸'의 시청률은 1회 2.2%로 출발해 2회 2.2%, 3회 2.1%를 기록하며 고정 시청층을 확보했다. 특히 가장 최근 방영된 4회에서는 2.4%로 반등에 성공하며, 인물들의 서사가 본격화됨에 따라 시청자들의 유입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입증했다. 박해영 작가 특유의 깊이 있는 통찰과 차영훈 감독의 섬세한 연출, 그리고 캐릭터를 제 옷처럼 입은 배우들의 열연이 시너지를 내며 '무가치함'이라는 보편적 감정을 '위로'의 언어로 치환해내고 있다.

▲ "나는 괴물이 아니다"…혐오의 사슬을 끊어낸 포효
지난 25일 방송된 3회에서는 스스로를 '파괴적인 인간'이라 정의하며 소외를 자처했던 황동만(구교환)의 내밀한 고백이 그려졌다. 타인의 비극을 보며 흥미를 느끼는 자신의 '감정 워치' 때문에 스스로를 괴물이라 확신했던 황동만. 하지만 변은아(고윤정)는 그런 그를 두고 "천 개의 문이 열려 있는 사람"이라며 그 속에 숨겨진 야생적 인간미를 발견해냈다. 칭찬이 낯선 황동만의 눈동자가 렉 걸린 듯 끔뻑이는 순간, 그의 감정 워치가 초록불로 점멸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묘한 전율을 안겼다.

반면, 영화감독 박경세(오정세)는 신작의 참혹한 실패와 동료들의 외면 속에서 나락을 경험했다. 그는 지리산을 오르며 자신을 향한 악평들을 하나하나 씹어 삼키며 버텼지만, 그 독설의 상당수가 황동만의 손끝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처참히 무너졌다. 박경세는 황동만에게 "너는 그냥 아무것도 아니다(Nothing)"라고 일갈하며 황동만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자신이 괴물인지, 혹은 무가치한 존재인지 사이에서 방황하던 황동만은 3회 엔딩에서 중대한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 변은아를 향해 달려드는 차를 본 순간, 머리보다 먼저 움직인 그의 몸은 '파괴'가 아닌 '걱정'과 '놀람'에 반응했다. "나는 괴물이 아니다!"라고 포효하는 황동만의 외침은 스스로를 묶어두었던 자기혐오의 사슬을 끊어내는 결정적 순간이었다. 이에 변은아는 오백 원 뭉치를 치켜들며 "오백 원 뿌려줄게요!"라는 독특한 응원을 건네, 두 사람이 서로의 가치를 구원해줄 파트너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 "이응 미음"의 실체와 경찰서에서 찾은 '영화감독'의 직함
이어지는 4회에서는 황동만과 변은아의 정서적 연대가 더욱 깊어졌다. 변은아는 코피를 쏟게 만드는 근원적인 공포와 무력감을 고백했고, 황동만은 존재의 무가치함을 속삭이는 내면의 괴물과 싸우기 위해 끊임없이 말을 쏟아낸다고 털어놨다. 박경세의 장황한 독설 세례에 황동만의 내면엔 눈보라가 쳤지만, 그는 변은아와의 대화를 통해 다시 일어설 '파워'를 얻었다. 특히 가위에 눌려도 상대를 하지 않으니 가위가 당황해서 가버렸다는 황동만식 위로는 변은아의 코피를 마법처럼 멈추게 했다.
각성한 변은아는 자신을 모욕하던 직장 상사 최동현(최원영)과 선배 최효진(박예니)에게 정면으로 맞서며 당당히 조퇴를 선언했다. 황동만 역시 자신을 불행한 인간으로 취급하는 세상의 편견에 맞서 "나는 당신들 생각만큼 불행하지 않다"고 외쳤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형 황진만(박해준)의 개입으로 소동이 벌어졌고, 결국 이들은 모두 경찰서로 향하게 됐다.

4회의 백미는 경찰서 엔딩이었다. 직업을 묻는 경찰 앞에서 '무직 트라우마'로 인해 대답하지 못하고 흔들리던 황동만 앞에 변은아가 나타났다. 변은아는 그를 대신해 당당하게 "영화감독"이라는 직함을 내뱉었다. 세상이 '잉여'라고 낙인찍은 황동만에게 가장 빛나는 이름을 선물한 순간이었다.
이후 국민배우 오정희(배종옥)를 향한 과거 아동 방치 폭로글이 터지며, 변은아가 그토록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던 '엄마(이응 미음)'의 실체가 오정희일지도 모른다는 암시가 깔리며 향후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극도로 끌어올렸다.

▲ "레디, 액션"…왜 황동만은 구교환이어야만 하는가
'모자무싸'를 본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황동만은 구교환이 아니면 안 된다"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황동만이라는 캐릭터는 자칫하면 무례하고 과민하며 배려 없는 인물로 비칠 위험이 크다. 하지만 구교환은 특유의 리드미컬한 발성과 독특한 호흡으로 이 캐릭터에 생동감 넘치는 '인간미'와 '애잔함'을 부여했다. 그가 뱉는 박해영 작가의 대사들은 허세 같으면서도 절박한 내면의 허기를 완벽하게 대변한다.
이러한 평가는 지난해 11월 열린 제46회 청룡영화상에서의 일화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단편 영화상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구교환은 돌연 "저는 오늘도 단편 영화를 찍고 있다. 어쩌면 이 장면이 내 단편 영화에 나올 수도 있다"며 즉석 연기를 펼쳤다. 그는 혼자만의 가상 카메라를 향해 "레디 액션. 소정아 사랑해. 컷"이라고 외친 뒤, "세상 모든 단편 영화의 짧은 시간을 오랜 시간 동안 가슴에 간직하겠다"는 낭만적인 소감을 남겼다.

실제로 독립영화계의 아이돌로 불리며 직접 연출과 연기를 병행해온 구교환의 실제 삶은 20년째 감독 데뷔를 꿈꾸는 극 중 황동만의 서사와 기묘하게 겹쳐진다. 영화와 삶의 경계를 허무는 구교환의 진정성이 황동만이라는 인물에 투영되면서, 시청자들은 그가 겪는 '무가치함과의 싸움'을 남의 일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구교환은 '꿈의 제인', '반도', '모가디슈', '탈주' 등 스크린에서의 활약은 물론 'D.P.', '괴이', '기생수: 더 그레이' 등 매체와 장르를 가리지 않는 도전을 이어왔다. 이번 '모자무싸'에서도 "구교환이 곧 장르"임을 다시 한번 입증하며, 현대인의 불안과 결핍을 가장 입체적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처참한 현실 속에서도 서로를 '영화감독'으로, '천 개의 문을 가진 사람'으로 알아봐 주는 이들의 구원 서사가 구교환의 연기를 통해 어떻게 완성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JTBC 토일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는 매주 토요일 밤 10시 40분, 일요일 밤 10시 30분에 방송된다.
허장원 기자 / 사진= JTBC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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