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게놈 해독의 개척자’ 크레이그 벤터…79세 나이로 별세

이병철 기자 2026. 5. 1. 14:1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인간 유전체(게놈) 해독을 이끌었던 미국의 과학자 존 크레이그 벤터가 79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벤터는 1990년대 인간 유전체를 해독하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진행되던 시기, 셀레라 지노믹스를 설립하고 독자적인 유전체 분석을 이끌었다.

벤터와 인간 게놈 프로젝트 연구진은 2000년 인간 유전체 초안을 함께 발표했다.

벤터는 인간 유전체 분석에 기여한 공로로 2007년 스크립스 해양연구소에서 수여하는 '니런버그 상'을 수상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00년 인간 게놈 지도, 인간게놈프로젝트와 동시 발표
인간 유전체 해독에 기여한 존 크레이그 벤터가 2009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수여받고 있다./AP 연합뉴스

인간 유전체(게놈) 해독을 이끌었던 미국의 과학자 존 크레이그 벤터가 79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크레이그벤터연구소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벤터가 암 치료 과정 중 숨졌다고 밝혔다. 크레이그벤터연구소는 벤터가 설립한 비영리 연구 기관이다.

벤터는 1990년대 인간 유전체를 해독하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진행되던 시기, 셀레라 지노믹스를 설립하고 독자적인 유전체 분석을 이끌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에너지부(DOE) 등이 지원하던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진행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다고 판단, 독자 개발한 기술을 활용해 이들과 경쟁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벤터가 개발한 ‘샷건 시퀀싱’은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진행 속도를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유전 정보가 담긴 디옥시리보핵산(DNA)을 무작위의 작은 단위로 쪼갠 뒤 각 조각의 염기서열을 분석해 이를 다시 조립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방식보다 매우 빠른 속도로 유전체 분석이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도 벤터의 샷건 시퀀싱을 적용하면서 연구에 속도가 붙었다. 벤터와 인간 게놈 프로젝트 연구진은 2000년 인간 유전체 초안을 함께 발표했다. 인간의 질병과 유전적 기원을 밝히는 데 가장 중요한 이정표가 탄생한 순간이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 연구진은 유전체에서 핵심 기능을 하는 92%를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 2022년에는 나머지 8%에 대한 해독도 이뤄지면서 세포 분열에 해당 부분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벤터는 인간 유전체 분석에 기여한 공로로 2007년 스크립스 해양연구소에서 수여하는 ‘니런버그 상’을 수상했다. 2009년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 과학 훈장까지 받았다. 그는 유전 정보를 해독한 데 이어 합성 유전자로 인공 생명체를 만드는 시도도 했다.

벤터가 이끄는 크레이그 벤터 연구소(JCVI)는 2010년 인공 합성한 유전자를 가진 박테리아 ‘JCVI-syn1.0′을 개발했다. 최초의 인공 생명체였다. 연구진은 유전자를 없앤 세균에 인공 합성한 유전자를 주입했다.

벤터 박사 연구진은 2016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유전자 493개를 가진 인공 생명체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원래 이 세균은 유전자가 901개인데 유전자 분석을 통해 최적화시켜 473개만으로도 충분히 생존과 증식을 할 수 있었다.

미국 표준기술연구소와 매사추세츠 공대(MIT) 연구진은 지난 2021년 국제 학술지 ‘셀’에 크레이그 벤터 박사가 만든 인공 생명체 버전 3.0에 유전자 7개를 추가해 실제 박테리아처럼 균일하게 분열하고 자라도록 했다.

인공 생명체는 자연을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능력을 가질 수 있다. 인공 박테리아처럼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설계하는 합성생물학은 치료제나 바이오 연료 등 유용 물질을 최소 경비로 생산하는 도구로 주목 받고 있다.

벤터는 젊은 시절 베트남전쟁 전장에서 겪은 기억을 바탕으로 의학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나중에 수명 연장과 질병 진단을 위해 휴먼 론지비티(Human Longevity)와 디플로이드 지노믹스(Diploid Genomics)를 창업하기도 했다. 휴먼 론지비티는 AI와 노화 연구를 결합해 수명을 연장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디플로이드 지노믹스는 유전체 정보를 이용한 질병 진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벤터가 개발한 유전체 분석 기술은 현재 진보된 기술이 나오면서 사용되고 있지 않으나, 유전체 연구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앤더스 데일 크레이그 벤터 연구소 대표는 “그의 리더십과 비전이 유전체학계와 합성생물학의 발전을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