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뛰는 與, 발 묶인 野…당대표 ‘동선’으로 읽는 지방선거 판세

정윤경 기자 2026. 5. 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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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험지’ 누빈 정청래, ‘방미 후폭풍’에 여의도에 묶인 장동혁
전대까지 겨냥한 광폭 행보 vs 각자도생 야권, 리더십 균열 확산

(시사저널=정윤경 기자)

정치인은 '말'이 아닌 '발'을 보라는 말이 있다. 정치인의 진짜 전략은 발걸음에서 드러난다는 뜻이다. 정치인의 일정과 동선은 우연처럼 보이지만 대부분 치밀하게 계산된 결과물이다. 어디를 찾았는지는 누구의 표를 의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어디를 가지 못했는지는 그 정치인이 놓인 정치적 위치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래서 정치에서는 어디를 갔는지보다 어디를 가지 않았는지가 더 많은 것을 말해 준다. 특히 선거 국면에서는 당 지도부의 발걸음이 곧 당대표의 리더십과 현장 영향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가 된다.

6·3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둔 일주일(4월24~30일) 동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거대 양당 대표의 발걸음은 극명하게 갈렸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수도권과 충청, 강원, 영남을 연결하는 현장 행보를 숨 가쁘게 이어갔다. 전통시장 방문과 지역 행사, 현장 최고위원회의가 일정의 중심이었다. 지방선거 국면에서 볼 수 있는 지도부의 전형적인 이동 경로다. 반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서울 여의도 국회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지방선거 기간의 당대표 일정으로 보기에는 이동 반경이 제한적인 모습이었다.

鄭 '험지 순회' vs 張 '통상 일정'

두 대표의 발걸음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났던 것은 주말(4월25~26일) 일정이었다. 본회의나 최고위원회의 등 국회에 주요 일정이 없는 주말은 당대표가 후보 지원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다. 정 대표는 4월25일 하루 동안 세종전통시장과 충북 진천의 농다리축제, 강원 영월의 단종문화제를 잇따라 찾았다. 세종은 최민호 시장, 충북은 김영환 지사, 강원도는 김진태 지사가 현직 단체장을 맡고 있는 곳이다. 세 사람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이 셋은 모두 이번 지방선거에 다시 출마한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험지다. 정 대표가 이곳을 찾은 이유다.

정 대표는 4월26일에는 대구 달서구를 찾아 민주당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했다. 대구는 말할 것도 없이 민주당에 대표적인 험지다. 이날 개소식에는 정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함께 조국혁신당·무소속을 포함한 범여권 전현직 국회의원 62명이 대거 몰려와 김 후보에게 힘을 실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영상 축사를 보냈다. 보수의 텃밭이라는 지역 특성을 감안하듯 메시지는 절제돼 있었다. 정 대표는 "대구·경북 선거는 김부겸의 얼굴로 치르겠다" "중앙당에서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겠다" "김부겸이 당대표한테 오라고 하면 오고, 오지 말라면 오지 않겠다"고 했다. 험지로 향했지만, 선거의 주도권은 후보에게 맡기겠다는 뜻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장 대표의 일정은 '통상 업무'였다. 당대표실 등에서 비공개로 내부 업무를 보는 것이다. 장 대표는 여전히 방미 논란에 묶여 있었다. 4월25일 장 대표는 페이스북에 "해당 직책의 직급은 분명 차관보 혹은 그 이상"이라고 적었다. 미국 방문 당시 면담 인사의 직함을 둘러싼 '직함 부풀리기' 논란에 대한 반박이었다. 그러나 같은 날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부분이 있었다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방미 후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다 지도부 내부 메시지까지 충돌하는 모습이었다.

평일에도 양당 대표의 온도차는 이어졌다. 장 대표는 여전히 국회를 벗어나지 못했다. 방미 논란과 지도부 리더십 위기가 겹친 영향이었다. 4월24일에는 사퇴 요구에도 직접 대응해야 했다.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은 TV조선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이제 자숙이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장 대표를 공개 비판했다. 이에 장 대표는 페이스북에 "지방선거를 최선을 다해 마무리한 뒤 당당하게 평가받겠다"며 "상황이 좋지 않다고 당대표에서 물러나는 것은 책임지는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다. 그런 정치는 장동혁 정치도 아니다"고 사퇴론을 일축했다. 이날 오후 CU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들과의 면담 역시 국회에서 이뤄졌다.

같은 날 정 대표는 인천 연수구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인천 지역 전략공천을 마무리한 뒤 본격적인 후보 지원에 나선 것이다. 이날 회의에는 박찬대 인천시장 후보를 비롯해 연수갑과 계양을에 각각 전략공천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와 김남준 전 청와대 대변인도 참석했다. 현 인천시장은 국민의힘 소속 유정복 시장이라는 점에서 인천 역시 민주당에 쉽지 않은 지역이다. 이후 정 대표는 연수구 내 차량기지와 LNG 생산기지를 잇따라 방문했다. 계양을이 민주당의 강세 지역인 반면 연수구는 여야가 팽팽히 맞붙는 대표적인 경합지다. 현장 최고위에 이어 후속 일정까지 연수구에 집중한 것은 경합 지역에 힘을 싣겠다는 지도부 판단으로 읽혔다.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두 대표의 동선 차이를 두고 국민의힘 지도부의 전략 부재와 현장 장악력 약화를 동시에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분석했다. 박 대표는 "당대표는 선거의 총괄 사령관인데 지금 국민의힘은 후보 확정과 역할 분담, 지역 전략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라며 "통상 정당은 최소 6개월 전부터 선거 기획팀을 꾸려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 후보들 사이에서도 중앙당 지도부에 대한 반발과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며 "대표가 가서 효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지역 순방 자체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오세훈 "장동혁, 눈에 덜 띄었으면 좋겠다"

이 같은 분위기는 국민의힘 내에서도 확인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4월24일 TV조선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현장에서 뛰는 후보들의 솔직한 심정은 장 대표가 좀 눈에 덜 띄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며 "창당 이래 가장 낮은 지지율이 나왔기 때문에 이 정도 됐다면 대표가 좀 책임감을 느끼고 활동 반경을 줄여주는 게 오히려 선거를 치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직격했다.

반면 정 대표의 광폭 현장 행보에 대해서는 지방선거 지원이라는 지도부의 통상적 역할을 넘어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염두에 둔 움직임도 함께 섞여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동원 대표는 "보통은 후보가 확정된 이후 지도부의 지역 순회가 본격화되는데 정 대표는 그보다 훨씬 이른 시점부터 움직이고 있다"며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영향력을 넓히기 위한 행보가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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