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마의 2시간’ 깬 사웨…“1시간 58분도 시간문제다”

2026. 5. 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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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마라톤서 ‘서브 2’…강훈 넘어 ‘슈퍼 슈즈’ 등 과학·장비 산업 덕
코스 평탄한 베를린 마라톤서 인간 한계에 대한 정의 다시 쓸까 주목
사바스티안 사웨가 4월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26 런던 마라톤 남자부 경기에서 두 팔을 벌리며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마라톤의 마지막 벽이 무너졌다. 사바스티안 사웨(31·케냐)가 공식 대회 사상 처음으로 풀코스 42.195㎞를 2시간 안에 완주하며 인류의 달리기 기준을 다시 썼다.

사웨는 4월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런던 마라톤 남자 엘리트 부문에서 1시간 59분 30초로 우승했다. 고 켈빈 킵툼이 2023년 시카고 마라톤에서 세운 종전 세계기록 2시간 35초를 1분 5초나 앞당긴 세계신기록이었다. 2019년 엘리우드 킵초게가 비공인 이벤트에서 1시간 59분 40초를 기록한 적은 있지만, 당시 기록은 통제된 환경과 특수한 페이스메이커 운영 때문에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사웨의 기록은 일반 경쟁 대회, 공식 규정, 실제 레이스 조건에서 나온 첫 ‘서브 2’였다.

2위 케젤차와 치열한 경쟁 덕에 신기원

기록의 충격은 사웨 한 명에 그치지 않았다. 요미프 케젤차(에티오피아)도 1시간 59분 41초로 2위에 오르며 역사상 두 번째 공식 ‘서브 2’ 주자가 됐다. 제이컵 키플리모(우간다)도 2시간 28초로 3위를 차지해 종전 세계기록보다 빠르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한 대회에서 상위 3명이 모두 기존 세계기록을 넘어선 것은 마라톤이 개인 영웅의 시대를 넘어 기록 환경 전체가 달라졌음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사웨의 레이스는 독주가 아니라 경쟁 속에서 만들어졌다. 그는 경기 내내 케젤차와 선두 경쟁을 벌였고, 결승선이 가까워질 때까지 기록보다 상대를 의식하며 달렸다. 사웨는 “케젤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는 서로를 한계까지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경쟁은 페이스를 무너뜨리는 위험 요인이 아니라 이번에는 2시간 벽을 깨뜨린 추진력이 됐다.

1995년 3월 16일 케냐 리프트밸리 지역에서 태어난 사웨는 옥수수 농사를 짓던 아버지와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 그의 집에는 전기도 없었다. 그는 이텐의 세인트 패트릭스 고등학교에 다녔고, 처음부터 마라토너였던 것도 아니었다. 그는 중거리 선수로 출발했고, 5000m도 우연히 뛰기 시작했다. 2024년 발렌시아 마라톤에서 2시간 2분 05초로 풀코스 데뷔전을 치른 뒤, 런던과 베를린을 거쳐 불과 네 번째 마라톤에서 인류 최초로 공식 ‘서브 2’를 완성했다.

대기록을 세운 비결은 꾸준하고 강도 높은 훈련이었다. 사웨는 런던 마라톤을 앞둔 6주 동안 주당 평균 200㎞ 이상을 달렸고, 최고 훈련량은 주 241㎞에 달했다. 사웨가 경기 뒤 “기록은 준비와 규율에 달려 있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식단은 의외로 단순했다. 사웨의 레이스 당일 아침 식사는 빵과 꿀이었다. 빵은 빠르게 흡수되는 탄수화물 공급원이고, 꿀은 혈당을 빠르게 올리는 고농도 당분이다. 마라톤 후반부에 찾아오는 글리코겐 고갈, 이른바 ‘한계의 벽’을 늦추기 위한 전형적인 장거리 선수의 식사였다. 경기 중에는 고농도 탄수화물 젤을 활용해 시간당 90~120g 수준의 탄수화물을 흡수하는 전략도 병행했다.

장비도 중요한 축이었다. 사웨와 케젤차, 여자부 세계기록을 세운 티그스트 아세파(에티오피아)는 모두 아디다스의 최신 초경량 레이싱화를 착용했다. 이 신발은 한짝 무게가 100g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러닝화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무게다. 여기에 고반발 폼과 카본 구조가 결합돼 착지 충격을 줄이고 에너지 반환 효율을 높인다. 같은 힘으로 더 오래,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도록 돕는 구조다.

사바스티안 사웨가 4월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26 런던 마라톤 남자부 경기에서 1시간 59분 30초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한 뒤 자신이 착용한 아디다스 초경량 레이싱화를 들어 보이며 기념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신발은 곧바로 논란의 대상이 됐다. 마라톤 기록이 최근 10년 사이 급격히 단축되면서 ‘슈퍼 슈즈’가 선수의 능력을 넘어서는 보조 장비가 아니냐는 비판도 커졌다. 문제의 핵심은 신발이 단순히 발을 보호하는 장비를 넘어,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 추진력을 보태는 경기력 향상 장치로 진화했다는 점이다. 고반발 폼은 착지 충격을 흡수한 뒤 더 큰 반발력으로 되돌려주고, 카본 구조는 발목과 종아리에 걸리는 부담을 줄이면서 앞으로 굴러가는 동작을 돕는다. 마라톤에서는 이 작은 효율 차이가 후반부 피로 누적, 보폭 유지, 페이스 저하 방지로 이어질 수 있다. 비판론자들이 ‘기술 도핑’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비가 인간의 생리적 한계를 외부에서 보완한다는 점에서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세계육상연맹은 이런 논란을 의식해 밑창 두께와 카본 플레이트 수를 제한하고, 대회에서 쓰이는 신발이 일정 기준에 따라 공개·승인되도록 규정을 마련했다. 규정은 기술 발전을 완전히 멈추는 장치가 아니라 최소한의 울타리에 가깝다. 브랜드들은 그 안에서 더 가볍고, 더 반발력이 좋고, 더 안정적인 신발을 계속 개발한다. 사웨의 기록은 인간의 훈련과 의지, 레이스 운영 능력이 만든 성취인 동시에 스포츠 과학과 장비 산업이 함께 만든 결과로 봐야 한다.

사웨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사웨는 기록만으로 자신을 증명하려 하지 않았다. 그는 케냐 선수들의 도핑 문제로 커진 불신을 의식해 세계육상청렴기구의 추가 검사를 자청했고, 지난해 베를린 마라톤을 앞두고 예고 없는 검사를 25차례 받았다. 그는 “내 기록에 의심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빠르게 달리는 것만큼 깨끗하게 달리는 것도 그가 해낸 셈이다.

사웨의 대기록으로 인해 마라톤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바뀌었다. “인간이 2시간을 깰 수 있는가”가 아니라 “인간은 1시간 58분대까지 갈 수 있는가”로 말이다. 운동생리학자들은 마라톤의 이론적 한계시간을 1시간 57분 58초로 제시한 바 있다. 이 정도 기록을 내려면 1㎞ 기록을 2초씩 단축해야 한다. 그건 세계 정상급 마라토너에게도 거대한 벽이다.

사웨는 다음 목표를 공개했다. 그는 “1시간 58분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충분히 준비하고 좋은 컨디션을 갖춘다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력한 무대는 오는 9월 27일 열리는 베를린 마라톤이다. 베를린은 세계 6대 메이저 마라톤(뉴욕·보스턴·시카고·런던·베를린·도쿄) 코스 중 가장 편한 곳이다. 도로가 매우 평탄하고, 급커브가 적으며, 직선 구간이 길고, 도로 폭이 넓어 집단 페이스 유지에 유리하다. 공식 홈페이지도 베를린 코스를 “월드 메이저 중 가장 평탄한 코스”로 소개한다. 실제로 남자 마라톤 세계기록은 지금까지 13차례나 베를린에서 작성됐다. 경험이 더 쌓이고, 훈련과 영양, 장비가 다시 맞물린다면 1시간 58분대는 허황한 상상이 아닐 수 있다.

런던에서 마라톤의 2시간 벽은 끝났다. 그런데 사웨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공식 대회 최초 ‘서브 2’ 주자가 됐고, 이제 1시간 58분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베를린에서 그가 다시 신기록을 수립한다면 인간 한계에 대한 정의는 또 바뀔 수밖에 없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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