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진절머리 난다”... 거리 두는 유럽 정상들
英총리, 전쟁발 에너지 비용 상승에 불만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던 유럽 정상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하고 있다. 자국 유권자들의 불만과 경제적 타격 사이에서, 유럽 지도자들은 트럼프와의 밀착 대신 자국 민심을 택하는 모양새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다. 취임 후 약 1년 동안 메르츠 총리는 미군에 독일 내 군사 기지 사용을 전면 허용하고, 호르무즈 해협에 소해정을 파견하기로 약속하는 등 트럼프와의 관계 구축에 공을 들였다. 백악관을 수시로 방문하고 방송에서 그를 치켜세우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연료비 폭등을 불렀고, 독일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끌어내렸다. 경제적 타격은 곧 정치적 위기로 이어져, 메르츠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기독민주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극우 성향의 독일대안당에 선두를 내주게 되었다.
국내외 압박에 직면한 메르츠 총리는 결국 폭발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학생들과의 만남에서 미국이 이란의 지연 전술에 “굴욕을 당했다”며,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뼈아픈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미국은 분명한 전략도, 출구 전략도 없다”고 작심 비판했다.

트럼프와 갈등을 빚는 것은 비단 독일만이 아니다. 유럽이 원하지 않았고 논의조차 되지 않았던 이란 전쟁에 대한 피로감이 대륙 전체를 휩쓸고 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비용 상승에 불만을 표하며 트럼프에게 “진절머리가 난다”고 직격탄을 날렸고, 영국의 미군 기지 사용 문제로도 갈등을 빚어 왔다.
트럼프의 핵심 우방으로 꼽히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역시 트럼프와 교황 레오 14세 간의 설전에서 교황의 편을 들었다. 이탈리아 내에서 트럼프의 인기가 매우 낮아 그와의 밀착이 오히려 정치적 부담이 된다는 판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도 전쟁 초기부터 미군의 스페인 기지 사용을 거부하는 등 트럼프에 대해 강력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는 트럼프의 분노를 샀지만, 오히려 자국 내 지지율을 크게 끌어올리는 정치적 호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뉴욕타임스는 30일 이러한 일련의 사태와 관련 “동맹국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대신 철저히 자국 우선주의로 돌아서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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