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민의 딥쏘트(Deep Thought)] AI시대 교육법 올바른 '혁신의 나침반' 만들려면

2026. 5. 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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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인간 존엄성' 위한 것
사람 위한 기술활용이 핵심
AI의 답·권위자 해석에 의문
'NO' 말할 비판의식도 길러야
가능여부 아닌 '옳은가' 묻고
윤리적 문제발생 최소화 필요
'어떻게' 앞서 '왜·누굴 위해'…
방법론 이끌 새 관점 장착을

지난 칼럼에서 나는 인공지능(AI) 시대의 난제를 풀기 위한 세 가지 사고방법을 이야기했다. 사용자의 경험에 공감하며 해결책을 반복적으로 개선하는 디자인 사고, 변수들의 관계와 피드백 구조를 읽어 근본 원인을 파악하는 시스템 사고, 복잡한 문제를 분해하고 추상화해 실행 가능한 절차로 조직하는 컴퓨테이셔널 사고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 사고방법들은 스스로 방향을 정하지 못한다. 문제를 더 빠르고 정교하게 풀 수는 있지만, 어떤 문제를 누구를 위해 풀어야 하며 그 결과에 누가 책임질 것인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AI 시대의 혁신을 위해서는 이 방법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세 가지 규범적 관점이 함께 교육되어야 한다.

첫째는 인간 중심 관점이다. 기술 혁신과 난제 해결의 목적이 효율성이나 수익 극대화가 아니라 인간 존엄성의 확장임을 아는 태도다. 스탠퍼드대 학생들이 개발한 저가 신생아 보온 장치 임브레이스는 값비싼 인큐베이터가 아니라 전기와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현장의 어머니와 아이를 보았기에 가능했다. 그라민은행 역시 담보도 신용 기록도 없는 방글라데시 농촌 여성들에게 소액 대출을 제공함으로써 가난한 사람도 경제적 주체로 설 수 있다는 믿음을 현실로 만들었다.

둘째는 비판적 관점이다. AI가 내놓은 답, 거대 데이터가 보여주는 패턴, 권위 있는 기관이 제시하는 수치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지적 면역 체계다. "이 데이터는 누구의 삶을 대표하는가" "이 시스템으로 이익을 얻는 자와 손해를 보는 자는 누구인가"와 같은 질문을 하는 훈련이다. 테라노스 사태는 투자자, 직원, 규제기관이 창업자의 화려한 혁신 서사에 매몰되어 기술적 주장을 검증하지 않았기에 오래 지속될 수 있었다. 비판적 검증이 사라질 때 혁신은 진실을 가리는 포장지가 된다.

셋째는 윤리적 관점이다. '가능한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옳은가'를 물어야 한다. AI가 더 많은 예측과 최적화를 수행할수록 인간은 그 결과가 누구에게 어떤 부담을 전가하는지 숙고해야 한다. 유네스코가 AI 역량 프레임워크에서 인간 중심성, AI 윤리, 책임 있는 설계를 핵심 축으로 제시한 것도 같은 문제의식에서다.

세계의 혁신 대학들은 이미 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네르바대학은 시스템적 사고, 가정 검토, 근거 기반 추론을 도시 현장의 문제 해결과 결합한다. 싱가포르기술디자인대학(SUTD)은 올해부터 첫 3개 학기에 디자인·AI 교육을 통합해 문제 발견에서 프로토타이핑까지 전 과정에 AI를 녹여 넣는다. 한국에서도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가 사회과학, 공학, 디자인을 융합한 학제 간 대학원 교육 모델을 일찍이 제시했다. 앞으로의 AI 교육은 단순한 활용법이나 코딩 강의를 넘어, 실제 난제를 현장에서 분석하고 해결하되 인간적 영향과 윤리적 책임을 함께 검토하는 훈련으로 나아가야 한다.

결국 핵심은 세 가지 사고방법과 세 가지 사고관점의 결합이다. 디자인, 시스템, 컴퓨테이셔널 사고가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를 담당한다면, 인간 중심, 비판적, 윤리적 관점은 그 문제를 '왜, 누구를 위해' 풀 것인가를 결정한다. 이 둘이 교차할 때 AI 시대 교육이 훈련시켜야 할 아홉 가지 사고의 틀이 완성된다. 예컨대 저출산 문제를 보자. 시스템 사고로 주거, 노동, 돌봄 사이의 피드백 구조를 분석하되 인간 중심 관점으로 청년 세대 삶의 존엄성을 살펴야 하고, 컴퓨테이셔널 사고로 출산 데이터를 모델링하되 비판적 관점에서 데이터 편향을 검증해야 하며, 디자인 사고로 정책 프로토타입을 만들되 윤리적 관점에서 특정 집단에 책임이 전가되지 않는지 살펴야 한다.

AI 시대의 핵심 역량은 더 많은 지식이 아니다. 여러 사고방법과 관점을 자유롭게 교차시키며 복잡한 문제를 다각도로 해석하고 책임있게 해결하는 능력이다. 그런 역량을 가진 인재만이 정답이 사라진 AI 시대에 난제를 해결하고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제 교육은 과목을 더 추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사고 운영체제를 훈련시키는 방식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우리 교육은 이 아홉 가지 사고 틀을 갖춘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가. 한국 사회가 답해야 할 중요한 질문이다.

[이관민 싱가포르 난양공대(NTU)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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