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보다 더 많이”…성과급 딜레마 빠진 첨단산업 [권상집의 논전(論戰)]

권상집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2026. 5. 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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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실적에 불붙은 분배 갈등…확산되는 상대적 박탈감
보상 격차 커지면 동기부여는 하락…지속 가능한 설계가 관건

(시사저널=권상집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57조2000억원이다. 국내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다. 올초 성과급으로 화제를 몰고 온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37조6103억원이었다. 언론에 알려진 대로 SK하이닉스가 모든 임직원에게 평균 7억원을 초과하는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소문은 한국 사회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삼성전자 임직원들의 불만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대적 박탈감만큼 무서운 건 없다.

ⓒGemini 생성이미지

노조의 주장이 박수 받을 수 없는 이유

최근 공개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12월 기준 삼성전자의 임직원 수는 12만8271명으로 SK하이닉스(3만4466명)보다 3.72배 많다. 반면 영업이익은 1.52배 더 창출했다. 이에 삼성전자 임직원들 역시 SK하이닉스 못지않게 1인당 수억원의 성과급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대기업의 성과급 체계는 제각각 다르기에 더 많은 영업이익을 냈다고 해서 무조건 더 높은 성과급을 지급하지는 않는다.

삼성전자 노조는 현재 두 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첫째, 현재 연봉의 50% 수준인 성과급 상한선을 폐지해 회사가 수익을 더 내면 그만큼 더 받을 수 있게 하라는 것이다. 둘째, 전체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배정하라고 강조한다. 요컨대 성과급 상한선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15%)을 규정으로 못 박아 투명하게 성과급을 지급하라는 게 노조의 요구다.

성과급을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노조의 외침은 합리적으로 들린다. 올해 1분기에 거둔 매출 133조원과 영업이익 57조원이라는 놀라운 실적 뒤에는 삼성전자 임직원의 투혼이 담겨 있다. 노조의 주장 중 성과 지급 기준이 투명해야 하고 연봉 상한선을 폐지해 파격적인 보상을 제공하라는 의견은 경청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TSMC, 엔비디아, 인텔 등 경쟁사는 막대한 보상을 자랑한다.

다만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하며 "누적 손실이 30조원 가까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대목은 갈등의 본질을 '성과급의 투명성'에서 '더 많은 보상에 대한 불만'으로 프레임을 전환시켰다. 여론이 노조의 주장에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다. 평택 반도체 공장이 가동을 멈추면 손실은 하루 1조원에 그치지 않는다. 공급망 신뢰 훼손은 물론 투자 및 설비 계획이 줄줄이 지연된다.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항상 고정하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외부 환경이 격변하고 있어 때로는 막대한 이익을 남기더라도 사업 재투자와 연구개발(R&D)에 집중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거둔 이익은 반도체 업계의 초호황 사이클 덕분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호황으로 거둔 실적에 대한 고민과 성찰 없이 매년 거둔 이익을 막대한 성과급으로 뿌린다면 이 역시 심각한 문제다.

사회심리학에서 보상과 동기부여를 연구한 에드워드 데시 로체스터대 교수는 1980년대 '자기 결정 이론'을 발표해 실체가 있는 보상은 어떤 형태든 사람의 내적 동기를 떨어뜨린다고 역설했다. 보상은 상대적으로 적게 받은 직원의 동기부여를 저하시킨다. 데시 교수는 보상을 강조할수록 사람들이 열심히 일할 이유와 가치를 찾지 못한다는 점을 수많은 연구로 입증했다.

4월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성과급에 필요한 완충 장치

성과급의 폐해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심리적으로 '과잉 정당화 효과'를 낳는다. 원래 자발적으로 흥미를 느꼈던 일에 막대한 보상이 주어지면 사람들은 내적 동기가 아닌 보상 때문에 일한다고 인식하며 동기가 약화된다. 둘째, 상대적 박탈감이다. 심리학자 허버트 마시는 사람들은 결국 같은 공간(업계) 내 다른 이와 자신을 비교하기 때문에 파격적인 보상은 박탈감만 키운다고 지적했다.

파격적인 성과급을 제공하지 말자는 주장이 아니다. 이제라도 경영진과 노조 모두 변동 폭이 극심한 첨단산업의 이익 배분에 관해 깊이 고민하고 질문해야 한다는 얘기다. 반도체와 AI 등 첨단산업 실적은 업황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탄다. 성과급 제도를 잘못 설계하면 상대적 박탈감을 부추기는 과열 양상을 낳고, 성과가 하락할 땐 임직원의 더 큰 반발과 분노만 부른다. 성과급을 로또 복권으로 전락시킬 수는 없다.

필자는 기업에서 평가·보상을 총괄하며 성과급을 설계한 경험이 있어 국내 기업의 성과급 체계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환율, 경기, 지정학적 리스크 등 예측할 수 없는 환경 변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성과급 제도를 경직되게 운영한다는 점이다. 환경 변화 폭이 극심한 만큼 성과급을 지급하더라도 완충 장치(예: 일부는 주식과 장기 성과급으로 이연, 3년 기준 평균 성과 반영)를 설계해야 한다.

단기 지표와 장기 지표를 분리해 정량적 숫자 외에 정성적 가치를 반영하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의 실적과 미래의 경쟁력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 성과급을 지급할 때 국내 기업은 영업이익, 순이익 등 재무 지표만 고려한다. 핵심 인재 유지, 기술 로드맵, 품질과 신뢰도 등 정량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는 배제된다. 그 결과 국내 기업은 고유의 역량이 아닌 업황에만 의존하며 수익과 주가가 출렁이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첨단산업의 성과급은 분명 전통 제조업과 달라야 한다. 환경 변화는 앞으로 더 극심해질 가능성이 높고 경영진의 예측 가능성은 점점 떨어질 것이다. 보상 액수만 강조하는 기업은 더 큰 보상을 내거는 기업 앞에 무력하게 무너진다. 변동 폭을 완충할 수 있는 제도와 장기 경쟁력을 보강할 수 있는 성과급 체계를 설계해야 초격차 역량도 축적할 수 있다. 현재의 성과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첨단산업의 이익 배분에 관한 정교한 설계를 고민해야 할 시간이다. 지금처럼 "경쟁사보다 더 받아야 한다"는 논쟁으로는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권상집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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