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브레인, 지속가능 성장에 방점…"기술 위에 '신뢰' 더할 것"

이미경 2026. 5. 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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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첨단소재 산업의 기반을 다져 온 솔브레인 그룹이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국가 핵심 산업을 뒷받침해 온 이 기업은 기술 중심 기업을 넘어 ‘신뢰 기반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그 변화의 중심에 선 정문주 솔브레인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을 만나 향후 전략을 들어봤다.

[한경ESG] 여성리더
정문주 솔브레인홀딩스 대표이사 사장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대한민국 첨단산업의 ‘뿌리’를 지탱해 온 솔브레인 그룹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그 중심에는 2025년 취임 이후 ‘신뢰로부터 창출되는 지속가능한 가치(Building Trust, Creating Sustainable Value)’를 기치로 내건 정문주 솔브레인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이 있다.

정 대표는 전통적인 소재 기업 최고경영자(CEO)와는 다소 다른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디자인을 전공하고 패션·유통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아 언뜻 첨단소재 산업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이력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는 시장의 기대를 읽는 감각과 브랜드 신뢰를 구축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소재 산업에 새로운 시각을 접목했다. 

단순히 기술력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기업의 책임까지 포함한 ‘가치사슬 전체’를 경쟁력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대표는 기술 경쟁력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그는 제품의 성능뿐 아니라 어떤 공정과 책임 있는 경영 체계 속에서 만들어졌는지까지 평가받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강조한다. 기술을 넘어 ‘신뢰’를 설계하는 기업으로의 전환이 핵심 과제라는 설명이다.

ESG, 별도 과제 아닌 기업 전략 중심에 전진 배치 

정 대표 체제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ESG 경영’의 위상이다. 그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별도의 과제가 아닌 ‘기본 운영 원칙’으로 정의하며 기업 전략의 중심에 배치했다. 이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향후에도 신뢰받는 첨단소재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솔브레인은 녹색성장, 이해관계자 연대, 인재, 제품 지속가능성, 책임경영 등 다섯 가지 전략 축을 수립하고, 2025년에는 이사회 내 ESG 위원회를 신설해 의사결정 구조에 직접 반영했다. 특히 ESG를 ‘이사회 어젠다’로 격상시켜 모든 비재무 리스크와 지속가능 전략이 최고의사결정 단계에서 관리되도록 한 점이 핵심 변화로 꼽힌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실행 방식이다. ESG 도입 초기 조직 내부에서는 부담과 저항이 있었지만 이에 대해 정 대표는 ‘톱다운 방식’을 선택했다.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핵심성과지표(KPI)와 연동해 조직 전체의 참여를 유도하며 빠르게 체계를 안착시켰다. 

환경 분야에서도 구체적인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솔브레인은 기후변화 대응 조직을 신설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검증 체계를 구축했다. 스코프(Scope) 1·2(직접·간접 배출) 데이터의 제3자 검증과 함께 대표 제품의 생애주기평가(LCA)도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25% 감축, 2050년 넷제로 달성이라는 로드맵을 제시했으며, 폐기물 재활용률 역시 73%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정 대표는 친환경 투자를 비용이 아닌 기술 혁신의 결과로 본다. 단기적인 부담보다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우선시하는 접근이다. 실제로 글로벌 고객사들은 탄소 배출과 환경 영향을 구매 기준으로 삼고 있어, ESG는 곧 시장 경쟁력으로 직결되고 있다. 단기적 수익보다 장기적 파트너십과 규제 대응력을 고려한 전략적 접근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제는 기술력 하나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제품의 성능뿐 아니라 어떤 윤리적 공급망을 거쳐 생산됐는지가 기업의 실력이 되는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 

환경 분야는 솔브레인의 사업 특성과 직결된 핵심 과제다. 고순도 화학물질을 다루는 공정 특성상 에너지 사용과 폐기물 관리는 기업 신뢰도를 좌우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솔브레인은 2024년 기후변화대응팀을 신설하고 스코프 1·2 배출량에 대한 제3자 검증을 완료했다.

정 대표는 “환경 성과는 비용이 아니라 기술 고도화의 결과”라며 연구개발(R&D)투자를 통한 친환경 공정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여성 리더로서의 역할 역시 조직 변화의 중요한 축이라고 강조한다. 단순히 여성 인력을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포용적 조직 문화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멘토링 프로그램과 일·가정 양립 제도는 이러한 방향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글로벌 확장 속 ‘신뢰 경쟁’… 중견기업의 새로운 해법 제시

솔브레인은 글로벌 영토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미국 전해액 시장 진출과 헝가리·중국 사업장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ESG는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그중 공급망 관리가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고객사마다 요구하는 ESG 기준이 달라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 대표는 ‘글로벌 ESG 통합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는 지역별 규제 대응을 넘어 그룹 차원의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려는 시도다.

배터리 소재 산업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책임 있는 광물 수급’ 역시 주요 전략 중 하나다. 공급망 전반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해 글로벌 고객사의 신뢰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ESG 전략에서도 ‘속도’보다 ‘균형’을 택하고 있다. 처음부터 최고 수준을 목표로 하기보다 업계 평균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전략을 선택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빠른 등급 상승으로 이어졌다. ESG 경영 도입 초기에는 경쟁사 수준을 참고해 점진적인 대응 전략을 취했으며, 이후 지속적인 개선 노력을 통해 ESG 평가 등급을 C등급에서 B, B+를 거쳐 최근 A등급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업계 내에서도 비교적 높은 수준의 ESG 역량을 확보한 사례로 평가된다.

정 대표는 앞으로의 10년을 ‘신뢰의 시대’로 정의하고 “기술 중심의 경쟁에서 벗어나, 기업이 얼마나 투명하고 책임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기술 위에 신뢰의 가치를 더한 기업’으로의 진화를 목표로 제시했다. ESG를 비용이 아닌 성장의 언어로 전환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구축하겠다는 비전이다.

이미경 한경ESG 기자 esit91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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