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트럼프 정상회담서 ‘미·이란 종전’ 돌파구 찾을까
무역 문제·중동 정세 등 의견 교환

미국과 중국의 외교·경제 수장들이 30일 연이어 통화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실현을 예고했다. 다가오는 미·중 정상회담은 양국이 무역 문제와 미·이란 종전 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중국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통화하며 미·중 관계의 안정과 정상외교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왕 부장은 “미·중관계 안정이 양국 국민의 이익과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합한다”며 “양국은 어럽게 이룬 안정 국면을 잘 지키고, 중요한 고위급 교류 어젠다를 잘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이자 중·미 관계의 핵심 리스크”라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미·중 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고, 정상 외교는 미·중 관계의 핵심”이라며 “양국은 협력과 소통을 유지하고 이견을 적절히 처리하면서 미·중 관계의 전략적 안정을 모색해야 한다 ”고 언급했다.
중국중앙TV(CCTV)는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도 같은 날 저녁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화상 통화를 했다고 보도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엑스에 “허 부총리와 오늘 아침 트럼프 대통령 방중 논의를 위해 대화했다”며 “생산적 미·중 정상회담을 고대한다”고 적었다.
중국 외교부는 두 장관이 중동 정세 등에 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오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이란 전쟁 종전 방안이 논의될 것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국 고위급 인사들의 소통이 잇따라 이뤄진 것은 이달 14~15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행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중 정상회담은 당초 3월 말~4월 초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미·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미국 측 요청에 따라 회담은 이달 중순으로 연기됐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이란 핵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이란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종전 조건을 찾지 못하고, 교착 상태가 장기화되는 와중에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이란의 우방국이기 때문에 정상회담에서 이란 문제로 불편한 분위기가 연출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 폐쇄 장기화로 글로벌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공급망 불안이 계속되면서 ‘호르무즈 해협 개방’은 미·중이 가장 강력하게 동의하는 의제가 됐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달 20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 통화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은 개방되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중국은 유엔 등에서 호르무즈 해협 폐쇄의 근본 원인은 미국의 군사행동에 있다고 밝혀 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은 이란의 최대 고객이며, 미 행정부 관리들은 중국의 압력이 이란의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의 ‘문명을 지워버리겠다’는 발언 이후 이란 측이 2주간의 휴전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중국 측의 설득이 있었다고도 NYT는 전했다.
양국 정상은 지난해 10월 부산 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관세 휴전’을 1년 연장하면서 무역 분야의 ‘작은 성과’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어 대표는 USTR 엑스 계정에서 “허 부총리와의 통화에서 정부 간 무역위원회가 민감하지 않은 상품의 양국 무역을 최적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과 미국 농산물 생산자에게 중국 농산물 시장 접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다”고 전했다. CCTV는 허 부총리가 베선트 장관, 그리어 대표와의 화상통화에서 “중국은 최근 미국의 대중국 경제·무역 제한 조치에 대해 엄정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미 하원은 지난달 중국 반도체 업체 화홍에 장비 납품을 금지하는 등 대중국 기술 견제 관련 법안을 여러 건 처리·진행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지난 28일 이란산 원유를 구매하는 중국 민간 정유사와의 거래를 금지했다. 중국 역시 자국 산업의 공급망을 보호하고 외국의 ‘부당한’ 역외 관할권 행사에 대응 법안을 마련했다.
양국의 이 같은 조치는 단기적으로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마련한 ‘협상카드’이자 장기적으로는 패권 경쟁을 대비한 것으로, 양국은 관세 휴전을 통해 기술 패권 경쟁에서 상대국을 압도할 ‘시간벌기’에 나설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돼 왔다.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양국의 장기 플랜에 ‘재앙’이 된 가운데 미·중 정상회담이 휴전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NYT는 “공화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난관에 봉착해 있다”며 “향후 2주 동안 이 분쟁에서 중국의 역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트럼프 이어 헤그세스도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한국 더 나서주길” 압박
- “당 어려울 때 떠난 분들” “양지만 계신 분”···‘민주당 뿌리’ 3파전 경기지사, 추·양·조
- 명백한 차별이란 ‘노키즈존’, 가장 많은 지역은 어디일까
- [속보] 트럼프 “이란과 합의에 상당한 진전···프로젝트 프리덤 잠시 중단”
- 같은 날 조사인데 결과는 딴판···여론조사 ‘숫자’에 속지 않는 법
- 어린이 “대통령 어떻게 됐어요?” 이 대통령 “국민이 뽑아, 잘못하면 쫓겨날 수도 있어요”
- [단독]출퇴근도 있는데 ‘무조건 합숙’이라니···법원 “대체역 강제 복무조항, 위헌 소지”
- 서울고검 “이화영, 조사 때 술 마셨다” 대검에 보고···박상용 “‘답정너’ 수사” 반발
- ‘왕사남’ 김남준 “이재명의 1번 타자로 첫 출전…계양 이중·삼중소외 해소 골든타임”[6·3
- “김용남, 이태원 참사 허위주장” “조국 측 말꼬리 잡기”...경기 평택을 ‘신경전’ 격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