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안 섞였어도 더 가까운 가족이죠"…황금연휴 빈자리 채우는 '돌봄 노동자'
혈연 넘어선 정서적 유대 공감대
"사회적 돌봄 시스템 체계 절실"

노동절부터 어린이날까지 이어지는 5월 초 황금연휴를 맞아 시민들은 나들이 계획으로 설렘이 가득하다.
하지만 모두가 일상을 잠시 멈추고 휴식을 준비할 때 누군가는 남들이 비워둔 자리를 채우기 위해 묵묵히 유니폼을 챙겨 입는다.
가족의 손길이 가장 그리운 '가정의 달' 요양보호사들은 기꺼이 연휴를 반납하고 어르신들에게 또 하나의 가족이 돼주고 있다.
"딸보다 더 잘해줘" 어르신 눈물에 담긴 진심
지난 30일 오후 3시께 찾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수완동의 한 요양원. 복도 한편에서는 80대 어르신이 보행기에 의지해 좁은 보폭으로 산책에 한창이었다. 요양보호사 오모(67)씨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의 팔을 다정하게 부축하며 보폭을 맞췄다. 산책이 적적하지 않도록 말동무 역할도 자처한 오씨는 "오늘은 어르신 컨디션이 참 좋아 보이네요. 조금만 더 힘내볼까요?"라며 따뜻한 격려를 건넸다.
"보호사 선생님들이 꼭 딸 같으시겠어요"라는 질문에 어르신은 "딸보다 더 잘해줘서 너무 고마워"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함께 걷던 어르신은 지팡이가 돼주는 오씨의 손을 꼭 쥐더니 이내 붉어진 눈시울을 훔쳤다.
오씨는 "매일 살 비비며 지내다 보면 피가 섞이지 않았어도 진짜 가족 같다"며 "특히 이번처럼 연휴가 찾아올 때면 우리라도 곁을 더 든든히 지켜야 어르신들 마음이 다치지 않는다"고 미소 지었다.
어르신 모시며 떠올리는 '우리 엄마'
요양보호사들에게 5월은 몸은 고되도 마음만큼은 어느 때보다 충만한 시기다. 늘 어르신 곁을 지켜야 하는 직업 특성상 명절이나 연휴에도 편히 쉬어본 적이 드물지만, 이들이 느끼는 보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든든한 원동력이다. 어르신들의 주름진 손을 잡고 걷다 보면 '진짜 내 부모님'에 대한 애틋함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죄책감 대신 안심으로…"편견 바꿔주세요"
세간에서는 요양보호사를 기저귀를 갈고 거동을 돕는 고된 육체노동자로만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들이 어르신들과 나누는 정서적 교감은 진짜 가족 못지않게 끈끈하고 깊다.
요양보호사들은 요양원이 어둡고 답답한 곳이라는 일각의 선입견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단순히 어르신들의 숙식을 돕는 곳을 넘어, 남은 생을 더 행복하게 보내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보살피는 공간이라는 설명이다.
오씨는 "이곳은 수용 시설이 아니라 어르신들이 세심한 배려 속에서 웃음을 되찾는 삶의 공간"이라며 "과거와 달리 청결한 환경과 체계적인 영양 관리가 이뤄지는 것을 보며 나조차 '나중에 우리 엄마도 안심하고 모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아이 키우듯 사회가 함께 지켜주는 시스템 필요"
과거 요양원은 자식이 부모를 맡기는 곳이라는 편견 속에 죄의식과 거부감이 교차하던 공간이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요양원이 이제 노후를 위한 필수적인 사회 시스템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씨는 "예전에는 죄책감을 느끼던 자녀들도 이제는 가정보다 전문적인 보살핌을 받으며 건강이 좋아지는 부모님 모습에 안심한다"며 "오히려 가족 간의 부담이 줄어드니 면회도 잦아지고 관계가 더 돈독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씨 역시 이러한 변화가 긍정적인 방향임을 거듭 밝혔다. 오씨는 "예전에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던 것처럼, 이제는 어르신들을 마을과 사회가 함께 지켜주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며 "우리가 어르신들을 돌보는 동안 가족들은 안심하고 자기 삶에 전념할 수 있도록 사회적 돌봄 시스템이 더 잘 구축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