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영웅’이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한 가지만 해결하면 된다, 최고 마무리 클래스 건재하다

[스포티비뉴스=대전, 김태우 기자] SSG 마무리 조병현(24)에 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 대회였다. 성인 대표팀 레벨에서는 최대 규모, 최고 수준 대회인 WBC에서 호투 이상의 투구를 펼치며 자신의 성장을 과시했다.
조병현은 WBC 4경기에 나가 5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80, 이닝당출루허용수(WHIP) 0.60의 좋은 성적표와 함께 귀국했다. 세계무대 기준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패스트볼을 던지며 전체적으로 부진했던 대표팀 마운드에서 제 몫을 한 몇 안 되는 선수로 활약했다. 리그를 대표하는 좋은 마무리에서, 한국 대표팀을 대표하는 불펜 투수로 발돋움한 계기라 선수들에게는 의미가 남달랐다.
그런데 그런 조병현의 투구가 흔들리며 ‘WBC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사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패스트볼 구속이 지난해보다 다소 떨어졌고, 여기에 커맨드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69경기에서 30세이브, 평균자책점 1.60을 기록하며 리그 최고 마무리로 활약한 조병현은 다른 것은 몰라도 패스트볼 커맨드 하나는 흔들리지 않았던 선수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과 느낌이 약간 다르다.
4월 28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경기에서도 그런 모습이 드러났다. 이날 8회 2사 후 등판한 조병현은 9회 상대 타자와 승부에서 어려움을 겪더니 결국 폭투로 동점을 허용하며 시즌 첫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패스트볼 커맨드에 다소간 난조가 있었고, 이는 변화구를 적극적으로 던지지 못하는 문제로 이어지면서 결국 이닝당 투구 수가 늘어났다. 올해 이닝당 투구 수는 확실히 지난해보다 많다.

이숭용 SSG 감독도 당시 투구가 지난해 한창 좋았을 때와 비교했을 때 차이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 감독은 “작년에 비해 팔이 조금 안 넘어온다는 느낌이 있다. 아무래도 좀 데미지가 있는 것 같다”면서 “정확하게 릴리스포인트를 못 찾더라. 병현이는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으면 쉽게 갈 수 있는데 그게 안 되니까 본인도 조금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쪽에서 고전을 하니 변화구도 쉽게 쓰지 못한다는 진단이다.
조병현은 2m에 가까운 굉장히 높은 릴리스포인트를 가진 선수다. 그리고 리그 최고의 패스트볼 수직무브먼트를 가지고 있고, 시속 150㎞에 가까운 구속이 동반된다. 타자가 볼 때는 높은 곳에서 높은 쪽 코스로 공이 쭉 살아 들어온다. 눈에서 가깝다보니 본능적으로 타격 시동이 걸리는데 워낙 수직무브먼트가 좋으니 방망이 위로 공이 지나간다. 커맨드만 되면 패스트볼 하나만으로 3연속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는 선수다. 그렇게 지난해 리그 최고 마무리가 됐다.
하지만 지금은 릴리스포인트가 일정하지 못해 공이 존 상단이 아닌 아예 존을 벗어난 높은 공이 되니 타자들 방망이가 나오지 않는다. 볼카운트 싸움이 불리해지면 변화구를 쓰기가 부담스럽고, 그러면 타자들은 패스트볼에 초점을 맞추니 아무래도 커트나 정타 확률이 높아진다. 올해 투구 수가 많아진 것도 이런 경향에서 나온다. WBC에서 일찌감치 몸을 끌어올리고 에너지를 소진한 것이 전체적인 힘의 균형을 깨뜨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몸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이 감독도 “항상 체크를 한다”고 구단 차원에서 확실하게 관리를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조병현 또한 “아프거나 그런 것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잘라 말한다. 또한 현재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조병현은 “이지영 선배님께서 말씀하시는데 투구시 왼 어깨가 빨리 열리는 부분이 있다고 한다”고 현재 어떻게 문제가 일어나는지 설명했다.
왼 어깨가 빨리 열리면 높은 릴리스포인트를 유지하기 어렵고, 그러다 보면 포인트가 들쭉날쭉해지기 마련이다. 조병현은 이 문제를 수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조만간 다시 정상적인 투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주 크게 흐트러진 것은 아니고 몸에 이상도 없는 만큼 꾸준히 연습을 하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크게 걱정하는 눈치는 아니다.
이런 문제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톱클래스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역설적으로 조병현의 공포를 설명할지 모른다. 조병현은 4월 현재 시즌 9경기에 나가 10⅓이닝을 던지며 1승4세이브 평균자책점 0.87, 피안타율 0.114를 기록 중이다. 볼넷만 조금 줄이면 나머지는 나무랄 것이 없는 최고 수준의 성적이다. 경험도 많이 쌓이면서 노련하게 버티고 있다. 한 가지만 해결되면, 지난해보다 더 나은 성적이 따라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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