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 사업주 지휘 받은 철거현장...대법 “근로복지공단, 구상권 청구 못 해”

김성태 기자 2026. 5. 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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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철거 업체와 노무 제공 계약을 맺고 작업하다 산재 사고를 일으킨 굴삭기 기사에게 산재보험금을 물어내라고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근로복지공단이 굴삭기 운전자 A 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소송에서 파기자판으로 원심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뒤집고 공단의 청구를 기각했다.

파기자판은 대법원이 원심 판결을 깨면서 원심 법원에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것이다.

사건은 2018년 3월 부산 해운대구 한 철거 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건설기계 대여업자인 A 씨는 철거업체 B 사와 굴삭기 암대차 및 운전노무 제공 계약을 맺고 굴삭기로 건물 기둥을 해체하는 작업을 했다. A 씨는 해당 작업 중 철근이 튀는 사고를 냈다. 이 철근은 B 사 소속 근로자 C 씨의 얼굴을 가격했고 중상을 입혔다.

근로복지공단은 이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C 씨에게 휴업급여와 요양급여 등 총 7800만 3480원을 지급했다. 공단은 이후 A 씨를 상대로 산재보험법에 따른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근로복지공단은 피해 근로자에게 먼저 보험급여를 지급한다. 이후 사고를 낸 사람이 ‘제3자’에 해당하면 공단은 피해자 대신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해 지급한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1·2심은 A 씨가 사업주와 근로계약 관계에 있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제3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A 씨에게 11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제3자 해당 여부는 사업장에서 동일한 위험을 공유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가해자가 사업주와 고용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아니더라도 피해 근로자와 동일한 사업주의 지휘·명령 아래 업무상 재해가 발생했다면 가해자와 피해 근로자는 사업장에 내재하는 위험을 공유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A 씨와 피해 근로자가 동일한 사업주의 지휘·명령 아래 업무를 수행하면서 위험을 공유했고, 그 위험이 현실화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봤다. 산재보험 체계상 같은 사업장 내부의 사고로 평가돼 제3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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