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감염병 그리고 목숨까지...건강 직접 위협하는 기후위기

곽은영 기자 2026. 5. 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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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문제 넘어선 기후 이슈
공중보건 리스크 된 기후위기
기후위기가 새로운 공중보건 리스크가 되고 있다. (사진 곽은영 기자)/뉴스펭귄

기후위기가 건강을 직접 위협하는 공중보건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폭염과 산불이 만성질환을 악화시키고 날씨 패턴 변화로 감염병 지도가 달라진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곳곳에서 관찰된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가 매우 시급한 공중 보건 위기라고 경고한다. 

"기후위기, 가장 큰 건강 위협 요소"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기후위기를 '21세기 인류 건강에 가장 큰 위협'으로 규정한다. WHO는 2030년부터 2050년 사이 영양실조, 말라리아, 설사 질환, 열 스트레스만으로 매년 약 25만 명의 추가 사망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문제는 단순한 질병 증가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폭염, 홍수, 산불 같은 극한 기상이 늘어나면서 병원과 응급 시스템 자체가 과부하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란셋 카운트다운 보고서는 "기후위기가 보건 시스템의 대응 능력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를 단순히 환경 문제가 아니라 수만 명의 생명을 앗아가고 의료 시스템을 압박하는 현실적인 생존 위기로 바라보고 공중보건 차원에서의 대응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후위기가 목숨을 위협하는 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나타난다. 유럽에서는 기후위기로 인한 건강 피해가 이미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27일 기후변화가 유럽 보건 시스템에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 폭염으로 6만 명 이상 사망...뎅기열 위험 3배 증가

'2026 란셋 카운트다운 유럽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유럽에서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약 6만 2000명으로 추정된다.

특히 고령층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입었다. 유럽은 인구의 약 22%가 65세 이상으로 심혈관 질환이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인구가 많아 폭염에 취약하다. 실제로 폭염 경보 수준의 날은 1990년대 연평균 1일에서 최근 10년간 4.3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폭염이 체온 조절 기능을 무너뜨리고 심혈관계 부담을 증가시켜 심근경색, 뇌졸중, 탈수, 신부전 등을 유발한다고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폭염을 '가장 치명적인 기상 재해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감염병의 지리적 확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란셋 카운트다운 보고서는 최근 10년간 유럽의 뎅기열 발생 위험이 이전 30년 대비 297% 증가했다고 밝혔다. 

뎅기열, 치쿤구니야, 지카 같은 모기 매개 감염병은 원래 열대 지역 질병이었지만 기온 상승과 강수 패턴 변화로 서식지가 북상하면서 유럽 남부와 일부 중부 지역까지 확산하고 있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 역시 "기후변화로 모기 매개 감염병의 유럽 내 토착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노년층, 저소득층, 야외 노동자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냉방시설 접근성이나 의료 접근성이 낮을수록 피해는 더 커진다.
기후위기는 감염병의 지리적 확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산불로 암 위험 200배 이상 높아져

산불 역시 기후위기가 만든 대표적인 건강 리스크로 손꼽힌다. 최근에는 단순 호흡기 질환을 넘어 암 발생과의 연관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6년 발표 연구에 따르면 약 9만 명 추적 결과 산불 연기에 장기간 노출된 사람들은 폐암, 유방암, 대장암, 방광암 등 다양한 암 발생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불 연기에는 초미세먼지(PM2.5)와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등 발암 물질이 포함돼 있다. 이 물질은 폐를 넘어 혈류로 들어가 전신에 영향을 미친다. 연구에 따르면 PM2.5 농도가 증가할수록 일부 암 발생 위험이 2배 이상 상승했고 방광암은 최대 249% 증가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도 산불 연기를 "심혈관 질환과 조기 사망을 증가시키는 주요 위험 요인"으로 분류하고 있다.

산불이 호흡기에 미치는 영향은 이전에도 지속적으로 관찰돼 왔다. 미국에서는 2023년 캐나다 산불 연기가 뉴욕과 워싱턴까지 확산되면서 대기질이 '위험' 수준으로 급격히 악화됐다. 당시 뉴욕의 대기질지수(AQI)는 세계 최악 수준까지 치솟았고 병원에는 호흡기 질환 환자가 급증했다.

호주에서는 2019~2020년 '블랙 서머' 산불로 약 445명이 조기 사망하고 수천 명이 병원 치료를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도 폭염·오존·감염병 증가

국내에서도 기후위기와 건강 문제의 연결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2023년과 2024년 여름에는 폭염일수 증가와 함께 사망 사례도 늘었다.

기온 상승이 오존 농도를 높여 호흡기 질환 악화를 유발한다는 연구도 나온다. 환경부는 고온일수 증가가 오존 농도 상승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사망자가 11.3%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존 10ppb 증가 시 사망자는 최대 2.03% 늘고 천식 입원 환자는 6%까지 증가했다. 특히 고온일 때 오존 영향은 9배 이상 커졌다. 

감염병 측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제주와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모기 활동 기간이 길어지면서 일본뇌염 등 매개체 감염병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일본뇌염 매개 모기수는 평년보다 7배 증가했다. 지난해 동기간 개체수가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가파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활동 시기가 기존 7월에서 약 3개월이나 당겨진 것이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모기 번식이 빨라지고 활동 기간 역시 늘어나면서 감염병 노출 기간도 길어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