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 교수의 임사체험 주장, 출처를 확인해보니

"우리가 죽음을 맞이해도 의식은 지속된다. 육체가 죽음을 맞이해도 지속되는 의식이 머무는 곳이 사후세계다."
정현채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가 지난달 tvN의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메시지보다 필자의 관심을 끈 것은 그 '출처'였다. 이 주장을 "국제적으로 명망 있는 과학자들과 의사들"이 제시했다고 정 교수는 전했다. 그는 2015년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 모인 과학자들이 논의를 거쳐 죽음 이후에도 존재하는 의식에 대해 11가지를 선언했다며 "심리학자, 생물학자, 신경과학자, 임종 경험이 많은 의사들이 참여했다"고 소개했다.
그 선언은 '비국지적인 의식을 반영한 통합적이고 근거 기반의 생애말기 돌봄(Declaration for Integrative, evidence-based, end-of-life care that incorporates nonlocal consciousness)'이다. 의식이 비국지적이라는 것은 의식이 뇌라는 생물적인 기반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뇌사 이후에도 의식이 존재할 수 있다는 주장의 다른 표현이다.
"의식은 육체적인 죽음 이후에도 존재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이 선언문 중 한 문장은 다음과 같다.
"의식이 뇌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특정한 공간과 시간에 한정되어 있지도 않으며 육체적인 죽음 이후에도 존재하기를 멈추지 않는다는 의식의 비국지성이 실재함은 물리학과 생물학, 신경과학과 같은 다양한 학문 분야에 걸친 의식의 비국지성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동료 평가를 거쳐 과학 저널과 의학 저널을 통해 발행됐다는 사실에 의해 뒷받침된다."
의식의 비국지성 선언을 당시 보도한 국내 활자매체는 한 곳도 없다. 이 선언은 이후 정현채 교수를 통해서만 소개됐다. 그의 기고와 인터뷰, 그가 쓴 책 소개 글이 활자매체에 실렸다. 정 교수가 진행자 유재석과 나눈 이야기는 지난달 15일 방송됐다.
주장을 접할 때 우리가 거쳐야 하는 절차가 출처 점검이다. 출처는 사람일 수도 있고 논문이 게재된 저널일 수도 있다. 주장을 전한 사람의 이력과 진실성, 성향, 전문성을 고려할 때 그 주장을 신뢰할 수 있나? 그 주장을 담은 논문을 게재해준 저널은 해당 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인정받나? 이런 질문을 통과했다면 그 다음에 주장으로 들어가면 된다.
일단 정현채 교수는 출처에서 논외로 둔다. 그는 소화기내과를 전공했으며, 이 주제를 직접 연구하지 않았고 관련 서적과 논문, 직간접 경험을 정리해 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가 살펴볼 첫째 출처 점검은 위 선언을 주도한 인물들이 누구인가 찾아 살펴보는 것이다.
'의식의 비국지성' 주장한 1인은 원격투시 창시자
선언문의 전문(前文)을 보면 스티븐 A. 슈워츠와 개리 E. 슈워츠, 래리 도시 등 3인이 선언문의 초안을 작성했다. 이들을 선언의 주역으로 여길 수 있다.
스티븐 A. 슈워츠는 홈페이지(stephenaschwartz.com)에 올린 이력서에서 자신의 학위와 전공을 밝히지 않는다. 다양한 연구소에서 초심리학 등을 연구했다고 주장한다. 21페이지에 이르는 이력서의 첫 페이지에는 더 구체적인 활약이 담겨 있다. 아래에 직접 인용한다.
"그는 40년 동안 의식의 본질을 연구해 왔으며, 특히 시공간의 독립성에 주목해왔다. 슈워츠는 현대 원격투시 연구를 창시한 소규모 집단의 일원이며, 원격투시를 고고학에 적용하는 주요 연구자다. 원격투시를 활용해 그는 클레오파트라의 궁전 등 유적을 다수 발견했다."
개리 E. 슈워츠는 코넬대에서 학사, 하버드대에서 석사와 박사를 받은 심리학자다. 예일대와 애리조나대 등에서 심리학을 가르쳤다. 주류 심리학자의 길을 걷다가 《사후 실험(The Afterlife Experiments)》(2003) 등을 내면서 비주류로 빠졌다. 이 책은 사실 검증이 부족하고 실패를 성공으로 재해석하는 등 "과학적인 방법론의 규범에서 크게 벗어났다"는 비판을 주류 심리학자로부터 받았다.
래리 도시는 의학박사로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에서 내과 전문의로 활동했다. 정통 의사였던 그는 영성에 심취하게 됐고, 《치유하는 언어(Healing Words)》(1995)에서 기도에 의학적인 효능이 있다고 주장했다.
선언문 게재 저널은 "학술지 가장한 사기"로 비판받아
이 선언문은 2016년 《Explore: The Journal of Science and Healing》에 실렸다. 이 저널은 대체의학에 관한 논문을 게재하는 학술지로, 연 6회 발행된다. 앞서 소개된 래리 도시가 총괄 편집자이고, 공동 편집장은 최면치료사이자 침술사, 약초요법가인 벤저민 클리글러와 초심리학자인 딘 래딘이다.
위키피디아는 "이 저널은 진짜 과학 학술지인 것처럼 가장한 사기이며 정말 터무니없는 연구들을 게재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고 전한다. 그 예로 "원거리 의도가 물의 결정 형성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주장한 마사루 에모토의 연구"를 든다. (이 저널에 한국의 어떤 연구자들이 기고하는지도 관심사가 될 수 있다.)
정 교수와 선언 참여자들이 의식의 비국지성을 주장하는 핵심 근거는 임사(臨死)체험이다. 정 교수는 이를 근사(近死)체험이라고 표현한다. 많이 보고되는 임사체험으로는 유체 이탈, 어두운 터널 통과 후 빛이 가득한 곳으로 들어섬, 먼저 저세상으로 간 친지와의 만남 등이 있다. 심폐소생술을 통해 죽음의 문턱에서 되돌아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임사체험은 전보다 더 많이 보고되고 있다.

유체 이탈 '죽음 문턱' 외에 '실험'에서도 발생 가능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정신과 전문의 정성훈 교수는 임사체험에 대해 "현재 과학자들 사이에서 가장 지지받는 이론은 신경생물학자들의 '죽어가는 뇌 가설'"이라고 소개한다. 정 교수는 《사람을 움직이는 100가지 심리법칙》에서 심장이 멎고 뇌에 산소가 떨어지면 뇌 기능이 부위에 따라 점차 멈추는데, 일부 뇌의 기능 정지 상태를 아직 활동하는 뇌가 경험할 때 임사체험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유체 이탈이 뇌가 사망하기 직전에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정상 상태인 뇌를 자극해서 발생시킬 수 있다면? 스위스 신경학자 올라프 블랑크는 뇌 우측의 두정엽과 측두엽 경계 부위를 전극으로 자극해 유체 이탈 현상을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사후세계에 대한 주장은 건강ㆍ의료 지식은 아니다. 그러나 이를 접하고 따져보는 이와 같은 과정은 건강ㆍ의료 분야의 주장을 대하는 방식에도 시사점을 준다. 우선 그 주장을 하는 사람에 대해 알아봐야 한다. 해당 분야 전공자인지가 기본이다. 대학에서 화학을 가르친 사람은 소화기내과 전문가일 가능성이 희박하다. 의사이더라도 전공 이외의 분야는 잘 모른다. 주장하는 사람이 개인적인 경험을 계기로 어떤 성향을 갖게 됐고, 그 성향이 해당 주장의 바탕이 됐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아울러 그 주장을 전파하는 저널이나 매체의 평판도 조사 대상이다.
하나밖에 없는 우리 심신을 문외한들의 상상에 맡겨서야 되겠는가.

백우진 칼럼니스트 (smitten@kormedi.com)
Copyright © 코메디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신지 남편 맞아?”…두 달 만에 14kg 빼고 확 달라져, 뭐 했길래? - 코메디닷컴
- 상추, 대파 ‘이렇게’ 보관하면 한 달도 거뜬하다는데…사실일까? - 코메디닷컴
- 권은비, 콜라병 보디수트핏…한 줌 허리 비결은 ‘이 운동’? - 코메디닷컴
- “아침 공복에 꼭 먹는다”… 비만전문의가 극찬한 다이어트 음식 2가지 - 코메디닷컴
- “10살은 어려보여” 임영웅, 확 달라진 비주얼…‘이것’ 바꾼 덕분? - 코메디닷컴
- 포슬포슬 햇감자 오래 보관하려면? 냉장고 말고 ‘이곳’에 두세요 - 코메디닷컴
- 요즘 유행하는 ‘미니 달걀프라이’…무턱대고 따라하면 ‘이것’ 위험? - 코메디닷컴
- 55세 김혜수, 탄탄 몸매 뽐내며 ‘이 운동’…중년 여성에게 매우 좋다고? - 코메디닷컴
- “냉장고? 상온?”...간장, 식초 양념류 어디에 보관해야 하나 - 코메디닷컴
- 혈관 청소하고 살 쏙 빼주는 음식 8가지 - 코메디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