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확 줄어들 수도"…기업들 '멘붕' 빠뜨린 '근로자 추정제'

김정우 2026. 5. 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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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관계 전문가 이광선 율촌 변호사 인터뷰
"무조건 근로자로 간주"…입증 책임의 대전환
"이대로 도입하면 기업들 큰 혼란 겪을 것"
이광선 율촌 변호사 약력. 성균관대 법대 졸업. 고려대 법과대학(노동법) 석사. 2006년 CJ(주) 법무팀. 법무법인 지평 노동그룹장. 2023년 법무법인 율촌. 2026년 율촌 노란봉투법 대응센터 공동센터장(현). 사진=이승재 기자


“이대로 법이 시행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사법연수원 35기)는 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근로자 추정제’에 대해 “도입할 경우 기업들이 큰 혼란을 겪을 것이 분명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최근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이른바 ‘근로자 추정제’ 도입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산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근로자 추정제의 핵심은 프리랜서나 플랫폼 종사자의 근로자성 여부가 다퉈질 때 일단 근로자로 간주하고 사용자가 ‘근로자가 아님’을 직접 증명하게 하는 것이다.

배달 라이더, 웹툰 작가, 프리랜서 등 이른바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이를 도입하려고 하지만 경영계는 이 법이 산업 구조의 특수성을 무시한 무리한 입법이라며 강력히 반발하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노사관계 전문가인 이 변호사는 “기업이 직접 근로자가 아님을 증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하며 “도입하더라도 반드시 보완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Q.근로자 추정제가 언제쯤 도입될 것으로 보는가.
“당초 정부·여당은 노동절(5월 1일) 이전 처리를 목표로 근로자 추정제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관련 법안 심사를 모두 보류하면서 5월 입법은 사실상 무산된 상황이다. 다만 정부·여당이 워낙 강력하게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른 시일 안에 국회의 문턱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대로 법이 시행된다면 산업계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본다.”

Q.근로자 추정제 도입 시 산업계에 어떤 파장이 예상되나.
“제일 큰 변화는 ‘입증 책임의 전환’에 따른 소송 증가다.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복잡한 기준을 생략한 채 ‘타인에게 직접 노무를 제공한다’는 외형적 사실만으로 근로자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근로자 추정제의 핵심이다. 현행 법 체계에선 지휘·감독 여부, 출퇴근 관리, 종속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근로자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되면 이러한 실질 관계와 상관없이 사용자가 ‘노동자가 아님’을 입증하지 못하는 순간 모든 계약 관계는 근로계약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즉 법적으로 모든 프리랜서들을 일단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추정을 해주는 것인데 문제는 이들이 회사와 계약이 종료되거나 퇴직을 할 때 당연히 내가 근로자이기 때문에 퇴직금이나 쓰지 못한 연차에 수당을 달라고 할 것이고 회사가 이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바로 소송으로 이어질 것이다. 변호사나 로펌 입장에서도 소송하기가 너무 쉽다. 법에서 이미 근로자로 추정하니까 법원에 소장만 내면 간단히 소송이 시작된다. 관련된 소송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Q.기업 입장에서도 소송에 대응하는 데 큰 비용이 들 것 같다.
“소송 비용도 비용이지만 더 큰 문제는 근로기준법상 책임이 민사책임에 그치지 않고 형사책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 프리랜서 근무자가 소송을 통해 근로자로 인정됐다고 가정해 보자. 이 과정에서 임금 체불이나 근로시간 규정 위반 등이 또다시 문제가 될 수 있다. 즉 기업이 손해배상에 대한 책임 외에도 벌금이나 징역 등 형사처벌까지 받게 되는 것은 물론 기업 이미지까지 실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소송 결과 이런 사례들이 많이 나타난다면 결국 기업들이 일자리까지 줄이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Q.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기업들도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내부 구조를 뜯어고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수의 프리랜서들을 채용해온 기업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프리랜서들이 계속해서 잡음을 일으키면 가만히 이들을 두고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아마 일 잘하는 몇몇만 선별해 직접 고용하고 나머지와는 계약을 종료하는 식의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또 최근에는 기술이 워낙 발달하다 보니 일부 직군의 경우 사람 대신 AI나 로봇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업무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일자리 구하는 것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Q.근로자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면 해결되는 것 아닌가.
“현재 이를 증명하기가 매우 어렵다. 근로자성 입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상당한 지휘 명령’이다.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되면 ‘상당한 지휘 명령’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되는 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프리랜서 계약을 하고 출퇴근을 자유롭게 지정했더라도 수시로 업무 상황을 보고받았던 정황 등이 확인될 경우 실질적인 지휘·감독이 있었다는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Q.근로자 추정제의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나.
“우선 근로자 추정제의 적용 범위가 너무 넓은데 이를 명확히 해줘야 한다. 즉 근로자로 인정해야만 하는 특정 조항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사업자로부터 거둬들인 수입의 비율, 또는 업무 기간이 어느 정도 이상 될 경우에만 근로자로 인정한다고 구체적으로 명시해줘야 한다. 또 근로자 추정을 어떻게 깰지에 대한 가이드도 반드시 마련해야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Q.기업들에서도 근로자 추정제 도입 관련 문의가 많이 들어올 것 같다.
“일단 금융권 쪽이 비상이 걸렸다. 채권추심원, 대출상담사, 카드모집인들과 같은 이들이 모두 개인사업자로 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근로자 추정제 시행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방송업계나 렌털 업계의 경우에도 프리랜서가 많기 때문에 관련한 자문이 많이 들어온다. 안타까운 부분은 여기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기업도 많다는 점이다. 안 그래도 ‘노란봉투법’ 때문에 기업 내부적으로 정신이 없는 상황이다 보니 근로자 추정제까지 신경을 미쳐 쓰지 못하는 곳도 많다. 이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근로자 추정제가 노란봉투법만큼이나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Q.기업들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법이 시행되고 나서 준비하면 늦다. 지금부터 점검해서 근로자성 부분 등을 판단하고 또 개선해야 한다. 그다음 소송이 제기됐을 때 어떻게 입증할지 등에 대한 프로토콜도 만들어야 한다. 체계적인 대응책 마련을 위해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참고로 율촌도 많은 기업들에 근로자 추정제에 잘 대비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다양한 세미나 등을 준비한 상황이다. 가령 근로자 추정제가 통과 안 되더라도 이 작업들이 기업들에는 반드시 필요하다. 언제든 현행 법 체계에서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부분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준비들을 미리 해놓는 작업이 추후에 기업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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