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63년 만에 이름 되찾은 노동절… 인천 거리 채운 5천 노동자

송윤지 2026. 5. 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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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배달원·청년이 함께 걸었다… 희망 품고 거리로 나선 인천 노동자들

2026 세계노동절 인천대회 5천명 운집
인천 노동절 달군 ‘연대와 희망’의 피켓

노동절인 1일 오후 2시께 인천 남동구 예술회관역 일대에서 열린 ‘2026 세계노동절 인천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5.1 /송윤지기자 ssong@kyeongin.com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위해!”
1일 오후 인천 남동구 예술회관역 인근 거리가 수십개의 깃발과 구호로 가득 찼다. 올해는 63년 만에 ‘노동절’이라는 이름을 되찾은 해다. 노동절은 1923년부터 노동자 처우 개선 등을 위해 기념행사가 진행됐으나, 우리나라는 1963년 근로기준법이 만들어지면서 노동절 대신 ‘근로자의 날’이라는 표현을 썼다.

특히 올해는 노동절이 법정 공휴일로 지정된 해이기도 하다. 올해 민주노총 인천본부와 인천지역연대가 주최한 ‘세계노동절 인천대회’에 주최측 추산 5천여명이 모였다.

이날 행사엔 전년도까지만 해도 참여가 어려웠던 교사와 공무원은 물론, 학교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처음으로 휴일을 맞아 참여했다.

인천에서 12년째 초등돌봄전담사로 일하는 이모씨는 “그간 학교마다 노동절이 재량휴일로 지정돼 쉬게 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맞벌이 가정 등 아이들을 위해 돌봄 교실은 계속 운영돼왔다”며 “올해 법정공휴일 지정에도 5인미만 사업장 등 일부 사업장은 쉬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 돌봄 공백이 우려되기도 한다. 올해를 기점으로 더 많은 노동자를 위한 변화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20년차 배달노동자 김경민(54)씨는 “올해 노동절이 법정 공휴일로 지정됐지만, 특수고용노동자로서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배달 기사들은 이번 변화가 사실상 크게 체감되지 않는다”며 “배달 노동자들도 근로기준법 내에서 노동자로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 원청 교섭·홈플러스 정상화… 희망 품고 나선 인천 노동자들

홈플러스 작전점에서 일하는 김영옥(60)씨는 “장기화되는 홈플러스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동료들과 함께 힘내자는 의미로 나왔다”며 “하루빨리 회사가 정상화돼 동료들과 예전처럼 웃으면서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른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시행으로 인천 지역 곳곳 노동조합이 원청과의 교섭에 나선 가운데, 인천지역 공공기관 노동자들도 이날 거리에 나와 원청 교섭 실현과 처우 개선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박현주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 인천기지지회장은 “‘노동절’이라는 이름에 담긴 취지가 올해 다시 돌아온 것 같아 기쁜 마음으로 집회에 나왔다”며 “공공부문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해 기획재정부 등과의 교섭을 추진하는 중요한 해인 만큼 동료들과 함께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1일 오후 2시께 인천 남동구 예술회관역 일대에서 열린 ‘2026 세계노동절 인천대회’에서 청년 노동자들이 직접 만든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6.5.1 /송윤지기자 ssong@kyeongin.com


■ 거리에 함께 나선 청년들 “안정적인 노동환경 만들어지길”

거리 곳곳에는 직접 만든 피켓과 깃발을 든 청년들도 눈에 띄었다. ‘열정페이 말고 정당한 페이’, ‘쉬었음 청년? 안 뽑은 기업’ 등 문구가 적혀 있었다.

직접 피켓을 제작해 집회에 나온 조하늘(30) 청년정책네트워크 인천모임장은 “청년들이 취업시장에 뛰어들 때 계약직이나 유연한 고용형태를 겪는 일이 여전히 많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번 노동절 집회처럼 청년들이 앞으로도 지역사회의 다양한 노동자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많았으면 한다”고 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등이 모인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도 이날 집회에 참여했다. 박동균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인천지부장은 “소규모 기업에서 일하는 학생 조합원들도 함께 집회에 참여할 수 있게 돼 의미 있는 날”이라며 “여전히 현장실습생은 근로기준법 적용되지 않는다. 열악한 처우나 위험한 작업환경을 마주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성화고노조는 현장실습생들의 노동안전 교육과 소통을 돕는 ‘사회진출지원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

노동절인 1일 오후 2시께 인천 남동구 예술회관역 일대에서 열린 ‘2026 세계노동절 인천대회’에서 참가자들이 20m 상공 통신탑에서 고공농성 중인 택시노동자 고영기씨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6.5.1 /송윤지기자 ssong@kyeongin.com


■ 열사 추모·고공농성 연대… ‘원청 교섭 원년’ 선포

대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시청삼거리에서 길병원사거리, 구월중학교를 거쳐 인천시청 앞 애뜰광장까지 약 1.5km 구간을 행진했다. 경찰은 이날 인력 200여명을 배치해 현장을 통제했다. 참가자들은 길병원사거리를 지나며 통신탑에서 34일째 고공농성 중인 택시노동자 고영기씨를 향해 연대의 인사를 전했다.

이날 현장에는 지난달 20일 BGF로지스 CU진주물류센터 앞에서 원청 교섭을 요구하다 2.5t 화물차에 치여 숨진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을 추모하는 분향소도 마련됐다.

김광호 민주노총 인천본부장은 “매달 320시간을 넘게 일했던 화물노동자가 원청에게 원했던 것은 대화와 교섭뿐”이라며 “민주노총은 열사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올해를 원청 교섭 원년으로 선포하고 모든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 쟁취를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윤지 기자 ss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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