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악재 해소되는 한국 증시…원·달러 환율, 어디까지 떨어지나[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읽기]

작년 11월 이후 한국 증시에 부담이 됐던 세 가지 악재가 해소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개방과 관련해 변수가 남아 있지만 사모 대출 부실 조짐에 바퀴벌레 이론을 경고했단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이 시스템 위기로 전염될 확률이 적다고 주장했다. 앞서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같은 입장을 밝혔다.
◆ 한국 증시 부담 요인 해소 조짐
모든 위기는 유동성, 시스템, 실물경제 순으로 전이되는 것이 전형적인 경로다. 첫 신호인 유동성 부족이 위기로 인식되는 때는 증거금에 문제가 생기는 마진콜이 발생하는 시점부터다. 이때가 닥치면 마진콜을 해결하기 위해 기존 투자 자산을 회수하는 디레버리지 과정에서 시스템 위기로 전이되기 때문이다.
사모 대출은 금융위기 재발 방지 차원에서 마련된 도드-프랭크(D-F)법 규제 밖에서 파생된 회색지대 금융이다. D-F법 시행 이후 제도권 금융사를 대상으로 자기자본, 레버리지 비율 등을 대폭 강화하자 비상장 기업은 자금조달이 어려워졌다. 이 틈을 파고들어 사모 대출 펀드가 조성된 만큼 규모가 커질수록 또 다른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되지 않겠느냐 우려돼 왔다.
사모 대출 부실 우려가 완화되면 AI 과잉 투자 우려도 해소될 확률이 높다. 작년 11월 이후 AI 과잉 투자 우려는 사모 대출 부실로 자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사모 대출 부실이 시스템 위기로 전이될 확률이 낮다고 판단되자 AI 주가는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모집액 대비 투자자금 유입액 비율도 100%를 넘어섰다. 자금 부족이 해소됐다는 의미다. 오히려 자체 신용을 통한 자금조달이 늘어나 질적으로 건전화되고 있다. 대형 은행의 주도로 예상 매출, 미래 잠재 가치, 무형 자산 등에 대한 평가 방식도 만들어지고 있어 회색지대에 낀 구름도 조만간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사모 대출 부실과 AI 과잉 투자 우려가 초코포인트로 반도체의 위상은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 공급망 체인상 후공정, 전공정, 소재부품 순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에서 수급 간 불균형이 더 심해지는 ‘채찍 효과(bullwhip effect)’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경제적 의미로 초크포인트란 호르무즈해협처럼 세계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공급망의 핵심을 말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요시 셰피 교수가 주장한 채찍 효과를 간단한 예를 통해 알아보면 하루 100개의 제미나이를 생산하고 5일분의 재고를 가져가는 AI 기업이 하루 생산량을 200개로 늘린다면 재고분 1000개를 맞추기 위해 800개를 더 주문해야 한다. 주문이 폭주한 반도체 시장은 수급 불균형이 증폭되면서 가격이 급등하게 된다.
기업의 재고 정책도 바뀔 수밖에 없다. 반도체와 같은 핵심 소재 재고 정책은 크게 JIT(Just IN Time·적시 조달 통한 재고비용 최소화)와 JIC(Just IN Case, 비용 절감보다 핵심 소재 확보)로 양분된다. 자유무역과 시장경제가 잘 작동되는 때는 JIT가 중시됐다. 하지만 최근처럼 보호주의가 확산되고 전쟁과 같은 디스토피아 시대가 전개되는 경영환경에서는 조달이 안 되면 생존 자체가 어려워져 JIC를 더 중시하게 된다.
초크포인트로 위상이 강해질수록 반도체 기업은 수요처가 고정되는 락인(Lock-in), 매출액이 늘어날수록 영업이익은 더 늘어나는 레버리지(Leverage), 금융상품 등으로 유입되는 풍부한 유동성(Liquidity) 등 이른바 ‘트리플 L(3L)’ 효과가 나타난다. 2027년 말까지 예상됐던 반도체 슈퍼사이클 국면이 그 후로 연장될 것이라는 빅 사이클론이 나오는 가운데 거품 붕괴 우려가 나왔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목표가가 계속해서 상향 조정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모 대출 부실, AI 과잉 투자, 반도체 주가 거품 붕괴 우려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위기설이 나돌았던 곳이 국내 외환시장이다. 먼저 원·달러 환율 수준이 너무 높아 불안한 것이다. 특정국 통화 가치의 적정선을 따지는 가장 보편적인 잣대인 실질실효환율로 보면 원·달러 환율의 적정선은 1330∽1350원으로 추정된다.
◆ 환율 변동성 심하다고 위기 발생하지 않아
하지만 단순히 원·달러 환율 수준이 높다고 해서 위기가 우려되는 것은 아니다. 외화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면 오히려 순수출 기여도가 높아지면서 금리인하, 재정지출 증대보다 성장률 제고 효과가 크다. 올해 1분기 무역수지가 500억달러에 근접함에 따라 성장률(전분기비)이 1%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단적인 예다.
환율 수준과 함께 외화가 부족하냐에 있어서는 적정 규모를 따지는 방법이 중요하다. 일단 우리 외화 적정 규모가 8000억달러로 지금이라도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로 제시됐던 국제결제은행(BIS) 방식은 공식적으로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BIS 통화경제국장으로 있었던 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도 이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우리 외화 보유액인 4236억달러는 국제통화기금(IMF), 그린스펀-기도티, 캡티윤 등 모든 기준으로 본 적정 규모보다 많다. 가장 넓은 개념인 캡티윤 방식으로 추정한 적정 규모도 3800억달러 내외로 나온다. 지난해 1230억달러가 넘었던 경상수지 흑자도 올해는 2000억달러를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화 유동성 논쟁이 나올 때마다 부족론자는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를 왜 체결하지 못하느냐는 이유를 들어 위기론을 거론하는 것도 그렇다. 주무 부서인 미국 Fed는 통화 스와프 체결 국가로 중국을 제외한 IMF 특별인출권(SDR) 바스켓 통화국에 한정한다. 기축통화로 달러화 위상을 지키기 위한 원칙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커졌다고 해서 위기가 발생한다는 주장도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전쟁이 겹치는 지난 3월에는 평균 하루 변동폭이 11원이 넘어 동남아 통화보다 더 심하게 움직였다. 일부에서는 원화가 이류 통화로 전락한 만큼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해야 한다는 시각까지 나왔다.
하지만 환율의 변동성이 심하다고 해서 위기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국 통화 가치를 결정하는 머큐리(Mercury·펀더멘털)와 마스(Mars·정책) 요인 중 전자에 문제가 없으면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 환율 변동과 관련된 다양한 금융상품이 나오면서 외환시장의 중층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 면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은 달러당 네 자리 환율을 한 자리대로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전쟁과 같은 디스토피아 시대가 전개되는 여건에서 상황 논리에 따라 추진하면 환율 변동성이 더 심해지면서 실패로 끝난다. 금융위기 이후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했던 국가는 대부분 실패로 끝나면서 지금까지도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신현송 한은 총재도 현재 원·달러 환율 수준과 변동성, 외화 유동성에 특별히 문제가 없다는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 증시에 낀 트리플 악재가 해소되는 만큼 원·달러 환율도 제 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피 지수는 과연 얼마나 더 오를까? 골드만삭스, JP모간 등은 코스피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조만간 8000 시대가 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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