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AI로 노동자 희생 안 된다”는 이 대통령, 상생 방향 제대로 잡아야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열린 노동절 기념식에서 “기계와 인공지능(AI)이 인간노동의 대부분을 대체하게 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생산성 향상만을 위해 노동자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AI는 산업의 판을 뒤흔들며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며 “피할 수 없는 변화의 물결이라 해도 상생의 길을 찾아내는 길이 지속가능한 내일을 위한 길”이라고 말했다. AI에 많이 노출된 업종에서 청년 고용이 크게 줄어드는 등 노동시장 충격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표명한 것이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지난 1월 “밀려오는 거대한 수레를 피할 수는 없다”며 피지컬 AI 도입에 반대한 현대자동차 노조를 비판한 것과는 결이 다른 것으로, 정부의 AI 정책 기조가 생산성 향상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AI가 고용시장 전반에 심대한 충격을 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바람직한 인식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정부의 정책 기조는 AI의 노동 대체를 가속화하는 방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업통상부가 제조 명장의 경험·직관·판단 등을 말하는 암묵지 데이터를 학습한 AI 모델 개발사업에 예산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암묵지를 익힌 AI 로봇이 제조 현장에 투입되면 숙련 노동의 탈가치화, 직무 재편 등 현장의 구조적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이런 사업이 노동현장에 미칠 수 있는 광범위한 충격을 감안하면, 사업 추진에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노동계 요구가 무리하다고 볼 수만도 없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자리에서 “AI 시대인 지금이야말로 기본소득이 필요한 거 아니냐”고 했는데, AI의 노동 대체를 숙명으로 여기고 그에 따른 ‘사후 재분배’에 주목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하게 만든다. 이것은 ‘상생의 길’이라고 할 수 없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다론 아제모을루·사이먼 존슨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는 지난 2월 발표한 논문 ‘친노동자 AI 구축’에서 AI가 노동자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노동자 역량을 강화하는 기술이 되도록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장에만 맡겨둘 경우 노동시장 불평등이 심화되는 쪽으로 기술이 발전하지만, 정책에 따라선 그 물꼬를 돌릴 수 있다는 뜻이다. 새로운 기술이 인간 사회에 번영을 가져오는 것은 자동적 과정이 아니라 사회가 내리는 경제적·사회적·정치적 선택의 결과라는 함의가 담겨 있다. 대통령이 밝힌 ‘상생의 길’은 이런 방향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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