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토리] 다문화 3.0…800년 인연, 봉화서 'K-베트남 밸리' 이끄는 루이엔

이세영 2026. 5. 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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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경북 봉화군 창평리. 고즈넉한 한옥 마루와 산자락 사이로 낯선 이름의 동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베트남 리 왕조의 태조를 기리는 상징물이다.

지난해 8월 이곳에서 열린 리태조 동상 제막식에는 봉화군 홍보대사인 베트남 출신 도 옥 루이엔(Do Ngoc Luyen) 광운대 대외국제처 국제교류팀 초빙교수도 있었다.

◇ "봉화는 베트남인에게 특별한 땅"…800년 이어진 역사

봉화는 고려시대 베트남 리 왕조 후손이 정착한 지역이다. 약 800년 전 이어진 인연은 지금까지도 '화산 이씨'라는 본관으로 남아 있다.

루이엔 교수는 "베트남인에게 봉화는 하나의 지방 도시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깊이 연결된 장소"라며 "이곳에서 양국의 관계를 다시 이어가는 일은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봉화군은 이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K-베트남 밸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통 마을과 문화 공간을 조성하고, 교류와 정착을 동시에 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봉화군은 2천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2033년 완공을 목표로 한국-베트남 역사·문화 콘텐츠 센터, 다문화 국제학교 등을 건립할 예정이다.

루이엔 교수의 삶은 한국과의 인연 속에서 이어져 왔다.

베트남에서 한국학을 공부한 그는 한국으로 유학 와 서울대와 연세대에서 학위를 취득한 뒤 현재는 광운대에서베트남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강의실에서 그는 언어만 가르치지 않는다. 유학생이 한국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생활 경험과 노하우를 함께 전한다.

"타국에서 살아간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어려움을 동반합니다. 제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학생들이 반복하지 않도록 돕고 싶습니다."

이 같은 태도는 그의 삶의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어린 시절부터 이웃을 돕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자랐고, 그 영향으로 '나누는 삶'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지금도 주말마다 봉화군 다문화 커뮤니티 센터에 내려가 상담과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강연에 참가한 베트남 이주민인 원수빈(43)씨는 "루이엔 교수로부터 한국어 교육이나 경제 강연 등 생활에 필요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와 함께 베트남 이주민의 체질 상담 봉사를 하는 사단법인 세계자연치유협회 김기열 부회장은 "루이엔 교수와 함께 전국으로 봉사를 다니고 있다"며 "베트남 이주민을 대한 그의 모습에서 깊은 진정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 이주민 공동체 '푸자민'…정착을 넘어 자립으로

루이엔 교수는 베트남 이주민 공동체 '푸자민'을 이끌며 한국에 정착한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언어 교육은 물론, 문화 차이를 이해하는 방법,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길까지 함께 모색하는 공동체다.

그는 "먼저 정착한 사람으로서 경험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며 "각자의 재능을 공유하면 공동체 전체가 더 큰 힘을 얻는다"고 강조했다.

이 공동체는 지원만이 아닌 창업과 경제 활동으로 이어지는 기반을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루이엔 교수가 봉화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이곳에서 베트남 이주민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나아가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그리고 있다. 봉화군 역시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있다.

루이엔 교수의 목표는 분명하다.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면서, 한국이 다문화 사회의 모범 사례로 자리 잡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그는 "언젠가는 봉화에 많은 베트남 사람이 모여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문화가 교류되고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내레이션 : 유세진, 구성 : 민지애, 영상 : 박소라·김정민, 연출 : 이명선>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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