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노동자인데···가족과 밥 한 끼 먹는 게 소원” 노동절 공휴일, 누군가에겐 ‘그림의 떡’

우혜림 기자 2026. 5. 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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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고용직·하청·이주노동자 등
법정공휴일에도 못 쉬는 이들 여전
“회사 따라 달라···차별처럼 느껴져”
노동절을 하루 앞둔 30일 서울 중구 평화시장에 노동절 기념 현수막이 붙어 있다. 정효진 기자

서울 서대문구청과 계약한 환경미화업체 소속 미화원 A씨는 올해 노동절이 법정공휴일로 지정된다는 소식에 기대감이 생겼다. 30년 넘게 일하며 노동절에 쉬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구청은 “주민 민원 우려로 정상 근무를 한다”고 공지했다. A씨는 “나라에서 쉬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우리는 아니라서 서운하다”고 말했다.

법정공휴일로 지정된 뒤 처음 맞이한 노동절인 1일 A씨처럼 쉬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평등한 노동의 가치를 기념하고 휴일 적용 대상을 넓히자는 취지로 법정공휴일이 됐지만, 일선 현장의 모습은 기존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화재 애니카에서 일하는 교통사고 조사원들은 이날도 정상 근무한다. 이들은 프리랜서 형태의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다. 출동 건수에 따라 수당을 받는 구조라 생계를 고려하면 쉬기가 쉽지 않다. 김인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삼성화재 애니카지부장은 “특수고용직에게 노동절은 그림의 떡”이라며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 365일 대기하지만 연휴에도 가족과 쉬지 못해 슬프다”고 말했다.

법적으로는 노동자이지만 고용 구조 탓에 쉬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환경미화원 A씨는 “하청 구조라 인력이 부족해 한 사람이 빠지면 다른 사람이 그 일을 떠안아야 한다”며 “구청 지침이 내려오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주 노동자의 처지도 다르지 않다. 경기 이천시의 한 식품공장에서 일하는 네팔 출신 노동자 아난드씨(47)는 “노동절인 건 알지만 회사에서 바쁘니까 일해야 한다고 한다”며 “쉬고 싶다고 말하기도 어렵고 괜히 이야기했다가 해고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팔 출신 노동자 라이씨(39)는 “네팔은 노동절과 공휴일이 모두에게 적용되는데 한국에서는 회사에 따라 휴일 적용이 다르다”며 “차별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들은 법정 공휴일로 지정된 노동절의 의미를 온전히 누리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박경재 삼성화재 애니카지부 노조 사무국장은 “남들은 가족과 노동절을 보내는데 우리는 현장에 나와 있어 씁쓸하다”며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환경미화원 A씨도 “같은 노동자인데 노동절에 못 쉬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노동절에 가족과 밥 한 끼 먹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다.

국회는 지난 3월 본회의에서 노동절을 법정공휴일로 지정하는 공휴일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 소속 노동자와 특수고용직, 일부 이주노동자 등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다고 평가된다. 앞서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의 조사 결과를 보면 일용직과 프리랜서·특수고용직 등 고용이 불안정한 직종은 노동절 유급 휴무 보장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우혜림 기자 sa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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