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있는 아버지께 홍삼 선물” 의사가 말리는 이유[안경진의 약이야기]
당뇨약과 함께 섭취 시 저혈당 발생 주의
만성질환자, 건기식 복용 전 전문가와 상의
건강기능식품 표시·GMP 인증 마크 확인

“어버이날 선물 준비했어?”
평소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기로 소문난 친구 하나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단톡방)에 질문을 올렸습니다. 5월에는 선물할 곳이 많아 건강기능식품으로 통일하곤 했는데, 우연히 ‘당뇨병 환자는 홍삼 섭취를 주의해야 한다’는 유튜브 영상을 접한 뒤로 고민이 생겼다고요. 양가 부모님 모두 당뇨약을 드신 지 몇 년 됐는데, 그동안 건강을 위해 챙겼던 홍삼 선물이 해가 됐던 건 아닐까 싶어 혼란스러운 모양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친구의 걱정은 맞을수도 있고 틀릴수도 있습니다.
홍삼은 면역세포를 증가시키거나 그 기능을 조절하는 단백질의 분비를 높여 면역력 증진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졌죠. 그 밖에도 혈중 젖산 농도와 크레아틴산 수치 등을 감소시켜 육체적인 피로를 개선하고 혈액흐름 및 기억력 개선, 항산화, 혈당 조절, 갱년기 여성의 건강에 도움을 주는 등 다양한 기능성이 인정됐습니다. 홍삼의 핵심 유효성분인 사포닌(진세노사이드) 덕분이죠.
간혹 홍삼이 혈당을 올린다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진세노사이드가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고 인슐린 분비 능력을 향상시켜 혈당을 낮출 뿐 아니라, 약 3개월간의 평균 혈당치를 반영하는 당화혈색소(A1c)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여럿 나왔습니다. 식욕 억제와 혈당 조절에 관여하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호르몬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합니다. 최근 비만 치료제로 각광받는 ‘위고비’와 ‘마운자로’에 들어있는 바로 그 성분이죠. 여기까지 들어보면 당뇨병 환자에게 이보다 더 좋은 선물이 있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뭐가 문제냐고요? 홍삼을 고농도로 농축한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당뇨병 환자를 위한 명확한 명확한 지침이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진세노이드 외에도 여러 성분이 상호작용하면서 인슐린 작용이 강화될 수 있기 때문이죠. 평소 당뇨약을 먹으면서 혈당 조절이 잘 되고 있는 환자가 홍삼 건강기능식품을 장기간 복용하면 저혈당이 발생할 위험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홍삼의 혈당 개선 효과가 당뇨병 치료제와 시너지를 일으키는 셈이죠.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당뇨약과 홍삼을 함께 섭취하면 저혈당 증세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당뇨병 환자에게 저혈당은 치명적이죠. 뇌세포는 포도당을 영양분으로 사용하므로 저혈당 상태가 15~20분 이상 지속되면 영양분 공급이 줄어 뇌세포가 손상될 수 있습니다. 홀로 계시는 시간이 많은 어르신들에게는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죠. 평소 혈당이 잘 조절되고 합병증이 없는 대다수 당뇨병 환자는 크게 걱정할 필요 없이 권장량에 맞게 섭취하면 됩니다. 다만 평소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거나 혈당 변동 폭이 크다면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하기에 앞서 전문의와 상의하는 편이 좋겠죠. 공복에 홍삼 제품을 섭취하는 것도 삼가야 합니다.
물론 홍삼 캔디나 홍삼 음료 같은 가공 제품은 예외입니다. 단맛을 내기 위해 당류와 같은 첨가물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혈당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당뇨병 못지 않게 흔한 고혈압 환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고혈압약과 홍삼을 함께 섭취하면 혈압 상승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가 필요하죠. 홍삼 자체에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서 와파린처럼 혈액을 묽게 하는 항응고제를 드시는 분도 복용을 피하는 게 좋다고 알려졌습니다.
기저질환이나 특별히 복용 중인 약이 없는 분에게 홍삼은 충분히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습니다. 기능성 제품을 찾는다면 포장 앞면의 건강기능식품 표시와 우수 건강기능식품 제조기준(GMP) 인증 마크를 먼저 확인하세요. 얼핏 비슷해 보여도 ‘기타가공품’이나 ‘액상차’로 분류된 제품은 기능성을 별도로 인정받지 않은 일반 가공식품입니다. 색이 짙고 점도가 높다고 해서 유효 성분이 많은 것도 아닙니다. 진세노사이드 함량과 제품의 점도는 아무런 관계가 없거든요. 포장에 표시된 진세노사이드 함량 수치를 직접 확인하고 고르는 게 현명합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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