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파트·빌라 공유숙박 허용, 가격인가? 안전인가?

지난 2월 25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확대 국가 관광전략회의'에서 내국인 공유숙박 허용과 빈집·민박 제도화 방안이 구체화됐다.
관광 활성화와 숙박요금 안정이라는 명분은 분명하다. 그러나 정책의 방향을 들여다보면, 그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아파트와 빌라를 내국인 공유숙박 대상으로 포함시킨 점이다. 이는 관광숙박업 관련 법체계와 기존 규제 질서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접근이다.
숙박업은 단순한 공간 제공이 아니라, 안전·위생·보험·소방 기준 등 공공적 성격이 강한 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기준 없이 주거시설을 시장에 편입시키는 것은 제도의 형평성을 근본부터 흔드는 일이다.
더욱이 숙박요금 인하를 정책 목표로 설정한 점은 접근 자체가 잘못됐다. 가격은 시장 경쟁과 서비스 품질, 수요와 공급의 균형 속에서 형성되는 결과값이다.
규제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공급을 늘려 가격을 낮추겠다는 발상은 단기적 착시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시장 질서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이용자 안전 문제다. 현재 숙박업소는 사고 발생 시를 대비해 보험 가입이 의무화되거나 강하게 요구된다.
반면 아파트나 빌라 형태의 공유숙박은 보험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높고, 건축 구조나 설비 역시 숙박업 기준에 맞춰 설계되지 않았다.
화재, 범죄, 시설 안전 등 다양한 리스크가 존재함에도 이를 관리할 제도적 장치는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결국 이 정책은 '가격 인하'라는 명분 아래 안전을 후순위로 밀어낸 채, 기존 산업과의 충돌을 자초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미 숙박업계는 소방시설, 위생 기준, 서비스 교육, 보험 가입 등 다양한 규제를 준수하며 비용을 감당하고 있다.
동일한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한쪽에는 규제를 적용하고, 다른 한쪽에는 사실상 면제하는 것은 공정 경쟁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제주도농어촌민박총연합회가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하며 제주도와 의회에 시정 건의를 한 것도 이러한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업계의 이해관계를 넘어, 제도의 일관성과 이용자 보호라는 공익적 문제로 봐야 한다.
관광산업의 경쟁력은 가격이 아니라 신뢰에서 출발한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저가 경쟁은 결국 시장 전체의 품질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는 관광지의 브랜드 가치까지 훼손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분별한 규제 완화가 아니라, 동일 기준과 책임 아래에서의 제도 설계다.

그렇지 않다면 이 정책은 '활성화'가 아니라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관광정책은 단기 처방이 아니라 구조 설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