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시장 재편…옥석 가리기 본격화

한경ESG외고 2026. 5. 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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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시장은 정책 전환으로 ‘인증서 중심’에서 ‘실물 전력·장기계약 중심’으로 재편되며, 산업 내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결국 향후 승자는 생산량이 아니라 계약·저장·전달 역량을 갖춘 기업이며, ESS·전력 인프라 중심으로 투자 기회가 이동하고 있다

[한경ESG] - 커버스토리 
재생에너지 대전환 투자지도 바뀐다 


중동발 에너지 위기 속에서 재생에너지는 더 이상 ‘미래 에너지’가 아니다. 이제는 ‘지금 당장 필요한 에너지’로 자리 잡았다. 한국도 2024년 말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사상 처음 10%를 넘어섰으며, 정부는 2030년 100기가와트(GW) 보급을 목표로 내걸었다. 

여기에 올해 들어 재생에너지법 개정안 통과, 해상풍력 특별법 시행, 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제도의 단계적 폐지 논의까지 이어지며, 정책의 판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향 재생에너지 산업 내에서 어떤 옥석 가리기가 전개될지에 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 2월 12일, 재생에너지법을 포함한 8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들은 이격거리 규제의 원칙적 금지,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의 법적 분리가 핵심이다. 여기에 더해 RPS 폐지와 계약시장 전환을 담은 별도 개정안 역시 여야에서 모두 발의돼 통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한국에너지공단 또한 2027년 계약시장 시행을 전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련의 제도 변화는 단순한 정책 보완을 넘어, 재생에너지 시장의 작동 방식 자체를 재편하는 신호로 읽힌다.

변화의 방향은 비교적 명확하다. 재생에너지의 가치 기준이 ‘인증서(REC·녹색프리미엄)’에서 ‘실물 전력의 안정적 공급’으로 이동한다. 과거에는 REC를 사고파는 것이 수익의 핵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장기계약을 확보하고 전력을 안정적으로 저장·전달할 수 있는 사업자가 승자가 된다. K-RE100 조달량의 98%를 차지하는 녹색프리미엄이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서류상 친환경’에서 ‘추가성 있는 장기계약’ 중심으로의 전환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산업별 현주소와 투자 포인트는

01 태양광 
태양광 설치는 한국, 제조는 중국

태양광 산업은 한국 재생에너지 확대의 대표적인 성과로 자주 언급된다. 실제로 누적 설치 30.8GW(2025년), 신규 보급 3.16GW(2024년)라는 수치는 양적 성장만 놓고 보면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이 수치만으로 산업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것은 다소 성급하다. 태양광에서는 ‘설치 시장’과 ‘제조 시장’을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제조 밸류체인을 보면 현실은 더욱 분명해진다. 중국은 폴리실리콘 90%, 웨이퍼 95%+, 셀 85~90%, 모듈 80% 수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조달 시장 상황은 오히려 더 극단적이다. 한국에 설치되는 셀 중 중국산 비중이 2019년 38%에서 2024년 95%까지 급증했다. 설치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과실은 결국 중국이 가져가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한국 기업은 사실상 한화솔루션이 유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솔루션은 미국 내 풀 밸류체인을 구축하며,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관세 정책의 수혜를 동시에 받고 있다. 이 점을 고려하면 단순히 정책 환경이 우호적으로 바뀐다는 이유만으로 국내 소형 제조사에 접근하는 것은 구조적 열위를 간과한 판단이 될 수 있다.

결국 태양광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제조’가 아닌 ‘개발·운영·전력거래’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오프테이커(수요처)가 확보된 전력구매계약(PPA) 프로젝트, 자가소비형 설비, 발전량 예측·운영 및 유지보수(O&M) 역량을 갖춘 사업자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시야에서는 퍼스트솔라와 한화솔루션과 같은 기업들이 이러한 흐름을 대표한다. 단기적으로 1~2년간 전환기적 혼란이 불가피하겠지만, 3~5년의 시계로 보면 기업 PPA와 분산 전원 중심으로 재평가가 이뤄질 여지가 충분하다.

02 풍력  
해상풍력, 인프라가 기회다

풍력에서 특히 해상풍력은 정책 변화의 수혜가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영역으로 꼽힌다. 2026년 3월 시행된 해상풍력 특별법은 인허가 기간을 기존 10년 이상에서 3~4년 수준으로 단축시키고, 7~8GW 규모의 입찰 로드맵을 제시했다.

오스테드 인천 1.5GW, 보령 집적화단지 1.3GW 등 대형 프로젝트들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물론 현실적인 제약도 분명하다. 현재 누적 설치는 320메가와트(MW)에 불과하고, 2030년 목표는 14.3GW에 달한다. 격차는 분명하지만 이러한 공격적인 목표가 밸류체인 기업에게는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동안 해상풍력은 긴 인허가와 REC 가격 변동성, 대규모 투자비라는 삼중고 속에서 금융조달이 극도로 어려운 산업이었다. 하지만 특별법과 장기계약시장 도입 논의는 이러한 구조를 바꾸는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가능해지는 최소한의 전제 조건이 갖춰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중장기 재평가 가능성도 충분히 거론된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발전 그 자체보다 해상풍력 발전의 밸류체인 인프라다. 해저케이블(LS전선), 하부구조물(SK오션플랜트), 타워(씨에스윈드), 터빈(두산에너빌리티) 등 주요 기자재 기업들이 핵심축을 형성한다. 다만 시간과 방향이 맞아도 실적 반영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유럽 오스테드의 사례에서 확인되듯, 해상풍력은 정책뿐 아니라 금리·실행력 변수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 산업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03 ESS + 전력 인프라 구조변화의 최대 수혜 

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연적으로 또 다른 문제를 동반한다. 특히 저장과 전달이 병목이다. 제주의 반복적 출력제어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전력 인프라는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니라 구조적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2025년 처음 열린 ESS 중앙계약시장에서 563MW가 15년 장기계약으로 선정된 것은 중요한 변화다. 이는 그동안 단기 보조금에 의존하던 ESS 사업이 예측 가능한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8년까지 23GW 규모의 장주기 ESS 구축 목표가 제시된 점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가상발전소(VPP) 역시 주목할 분야다. SK E&S와 한화큐셀 등이 이미 움직이고 있지만 전력 중개 수익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제도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기업 측면에서는 LS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과 같은 ESS 시스템·전력변환장치(PCS)·배전기기 제조사들이 구조적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SDI 등 배터리 셀 업체들도 북미 ESS 수요 확대에 따라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다만 제도 보상체계가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않았다는 점은 리스크로 남는다. 결국 하드웨어 공급에 머무르는 기업과 운영 소프트웨어까지 아우르는 기업 간 격차가 점차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04 수소 인내가 필요한 후행 수혜 부문 

수소 산업은 외형 성장 측면에서는 꾸준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수소차 누적 보급은 2025년 기준 4만5093대를 기록했고, 청정수소발전의무화(CHPS)를 통한 별도 입찰시장도 운영되고 있다. 다만 밸류체인 내부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훨씬 복합적이다. 

생산 부문인 그린수소는 여전히 높은 원가 구조로 인해 상업화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 반면 활용 부문인 연료전지, 저장탱크, 충전 인프라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소를 하나의 단일 테마로 묶어 접근하기보다는, 수전해 원가 하락 속도와 CHPS 입찰 물량 확대라는 두 가지 축을 분리해 추적할 필요가 있다. 재생에너지 정책 변화의 직접적인 수혜라기보다는 후행적 성격이 강한 만큼, 관련 지표가 동시에 개선되는 시점을 기다리는 접근이 보다 현실적이다.

정책 전환의 수혜 부문과 투자의 방향성은

정책 전환의 흐름 속에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주체는 중소형 태양광 개발사다. 그동안 이들의 핵심 수익 모델이었던 ‘발전소 건설→REC 현물 판매→시세 차익’ 구조가 사실상 작동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수익 감소를 넘어 사업 모델 자체의 전환을 요구한다. 장기 PPA 역량을 확보하거나, 우량 개발사에 프로젝트를 매각하는 전략이 점차 불가피해지고 있다. 투자자 역시 포트폴리오 내에서 REC 현물 의존도가 높은 기업이나 자산을 점검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제조 부문 역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제조원가가 높은 일부 국내 소형 태양광 업체들은 정책 환경이 우호적으로 바뀌더라도 구조적인 한계를 피하기 어렵다. 국내 조달 시장의 95%가 중국산으로 채워진 현실은 단기간에 바뀌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태양광 제조 투자는 한화솔루션(미국)이나 퍼스트솔라와 같이 비중국 공급망 내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으로 시
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해외 사례는 이러한 흐름을 보다 분명하게 보여준다. 미국의 IRA는 퍼스트솔라에 실질적인 기업가치 상승을 가져왔고, 생산능력 역시 6GW에서 13GW로 확대됐다. 그러나 동시에 트럼프 2기 이후 정책 불확실성이 부각되며 주가 조정이 나타난 점은 정책 수혜가 항상 일방향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유럽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스테드는 해상풍력 낙관기에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이후 금리 상승과 비용 부담이 겹치며 주가가 절반 수준으로 하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중국 역시 태양광 시장 점유율 80% 이상을 장악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60% 이상 하락하면서 주요 제조사들이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점유율이 곧 수익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다.

이러한 글로벌 경험은 한국 시장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태양광 전 밸류체인을 무리하게 재건하기보다는 이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ESS, 전력기기, 해상풍력 기자재, PPA 플랫폼 등 특정 영역에 집중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전략으로 읽힌다. 글로벌 투자자 관점에서 한국 재생에너지 산업 전체의 매력도는 아직 중간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선별된 영역에서는 충분한 투자 기회가 존재한다.

재생에너지 시장은 지금 제도 전환기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지만, 방향성만큼은 분명히 개선되고 있다. 발전 비중이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해상풍력 특별법과 ESS 중앙계약시장 도입 등 민간 투자의 기반이 되는 제도적 조건이 하나씩 갖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앞으로의 경쟁 구도는 단순한 생산량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많이 만드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안정적으로 계약하고, 저장하고, 전달할 수 있느냐’가 핵심 기준이 될 것이다. 태양광은 선택적인 기회의 영역으로, 해상풍력은 중장기 관점에서 지켜봐야 할 분야로, ESS와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는 구조적 수혜가 기대되는 영역으로, 수소는 선행 지표를 점검하며 인내가 필요한 분야로 구분해 접근하는 것이 보다 자연스럽다. 

재생에너지 투자의 지형은 지금 다시 그려지고 있다.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 그러나 바로 그 불확실성 속에서 방향을 먼저 읽는 투자자에게 기회가 열릴 가능성 또한 커지고 있다.

김준섭 KB증권 ESG리서치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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