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 교수 "학벌·자격증 시대 끝나…실행력이 가장 중요"

은정진/최혁 2026. 5. 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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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스펙을 더 쌓지 못해서 취업이 어려운 게 아닙니다. 지도 없이 미로에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종훈 명지대 경영학과 명예교수(사진)는 노동절인 1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갈수록 심화하는 청년 취업난을 두고 이렇게 진단했다.

이 교수는 "인공지능(AI)이 단순 업무를 대체하더라도 전문가의 경험과 통찰은 AI가 쉽게 흉내낼 수 없다"며 "밑바닥부터 경험을 쌓아야 미래에 전문가가 되는데 청년 채용을 줄이는 것은 기업 스스로 성장 사다리를 걷어차는 자해행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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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펴낸 이종훈 명지대 명예교수
스펙보다 '문제 해결력' 더 필요
AI가 못 하는건 사람의 통찰력
기업 청년 채용 축소는 '자해행위'


“청년들이 스펙을 더 쌓지 못해서 취업이 어려운 게 아닙니다. 지도 없이 미로에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종훈 명지대 경영학과 명예교수(사진)는 노동절인 1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갈수록 심화하는 청년 취업난을 두고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과거처럼 학벌과 자격증만으로 승부가 나던 시대는 끝났다”며 “낡은 공식에 매달리지 말고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일단 실무 경험을 쌓으면서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가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취업은 달리기 아닌 ‘미로 찾기’

이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에서 노동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노동경제학자다. 귀국 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노사관계개혁위원회 책임전문위원을 지내는 등 고용과 노동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 2012년 19대 국회의원으로 정치권에도 진출했으나 4년 만에 대학으로 복귀했다.

이후 의정활동 시절 다루지 못한 심각한 청년 고용 한파에 부채감과 책임 의식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최근 출간한 책이 <일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다. 그는 “청년에게 단순한 위로보다 취업전선에서 현실을 읽는 새로운 관점과 전략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책을 썼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서 에서 오늘날 취업 경쟁을 ‘100m 달리기’가 아니라 ‘미로 찾기’에 비유했다. 남보다 빨리 뛰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는 사람이 기회를 얻는 구조로 바뀌었다는 의미다. 학점·어학 점수·대외활동을 무작정 늘리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이 교수는 “기업은 이제 비슷한 스펙을 갖춘 지원자 중 누가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어떤 직무와 맞는지를 본다”며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모르면서 남들이 가는 길만 따라가면 취업 준비 기간만 길어진다”고 덧붙였다.

그가 책에서 청년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역량은 ‘실행력’이다. 실패가 두려워 지원을 미루고 더 완벽한 준비만 하려다 기회를 놓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며 “지원했다가 떨어지는 경험, 짧게라도 실무를 해보는 경험이 결국 실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청년 채용은 비용 아닌 국가 경쟁력

그는 최근 기업의 신입 채용 축소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경기 불확실성과 비용 부담을 이유로 경력직 위주 채용이 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인재 육성 기반을 허무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인공지능(AI)이 단순 업무를 대체하더라도 전문가의 경험과 통찰은 AI가 쉽게 흉내낼 수 없다”며 “밑바닥부터 경험을 쌓아야 미래에 전문가가 되는데 청년 채용을 줄이는 것은 기업 스스로 성장 사다리를 걷어차는 자해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신입사원은 당장의 비용이 아니라 미래 경쟁력에 대한 투자”라며 “기업이 AI만 믿고 젊은 인재를 뽑지 않으면 결국 경쟁력을 잃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이 청년 채용이나 업무 경험 프로그램 운영에 참여하도록 하는 ‘청년 고용 의무제’ 도입을 제안했다. 직접 채용이 어렵다면 기업이 분담금을 내고, 그 재원으로 국가가 다시 직무 교육과 현장 훈련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그는 “청년 고용은 개인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문제”라고 했다.

정년 연장 논의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대신 60세 이상 시니어들이 은퇴 후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뉴 스타트(New Start)’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시니어 세대도 창업, 멘토링, 교육 등 새로운 역할을 통해 청년과 상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정진 기자/사진=최혁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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