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그림자 선단 및 금융 제재로 이란 돈줄 틀어막기 총력전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2026. 5. 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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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선트 재무 “이란 불법 자금이 세계 경제 위협”… 중국에도 ‘제3자 제재’ 경고
미 해군 구축함 USS 라파엘 페랄타(아래)가 4월 26일(이하 현지 시간) 이란 항구로 가는 유조선 M/T 스트림호를 봉쇄하고 있다. 미국 중부사령부 X(옛 트위터) 계정
모하마드 호세인 샴카니는 이란의 대표적인 석유 밀수조직 우두머리다. 그는 이른바 '샴카니 네트워크'를 만들어 이란과 러시아의 원유를 중국 등에 밀수출해왔다. 불법 유조선 100여 척으로 구성된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을 통해서다. 샴카니 네트워크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를 비롯해 인도, 파나마, 라이베리아, 싱가포르, 튀르키예, 홍콩, 키프로스, 마셜제도 등에 유령 회사를 설립해 이란과 러시아산 원유를 판매해 수백억 달러를 불법적으로 벌었다. 이 자금은 대부분 혁명수비대를 비롯한 이란의 신정체제 정권으로 흘러들어갔다.

모하마드 호세인 샴카니의 부친은 알리 샴카니로, 사망한 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정치고문이자 최고 권력기관 중 하나인 최고국가안보회의 의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혁명수비대 해군 소장 출신으로 혁명수비대 해군과 정규군인 해군 사령관을 겸임하고 국방부 장관까지 지냈으나 2월 28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발발한 날 하메네이와 함께 공습으로 숨졌다.

美 OFAC '경제적 분노 작전' 나서

알리 샴카니는 혁명수비대 근무 시절부터 두바이 등 각국에 해운 회사를 설립하는 등 이란의 석유 밀수를 주도했다. 장남인 모하마드 호세인 샴카니도 2011년부터 아버지를 도우면서 석유 밀수에 관여했다. 게다가 아버지의 뒷배로 러시아의 그림자 선단 운영 조직에서 일하면서 석유 밀수를 비롯해 유령회사 설립 등 서방의 각종 제재를 회피하는 노하우를 배웠다. 이후 그는 두바이에 밀라부스라는 석유 수출 회사를 설립했고, 이 회사는 2년 만에 석유 시장의 주요 업체로 성장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모하마드 호세인 샴카니의 활동 영역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전에는 주로 이란 석유 밀수만 하던 그는 미사일과 드론 등 이란 무기를 러시아에 공급하는 핵심 인물이 됐다. 이때부터 '샴카니 네트워크'를 만들어 그림자 선단과 각국의 유령 회사를 운영해왔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직후 테헤란에서 태어난 그는 레바논 베이루트에 있는 레바논아메리칸대에서 학위를 받았으며, '휴고 하이에크'라는 이름으로 도미니카 투자 이민 프로그램을 통해 도미니카 시민권을 취득했다. 샴카니 네트워크에서 '헥터'라는 가명으로 불리는 그는 이란 석유 비밀 거래의 핵심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운영하는 그림자 선단은 하루 50만~80만 배럴의 원유를 운반하며 혁명수비대의 생명줄 구실을 한다. 

미국 정부는 이란의 돈줄을 끊기 위해 그가 운영하는 그림자 선단 차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4월 24일 '경제적 분노 작전(Operation Economic Fury)'의 일환으로 샴카니 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개인, 기업, 관련 회사 40개와 선박 등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OFAC는 "모하마드 호세인 샴카니가 불법적인 그림자 선단을 통해 이란-러시아 석유 밀수 제국을 이끌고 있다"면서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감행한 이후 단행한 단일 제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로 미군은 샴카니 네트워크가 운영하는 그림자 선단 소속 유조선을 합법적으로 나포할 수 있게 됐다.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은 "해상 봉쇄는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태평양 등에서도 이란 국적 선박이나 이란에 물적 지원을 제공하려는 모든 선박을 적극적으로 추적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군이 이란 그림자 선단의 유조선을 추적하는 이유는 중국 등이 이란산 원유를 계속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석유 시장에선 현재 이란산 원유 1억4000만~1억5500만 배럴 규모가 미국의 해상봉쇄 구역 밖에서 이동 중인 것으로 추정한다. 원유 전문가들은 이 정도 물량이면 앞으로 최대 두 달 정도 수입국에 이란산 원유가 공급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최근 모하마드 호세인 샴카니가 구축한 ‘샴카니 네트워크’ 관련 개인, 기업 등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미 재무부 홈페이지 캡처

석유 대금 받고, 무기 사는 '그림자 금융'

미국 정부는 이란의 또 다른 돈줄인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에 대한 제재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제재로 퇴출된 이란 은행들은 '라흐바르'라는 민간 회사들을 내세워 그림자 금융 네트워크를 운영해왔다. 민간 회사들은 외국 은행에 개설된 수천 개의 페이퍼 컴퍼니 계좌를 이용해 제재 대상인 이란 은행이 불법적으로 국제 금융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불법 석유 판매 대금을 수령하고, 미사일 등 무기 체계에 필요한 중요 부품을 구매하며, 대리 세력에게 자금까지 이체해왔다. 라흐바르를 운영해온 이란 은행에는 최고 지도자실이 통제하는 시나 은행, 이란 군과 연계된 세파 은행 등이 있다. 특히 이란 최대 국영은행인 멜리 은행이 운영하는 라흐바르는 그동안 국영석유공사, 혁명수비대 등의 불법 자금 수백 억 달러를 취급해왔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4월 28일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그림자 금융은 이란 정권의 중요한 재정적 생명줄"이라면서 "그림자 금융을 통해 흘러 들어가는 불법 자금은 이란 정권이 벌이는 지속적인 테러 작전을 지원하고 미국과 역내 동맹, 세계 경제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OFAC는 그림자 금융 네트워크에 관여한 이란의 개인과 기업 등 35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또 이란과 연계된 것으로 보이는 3억4400만 달러(약 5075억7200만 원) 상당의 가상화폐도 동결했다.

미국 정부는 이와 함께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기 위해 이란 정권에 통행료를 지불하는 미국인은 물론 비(非)미국인도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OFAC는 4월 28일 "호르무즈해협을 안전하게 통과하기 위해 이란 정부나 혁명수비대에 직·간접적으로 돈을 지불하는 것은 미국 금융기관을 포함한 미국인 또는 미국이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외국 법인에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OFAC는 또 "외국 금융기관과 비미국인은 (호르무즈해협 통행료를 지불할 경우) 제재 대상으로 지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 중앙은행은 최근 호르무즈해협 통과 선박들로부터 통행료를 징수하고자 자국 통화인 리알화를 비롯해 중국 위안화, 미국 달러화, 유럽 유로화 등 4개국 통화로 된 전용 계좌를 개설했다. 통행료는 초대형 유조선(VLCC) 척당 200만 달러(약 29억5100만 원) 또는 원유 배럴당 1달러(약 1475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전쟁 이전 호르무즈해협의 하루 평균 통과 선박이 140척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통행료 수입이 하루에도 수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4월 28일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그림자 금융은 이란 정권의 중요한 재정적 생명줄”이라고 지적했다. 뉴시스

대(對)이란 포괄적 경제 봉쇄

주목할 점은 미국 정부가 이란 원유를 그림자 선단을 통해 불법적으로 거래한 중국 기업들에 대해서도 제재 조치를 내렸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된 중국 기업들은 헝리그룹, 산둥 쇼우광루칭석유화학, 산둥 셩싱화학, 허베이 신하이화학그룹, 산둥 진청석유화학그룹 등 5곳이다. 

헝리그룹은 중국 동북지역 항구도시 다롄에 있는 정유시설을 통해 하루 40만 배럴의 원유를 정제할 수 있다. 중국 민간 정유사들 중에서 최대 규모인 이 회사는 2023년부터 그림자 선단을 통해 500만 배럴 이상의 이란산 원유를 수입해 왔다. 다른 4개사는 이른바 '티팟(teapot·차주전자)'이라고 불리는 소규모 민간 정유소들이다. 산둥성에는 이들 외에도 그림자 선단을 통해 이란산 원유를 계속 수입·정제하는 티팟 정유소들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이란이 불법 수출하는 원유의 90%를 구입하는데, 이 중 대부분이티팟 정유소를 통해 수입된다. OFAC가 헝리그룹 등5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것은 다른 티팟 정유소도 제재할 수 있다는 경고다. 

미국 정부는 이란 정권과 자금을 불법적으로 거래한 정황이 포착된 중국 은행 2곳에 대해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베선트 장관은 "중국 은행들의 계좌로이란 자금이 흘러 들어갔다는 증거가 확보될 경우 세컨더리 보이콧을 단행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이나 은행, 개인에 가해지는 자산 동결 또는 금융 시스템 이용 금지 등의 조치를 의미한다. 미국 정부는 중국 정부에 이란과의 원유 거래를 아예 중단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해상 봉쇄에 이어 항공 봉쇄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들이 제재 대상인 이란 항공기에 제트 연료, 기내식, 정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포함해 어떤 서비스도 제공하지 말 것을 요청하면서 이를 어길 경우 세컨더리 보이콧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전쟁 개시 이후 56일 만인 4월 25일 일부 민간항공의 운항 재개를 결정했다. 미국 정부는 혁명수비대와 연계된 마한 항공과 카스피안 항공, 메라지 항공, 포우야 항공 등 이란 항공사들을 제재하고 있다.

서방 전문가들은 미국의 잇따른 조치가이란 정권의 자금줄을 완전히 틀어막는 '포괄적 경제 봉쇄'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미국의 이란에 대한 경제적 압박은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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