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나흘째’ 삼성바이오 피해 현실화…“1500억 손실·필수의약품 생산 차질”

최은지 2026. 5. 1.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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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 파업에 원부자재 공급 중단…1500억 손실
항암제·HIV 치료제 등 환자 생명 직결 배치 멈춰
4일 노사, 중재 대화…글로벌 수주 경쟁력 치명타
노동조합 전면 파업 첫째 날인 1일 오전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에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사상 초유의 전면 파업에 돌입한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피해 규모가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부분 파업을 시작한 데 이어 1일 전면 파업까지 사실상 파업 나흘째에 들어가면서 이미 1500억원 규모의 생산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특히 항암제 등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의약품 생산 라인 일부가 멈춰 서는 등 막대한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삼성바이오 “항암제·HIV 치료제 생산 중단…1500억 피해 현실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일 입장문을 통해 파업으로 인한 구체적인 피해 현황을 공개하며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사측에 따르면 당초 예고된 시점보다 빠른 지난달 28일부터 자재 소분 부서에서 선제적 파업이 발생하면서 의약품 생산에 필수적인 원부자재가 적기에 공급되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됐다.

이로 인해 모든 제품의 정상적인 생산이 어려워졌으며, 가용 인력을 활용한 비상 대응에도 불구하고 일부 배치의 생산이 불가피하게 중단됐다.

특히 중단된 제품 중에는 항암제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등 환자의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필수의약품이 포함되어 사안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사측은 이번 사태로 발생한 유형·무형의 손실 규모를 약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사측은 “고객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강구하고 있으며, 향후 추가 피해 예방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임금 14% vs 지급 여력 부족… 평행선 달리는 노사 입장

사태의 핵심인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둘러싼 노사 양측의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노조는 그동안 13차례의 교섭과 두 차례의 대표이사 미팅을 진행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핵심은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 산정 기준이다. 노조는 평균 14%의 임금 인상과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1인당 3000만원의 격려금 지급과 주요 경영 및 인사권 행사 시 노조의 사전 동의를 받을 것을 요구안에 담았다.

반면 사측은 총 6.2%의 임금 인상과 영업이익의 10% 또는 경제적 부가가치(EVA)의 20% 규모 성과급을 제시하며 맞서고 있다. 특히 사측은 인사 및 경영권에 대한 노조의 사전 동의 요구는 명백한 경영권 침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노조 측의 임금 상향 및 타결금 등의 요구안은 현재 회사의 지급 여력 및 향후 성장을 위한 재원 확보를 고려했을 때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워 교섭에 난항을 겪어왔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기업의 인사권 및 경영권과 직결된 요구사항은 회사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였기에 회사(안)과 조합 요구(안)의 격차를 지난 한 달간 좁힐 수 없었고 협상 접점을 찾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노조 “손실 우려한다면 실질 협상에 임하라”

노조 측은 14% 임금 인상, 3000만원의 성과급 지급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이번 파업이 경영진의 ‘실력 부족’에서 기인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한 달 이상의 시간 동안 충분한 경고가 있었음에도 회사는 협상에도 제대로 나서지 않았고, 파업 대응에도 실패했다”며 회사가 책임 있는 제안 대신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압박과 연차 시기 변경권 통보, 파업 참석 여부 확인 등의 강압적 수단으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한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과도한 원가 절감, 현장 전문성을 무시한 의사결정이 수년간 회사의 경쟁력을 갉아먹어 왔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회사가 진정으로 손실을 우려한다면 직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즉시 실질 협상에 임하라”고 촉구했다.

전날(4월 30일)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타운홀 미팅을 열고 ▷인위적인 인력 재배치 및 40세 이상 희망퇴직 배제 ▷인사 평가의 투명성 강화(상위 고과 제3자 검증) ▷부족 인력 즉각 충원 등 파격적인 양보안을 제시한 바 있다.

오는 4일 노동부 중재 대화…‘글로벌 신뢰’ 회복 관건

오는 4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중재로 예정된 대화가 사태 해결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달 30일 열린 노동청 중재 대화는 결렬됐다. 당시 노조는 “이 자리에서 사측은 사전에 안건을 가지고 대화하는 자리가 아님을 전달했기에 막판 협상 이런 성격은 처음부터 아니었다”고 밝혔다.

사측은 오는 4일 대화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글로벌 CDMO 시장에서 ‘납기 준수’와 ‘안정적 공급’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핵심 가치다. 이번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쌓아온 글로벌 신뢰 관계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쟁의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정당한 기본권이지만, 국가 전략 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단체 행동에는 그에 걸맞은 엄중한 사회적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측은 “회사는 책임감을 가지고 사태 해결에 임하겠다”며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에 대해 회사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회사는 추가적인 피해 예방과 기업환경 정상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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