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아이 피드에 '19금 엑셀방송' 기승···보호망 뚫린 소름 돋는 이유
'수익 우선' 정책에 아동 안전은 뒷전
해외 주요국은 강력한 과징금 부과
국내서도 사전 예방 중심 입법 추진

#방과 후 유튜브 쇼츠를 시청하던 초등학생 A군(10)의 피드에는 최근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은 여성들이 술을 마시며 춤을 추는 라이브 방송이 수시로 노출되고 있다. 이른바 '엑셀방송'으로 불리는 이 콘텐츠는 실시간 후원금 순위를 화면에 게시하며 자극적인 연출을 이어간다. 문제는 연령 제한 설정이나 비로그인 상태와 무관하게 아동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송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초등학교 인근에서 성인 방송 스튜디오가 운영돼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진 가운데, 온라인 플랫폼 내 엑셀방송의 확산세도 심각한 수위에 도달했다.
3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플랫폼 알고리즘의 특성과 현행법상의 사각지대가 결합해 실질적인 조치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엑셀방송은 실시간 후원 현황을 엑셀 시트 형태로 공개하며 출연자 간의 경쟁을 부추기는 방식이다. 주로 자극적인 행위와 과도한 신체 노출을 수반해 수익을 창출한다. 국세청은 이를 '사이버 룸살롱'으로 규정한 바 있다.
이러한 유해 콘텐츠가 아동의 피드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배경에는 플랫폼의 알고리즘 정책이 있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사용자 체류 시간의 극대화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 엑셀방송은 실시간 소통과 자극적 전개를 통해 일반 영상 대비 시청 시간이 길어, 플랫폼 입장에서는 광고 수익 창출에 유리한 콘텐츠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 알고리즘이 유해성 여부보다 수익성을 기준으로 콘텐츠를 우선 노출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라이브 특성상 규제 한계·법적 강제력도 없어
플랫폼 차원의 제어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라이브 방송은 실시간으로 진행돼 사전 모니터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방송 종료 후 뒤늦게 제재가 이뤄지지만, 그사이 미성년자를 비롯한 시청자들은 이미 유해 콘텐츠에 노출된 상태다.
현재 유튜브의 구체적인 제재 기준이나 운영 방식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깜깜이'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어떤 수위가 제재 대상인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플랫폼의 자율 규제가 사실상 방임에 가깝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현행법 체계 역시 플랫폼의 책임을 강제하기에 부족하다. 유튜브 콘텐츠는 방송이 아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의 적용을 받는다. 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시정 요구를 하더라도 이는 강제력이 없는 권고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글로벌 기업인 구글에 국내 심의 기준을 강요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도 존재한다.
호주·미국 미성년자 온라인 안전법 추진
현재 아동·청소년을 온라인 유해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글로벌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호주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유해 콘텐츠 탐지 및 신속 대응 의무를 부여하며 가장 앞서나가는 규제 국가로 꼽힌다.
지난 2022년 도입된 '온라인 안전법'에 따라 호주 온라인 안전국은 미성년자 대상 괴롭힘 콘텐츠에 대해 즉각적인 삭제를 요구할 수 있다. 플랫폼 사업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최대 4950만 호주달러(약 515억7000만원)에 달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미국 역시 연방과 주 정부 차원에서 전방위적인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2024년 7월 '17세 미만 아동·청소년 온라인 안전법(KOSA)'이 상원을 통과했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플랫폼은 무한 스크롤이나 자동 재생 기능을 사용자가 끌 수 있도록 옵션을 제공해야 하며, 맞춤형 추천 알고리즘에 대해서도 부모나 당사자가 거부할 수 있도록 명확한 선택권을 부여해야 한다.
해당 법안은 한때 빅테크 기업들의 반대로 난항을 겪었으나, 2025년 5월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를 보완한 수정안이 발의되며 논의가 재점화됐다.
주 단위의 움직임도 가파르다. 뉴욕주는 2024년 청소년에게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 피드 제공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부모 동의가 있는 경우에만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규제 수위를 높였다.
한국, AI·해외 사업자 겨냥 입법 추진
국내에서도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 발맞춰 사후 제재 위주였던 규제 패러다임을 사전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아동·청소년 온라인 안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청소년 유해 정보 생성·제공 금지 △연령·본인 확인 조치 의무화 △인공지능(AI) 서비스 제공자 개념 신설 △해외 사업자의 국내 대리인 지정 의무 등을 담고 있다. 또한 불법 정보 생성 방지를 위한 모니터링과 로그 기록 관리 의무를 명시해 책임을 대폭 강화했다.
이 외에도 법적 실효성 확보를 위해 방송통신위원회에 점검 및 시정명령 권한을 부여하고, 위반 시 과징금 부과와 서비스 제한 등 강력한 제재 근거도 마련했다.
이 의원은 "아동·청소년 온라인 안전은 더 이상 기업 자율에만 맡길 수 없다"며 "향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동영상 플랫폼, 커뮤니티 전반을 포괄하는 2단계 입법을 통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보호 체계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엑셀방송 = 인터넷 방송에서 유명 BJ를 중심으로 여러 출연자가 함께 방송하며 시청자로부터 받은 후원금을 엑셀 시트처럼 정리해 순위를 매기는 방송 형식.
여성경제신문 서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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