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청년들? 일자리 밖으로 밀려났다
20~30대 미취업 청년 171만명... ‘일자리 밖 세대’ 확대
임시·단기·부분 취업 청년, 불완전 고용 5년 만에 최다
AI·경력선호·구조조정이 만든 청년 고용 체질 흔들

여기에 구직자·실업자·쉬었음 인구를 포함한 20~30대 미취업 청년이 171만 명에 달한다는 점은 젊은 세대가 ‘일자리 밖’에 놓인 상태로 고립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데이터가 발표한 올해 1분기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인구 대비 취업자 비율, 즉 고용률은 43.5%로 전년 동기 대비 1.0%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21년 코로나19 충격 이후 1분기 기준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며, 건설·제조업 등 생산·투자 중심 업종의 고용이 줄어들면서 청년층이 직격탄을 맞은 결과로 분석된다.
1분기 기준 15~29세 취업자 수는 342만 3000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만 6000 명 감소했다. 이는 2000년대 이후 통계 작성 기준으로 1분기 기준 최저치이면서, 청년 인구가 소폭 감소하는 상황을 감안해도 고용 감소 폭이 매우 큰 편이다.
정부가 발표한 청년 고용동향과 관련 보도를 종합하면, 올해 1분기 기준 20~30대 미취업 인구는 총 171만 명에 달한다. 이 인구는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첫째, 실업자 44만 5000 명으로, 현재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구하지 못한 상태다. 둘째, “쉬었음”으로 분류된 72만 4000 명으로, 경제활동을 하려는 의향은 있지만(구직활동 중) 통계상 실업자로 잡히지 않는 그룹이다. 셋째,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취업준비생 53만 6000 명이다.
이 수치는 전체 20~30대 인구의 약 14%를 차지하는 것으로, 즉 7명 중 1명 이상이 제대로 된 일자리에 연결되지 못한 상태라는 뜻이다.
문제는 단지 실업자 수의 증가가 아니라, 취업준비·구직활동·쉬었음 등 다양한 형태로 ‘일자리 밖’에 머무는 청년이 한꺼번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 고용률 하락은 고용이 줄어든 것에 그치지 않고, 이미 일자리를 찾은 청년마저 취약한 상태에 처해 있다는 점을 드러낸다.
국가통계포털(KOSIS) 분석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청년층 ‘시간 관련 추가취업 가능자’(부분·단시간 근로자 중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 싶은 사람)는 12만 3000 명으로, 5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임시·단기·파트타임 등 불안정한 일자리로 들어간 청년들이 많고, 이들조차도 “더 일하고 싶지만 기회가 없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취업을 해도 정규·전일제가 아니라 객단·단기 계약 형태로 고용되면서, 소득과 직무 경력이 불안정해지는 구조가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실업자 전체 규모도 5년 만에 다시 100만 명을 넘어 102만 9000 명을 기록했고, 이 중 청년층 실업자가 26.4%를 차지해, 청년 4명 중 1명이 실업 상태라는 계산이 나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청년 고용 침체의 배경에 인공지능(AI) 전환과 기업의 경력직 선호, 그리고 산업 구조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대기업과 일부 중견기업은 신입 채용보다 퇴직·이직 경력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고, 특히 IT·디지털 전환 분야에서는 실무 경력이나 프로젝트 경험을 기본 조건으로 요구하는 채용이 늘어나면서 “경력 없는 청년”의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제조업과 건설업의 고용 감소가 이어진 가운데, 청년이 많이 몰리는 대면 서비스업·판매·사무 보조 등은 임금과 고용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장기적으로 직업경로를 형성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AI와 자동화 도입 속도가 빨라지면서, 단순 반복·보조 업무는 먼저 기술에 대체되며 신입이 쌓아야 할 ‘경력 밑그림’이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의 청년 실업률 자체는 OECD 평균에 비해 낮은 편이라는 점이 자주 언급된다. 작년 기준 한국 청년 실업률은 약 6% 안팎으로, OECD 평균 11%대보다 낮고, 1990년대 이후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다만 이런 수치는 ‘구직 중인 실업자만’을 반영하기 때문에, 쉬었음·취업준비·비경제활동청년 등 “비실업이지만 일자리 밖”에 있는 인구는 따로 분류된다.
반면 실제 청년들이 체감하는 취업난은 통계보다 훨씬 더 높다. 취업준비생에게는 인턴·대외활동·대기업 공채·공공기관 공채·외국어·자격증 등 수많은 ‘문턱’이 요구되며, 막상 취업하더라도 계약직·파견·프리랜서 등 불안정한 형태가 많아, 청년들이 “공식 실업률은 낮지만, 실제로는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인식을 강하게 갖게 한다.
정부는 올해 1분기 171만 명에 달하는 미취업 청년 문제를 ‘사회적 구조적 과제’로 보고, ‘청년 뉴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청년 뉴딜은 직업훈련, 인턴·일 경험 제공, AI·디지털 전환 관련 역량 강화 프로그램 등을 통해 최대 10만 명의 청년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로, 이미 일자리를 찾은 청년도 정규·전일제로 전환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목표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희망을 줄 수 있지만, AI 전환과 구조조정 속도, 기업의 경력직 선호가 지속될 경우 체질 변화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청년 고용률 43.5%라는 수치는 ‘청년이 게으르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경력 형성 경로, 교육·훈련 연결망, 산업 구조, 기업의 인사전략 등이 모두 맞물린 복합 문제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한정된 예산과 프로그램만으로는 한계를 뚫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청년 고용률 43.5%와 미취업 청년 171만 명이라는 수치 뒤에는, 졸업 후 1~2년을 구직·취업준비로 보내는 대학생, 학자금·생활비를 메우기 위해 프리랜서·알바를 이어가는 청년노동자, 직장 경험이 없어 또다시 서류부터 탈락하는 예비입사자들이 있다. 이들은 한 번도 제대로 된 정규직 경력을 쌓아보지 못한 채, 30대 중반에 이르렀을 때 ‘경력 없는 30대’라는 딱지에 시달리게 될지도 모른다.
올해 1분기 청년 고용 데이터는 미래 잠재 성장력과 사회적 안정을 떠받치던 한 세대의 노동경로가 끊어지고 있다는 경고 신호로 읽혀야 한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숫자를 넘어서 청년이 ‘첫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구조적 통로를 다시 설계하지 않는다면 통계상의 실업률은 여전히 낮게 유지될 수 있지만 실제 체감 취업난과 사회 전반의 불신과 불안은 계속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