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바다, 뭇 생명이 8천년간 만든 수라갯벌…“습지보호지역으로”

김지숙 기자 2026. 5. 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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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서명 운동
정부가 새만금신공항 건설 터로 정한 새만금 수라갯벌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라는 환경단체들의 서명 운동이 시작됐다. 사진은 수라갯벌을 찾은 황새의 모습. 공동행동 제공

정부가 새만금신공항 건설 터로 정한 새만금 수라갯벌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라는 서명 운동이 시작됐다. 호남의 대표적 강줄기인 만경강 하구의 수라갯벌은 새만금방조제가 완공된 이후에도 20년째 갯벌의 온전한 원형을 지니고 있는 데다, 정부 법정보호종이 64종 이상 서식하고 있어 생태적 가치가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새만금신공항 백지화공동행동’(공동행동)은 4월30일 오전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라갯벌을 보호지역으로 지정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2006년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되고 새만금 갯벌의 절반 이상이 매립과 준설로 사라졌지만, 만경강 하구의 수라갯벌은 무려 8천년에 걸쳐 강과 바다가 만들어낸 갯벌의 온전한 원형을 지니고 있다”며 “매년 200억원의 적자, 미군의 전쟁기지 확장으로 이어질 새만금신공항을 지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해 9월 서울행정법원은 새만금신공항건설기본계획이 조류충돌 위험, 세계자연유산 훼손, 경제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들어 계획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정부와 전북도가 이에 불복하면서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9월 서울행정법원은 새만금신공항건설기본계획이 조류충돌 위험, 세계자연유산 훼손, 경제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들어 계획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공동행동 제공
수라갯벌의 쇠제비갈매기. 공동행동 제공

현재 새만금에는 만경 수역 수라갯벌, 동진 수역 해창갯벌 그리고 만경강과 동진강 합수부의 거전갯벌이 원형의 갯벌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수라갯벌은 염생식물과 습지식물이 서식하는 식생갯벌과 비식생갯벌이 어우러져 다양한 생명이 살아가는 터전이다.

공동행동 설명을 들어보면, 수라갯벌에는 환경부 지정 법정 보호종이 64종 이상 서식한다. 멸종위기 1급 저어새·흰꼬리수리·황새의 주요한 먹이터·쉼터일 뿐 아니라 멸종위기 2급인 큰기러기가 5000마리 이상 해마다 겨울에 이곳을 찾는다. 검은머리물떼새, 검은머리갈매기, 쇠제비갈매기, 대모잠자리, 금개구리, 흰발농게 등 멸종위기 2급 생물도 다수 서식한다. 무엇보다 이곳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EAAF)를 따라 해마다 1만㎞ 이상을 비행하는 도요물떼새의 핵심 기착지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수라갯벌은 2021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서천갯벌과 하나로 연결된 생태권역”이라며 “서천갯벌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보전되기 위해서는 주변 습지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수라갯벌은 유부도와 금강하구에 바닷물이 많이 들어오는 ‘사리’ 때가 되면 도요새들의 안정적 쉼터를 제공해 서천갯벌의 생물다양성을 지탱하는 핵심 배후지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또한 수라갯벌이 그 자체로도 이미 람사르협약의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새만금 개발계획의 ‘환경·생태용지’ 조성 계획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해당 사업은 새만금 전체 면적의 약 13%인 50㎢를 활용해 야생동식물 서식처, 생태 교육 및 체험 등 생태 공간을 만든다는 계획인데, 공동행동은 “이미 존재하는 야생동식물의 서식공간, 염생식물 군락지, 철새서식지를 없애고 (기존 갯벌을 메워) 습지를 만드는 사업에 불과하다”며 “이는 매우 비상식적인 ‘그린워싱’”이라고 지적했다.

공동행동은 수라갯벌의 습지보호구역 지정을 위해 시민 5만명의 동의 서명을 받고 있다. 공동행동 제공

‘수라갯벌 보호지역 지정 서명운동 기획단’의 활동가 오이(활동명)는 “(새만금신공항건설계획 취소 소송) 1심 판결 이후 공동행동은 수라갯벌의 보전 방안과 사례를 알아보며 다시금 수라갯벌의 생태적 가치가 유네스코 자연유산이나 람사르 습지, 습지보호지역 지정 기준을 충분히 충족하는 곳이란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한국 정부와 지자체는 람사르협약과 세계유산협약 당사국으로서 습지와 갯벌을 보전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 의무 이행은 수라갯벌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공동행동은 수라갯벌의 습지보호구역 지정을 위해 우선 시민 5만명의 동의 서명을 받고 있다. 서명은 디지털 시민활동 플랫폼 ‘빠띠’(campaigns.do/campaigns/1872)에서 참여할 수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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