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T의 수상한 ‘스파크 인수’ 무효화…‘고가 인수 의혹’ 면죄부 노렸나

송응철 기자 2026. 5. 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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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사업권 빼돌린 뒤 “되사라”…풋백옵션 행사 논란
거래 되돌리기 통해 책임 희석?…前 경영진 보호 의심 

(시사저널=송응철 기자)

윤경림 전 사장 등 KT 경영진이 특정 회사를 너무 비싸게 샀다는 이른바 '고가 인수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꼼수를 썼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가 된 회사는 '스파크어소시에이츠(현 오픈클라우드·이하 스파크)'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의도적으로 계약 취소 조건을 만들어 200억원대 매매 거래 자체를 무효로 되돌리려 했다는 의혹이다.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전 경영진에게 면죄부를 주려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KT클라우드는 스파크어소시에이츠(현 오픈클라우드)의 전 대주주 박성빈씨와 200억원대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KT클라우드 이사가 스파크 사업권 가져가

사건의 핵심인 스파크는 차량용 클라우드 업체다. 고(故) 박태준 포스코 초대회장의 장남이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동서인 박성빈씨가 원래 대주주였다. 박씨는 2021년 무렵 스파크 매각을 추진했다. 2021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차그룹의 동일인을 정의선 회장으로 변경 지정하면서 부당 지원 등을 이유로 공정거래법상 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당시 스파크는 매출 대부분을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에 사실상 의존해 왔다.

SK텔레콤 등 클라우드 IT 기업들이 스파크 인수를 검토했다. 그 끝에 2022년 9월 KT클라우드가 스파크 지분 100%를 206억8000만원에 사들이며 새 주인이 됐다. KT클라우드는 그해 4월 KT의 클라우드와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 부문을 현물 출자해 분사한 KT의 100% 자회사다.

그러던 2024년 8월 KT클라우드는 돌연 박씨를 상대로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스파크와 현대오토에버의 거래 계약이 중단돼 계약서상 주식매수청구권(풋백옵션)을 행사하겠다는 것이었다. 해당 계약서에는 스파크와 현대오토에버의 거래 물량이나 계약 단가가 일정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면 박씨가 주식을 되사가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법원은 지난 2월 KT클라우드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1부는 "주식매매계약은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를 KT클라우드의 귀책 또는 선택으로 한정하고 있음이 명백하다"며 박씨가 KT클라우드에 203억2773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박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가장 의심스러운 대목은 스파크의 핵심 밥줄이었던 현대오토에버의 일감을 빼앗아 간 곳이 바로 이주완 KT클라우드 이사가 지배하는 회사인 메가존클라우드라는 점이다. 메가존클라우드는 연 매출 1조원대의 아시아 최대 규모 클라우드 기업이다.

특히 이 이사는 스파크 인수 안건을 다루는 KT클라우드 이사회에 참석해 찬성표를 던진 인물이다. 그는 앞서 메가존클라우드를 통해 스파크 인수를 검토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 이사는 박씨와 접촉해 인수 가격과 조건 등을 협상했고, 실사를 통해 스파크의 핵심 사업 구조와 원가 등 내부 정보를 파악하기도 했다. 메가존클라우드가 이 과정에서 확보한 영업 기밀과 고객 요구사항 정보 등을 사업권 확보에 활용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법조계에서는 일련의 과정에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 및 업무상 배임 등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가존클라우드가 현대오토에버의 사업권을 가져가도록 해 KT클라우드 이사로서 회사 이익을 보호할 의무를 외면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메가존클라우드가 과거 스파크 실사 과정에서 취득한 내부 영업 기밀을 현대오토에버 사업권 확보에 활용했다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성립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KT클라우드가 스파크에 대한 투자금을 회수하는 한편, KT 경영진의 스파크 고가 매입 혐의 관련 수사 및 재판을 후방 지원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거래 무효화 전략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검찰은 2023년 8월 윤경림 전 사장 등 KT 경영진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이들은 스파크 인수 가격을 실제 가치보다 50억원 이상 높게 책정해 회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2024년 5월 윤경림 전 KT 사장(사진) 등 스파크 고가 인수에 관여한 KT 경영진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뉴시스

KT "소송 중…입장 밝히기 어려워"

수사 과정에서 윤 전 사장의 주도로 스파크 고가 인수가 이뤄진 정황이 포착됐다. 윤 전 사장은 백승윤 전 KT 투자전략실장에게 '에르메스딜'에 대한 박씨의 협력 가능성을 언급하며 만족할 만한 매매가격으로 스파크 인수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에르메스딜은 2022년 9월 진행된 KT와 현대차·현대모비스 간 1조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교환 프로젝트다.

검찰은 윤 전 사장이 구현모 전 KT 대표의 연임을 위한 우호지분 확보 목적으로 에르메스딜을 추진했다고 판단했다. 또 현대차그룹이 경영난을 겪던 구 전 대표의 형 회사(에어플러그)를 인수해준 데 대한 보은 성격도 있다고 봤다. 검찰은 2024년 5월 윤 전 사장과 윤동식 전 KT클라우드 대표, 백 전 실장 등 스파크 인수에 관여한 이들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윤 전 사장 등 KT 경영진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스파크 인수가 고가에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스파크 인수 계약서에 풋백옵션 조항이 포함됐다는 점을 근거로 해서다. 이런 상황에서 스파크의 풋백옵션이 행사될 경우 윤 전 사장 등의 주장에는 힘이 실리게 된다. 또 KT클라우드에 실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울 수도 있게 된다. 의도적으로 풋백옵션 행사 사유를 발생시킨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KT는 이와 관련해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KT 관계자는 "현재 박씨와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 2심을 진행 중인 만큼 회사 차원의 공식 입장을 밝히긴 어렵다"면서도 "해당 소송 1심에서 KT클라우드가 승소했다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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