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5세 여아 살해 용의자, 주민들 집단 구타에 의식 잃어… 폭동 확산
용의자에 이어 경찰·구급대원도 구타
앨버니지 총리 "국민들 단결해달라" 당부

호주에서 5세 여자아이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남성이 주민들에게 의식을 잃을 정도로 구타당한 뒤 경찰에 체포됐다. 주민들은 용의자를 체포한 경찰과 응급 구조대원들에게도 강하게 항의했고, 경찰이 이를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차량이 파손되고 화재가 발생했다.
1일(현지시간) 호주 ABC방송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밤늦게 5세 원주민 아이를 살해한 혐의로 제퍼슨 루이스(47)라는 남성을 체포해 앨리스스프링스의 한 병원으로 이송했다. 루이스는 마을 주민 수백 명에게 구타당해 의식을 잃을 정도로 다친 상태였다. 마틴 돌 호주 노던 준주 경찰청장은 "그는 어젯밤 한 마을 캠프(원주민 거주지)에 자진해서 나타났는데, 마을 사람들은 그에게 자경단식 처벌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사건은 지난달 25일 늦은 밤 앨리스스프링스 외곽에 있는 집에서 5세 어린이 쿠만자이(원주민 관습상 사망한 자를 부르는 명칭) 리틀 베이비가 실종되면서 시작됐다. 당국은 5일간 노던 준주 역사상 최대 규모 수사를 전개하며 주변 숲을 샅샅이 뒤졌지만 소녀의 시신은 30일 집에서 남쪽으로 약 4.8㎞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경찰이 용의자로 지목했던 루이스가 몇 시간 뒤 마을에 모습을 드러냈고, 마을 주민들이 몰려와 그를 구타하기 시작했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 그는 이미 의식을 잃을 정도로 다친 상태였다. 응급 구조대원들이 루이스를 치료하려 하자 200여 명의 군중은 구조대원들을 공격하기도 했다.

이후 루이스가 입원해 있는 병원 앞에는 400여 명의 군중이 몰려와 돌과 유리병 등을 던지며 강하게 화를 냈다. ABC에 따르면 원주민들은 이곳에서 '페이백(보복)'을 요구했는데, 이는 원주민 사회에서 전통적으로 행해지는 주로 신체적인 처벌을 의미한다. 주민들은 루이스를 사형에 처해야 한다며 경찰이 그를 감싸고 있다고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고무탄과 최루가스를 발사했고, 이 과정에서 차량들이 파손되고 불에 타는 등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다. 여러 명의 경찰관이 부상을 입었고, 차량에 불을 지르려 한 혐의로 한 여성이 현장에서 체포되기도 했다.
용의자는 폭행 전과가 있으며 최근 출소한 상태였다. 경찰은 루이스의 안전을 위해 약 1,500㎞ 떨어진 도시인 다윈으로 그를 이송했으며, 조만간 기소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경찰 당국은 "폭동을 일으킨 사람들은 엄중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면서 지역 사회에 침착함을 당부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국민들의 분노와 좌절감을 이해한다"면서도 "국민들은 단결해 달라"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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