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법관 공석 두 달, 조희대 대법원장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2026. 5. 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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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3월 17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대법관 공백 사태가 길어지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 3월3일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을 두 달째 제청하지 않고 있다.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가 후보 4명을 조 대법원장에게 추천한 것은 1월 21일이다. 100일이 되도록 제청 절차가 공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전에도 대법관 공석 사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제청이 이뤄진 후 국회 인사청문·임명동의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대법원장이 제청 자체를 미루는 경우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취임사에서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갖는데도 법원이 이를 지키지 못해 국민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면서 “재판 지연 문제를 해소해 분쟁이 신속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시급하다”고 밝힌 바 있다. 모든 심급에서 재판이 지연되고 있지만 가장 심각한 곳은 대법원이다. ‘2025 사법연감’을 보면, 대법관 중 재판을 맡지 않는 대법원장·법원행정처장을 뺀 대법관 12명이 1인당 평균 4579.3건의 사건을 처리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 대법원장이 제청을 미루고 있으니 누가 납득하겠는가.

제청 지연 사태의 배경을 두고는 청와대와 대법원이 선호하는 후보자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기우종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난달 22일 국회에 출석해 “제청 절차는 협의 절차인데 협의가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다”고 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청와대와의 조율이 난항을 겪는다는 이유로 제청을 무한정 미뤄선 안 된다. 헌법상 대법관 제청은 대법원장의 권한일 뿐 아니라 의무이기도 하다. 헌법 104조 2항을 보면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돼 있다. 대법원장 제청 없이는 국회 동의도, 대통령 임명도 불가능한 구조다. 조 대법원장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 탄핵심판 사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 전 총리가 국회에서 선출한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데 대해, 헌법재판관 8명 중 5명은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고 밝혔다.

노 전 대법관 후임이 공석인 상태에서 이흥구 대법관도 9월 초 퇴임을 앞두고 있다. 대법관 공석 사태가 더 확대되고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제청 지연의 원인이 무엇이든 조 대법원장은 헌법이 규정한 헌법기관 구성 의무를 다해야 한다. 소신있게 제청하고 국회 판단을 받으면 된다. 대법관 공백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 피해는 주권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새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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