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직장생활 마치고 한 달 동안 이탈리아에 머문 이유 [여책저책]

장주영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semiangel@mk.co.kr) 2026. 5. 1. 09:3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삶이 힘들 때 우리는 여행을 떠올리고는 합니다. 하지만 여책저책이 만난 책 속 저자는 여행을 도피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정확하게 아는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 사진 = 언스플래쉬
책 ‘라 돌체 비타’의 저자 김승우는 36년 직장 생활을 마치고 이탈리아로 향했습니다. 저자는 일상의 균열에서 출발해 낯선 길 위에서 외부의 풍경이 아닌 자기 내면을 바라봤습니다. 빠르게 소비하는 관광 대신 느리고 깊게 걸으며 얻은 것, 그것은 새로운 지식이 아닌 이미 내 안에 있던 삶의 지혜였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여책저책은 책 속 저자를 통해 자신을 만나는 과정을 살펴봅니다.
라 돌체 비타: 피렌체, 토스카나
김승우 | 미다스북스
사진 = 미다스북스
36년. 강산이 네 번 가량 바뀌는 시간을 한 자리에서 겪은 이가 있다. 그 긴 시간 동안 그는 다양한 음악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우리가 익히 알만한 ‘열린 음악회’ ‘콘서트 7080’ 등이 그것. 어쩌면 그에게 음악은 인생의 가장 큰 부분 중 하나일 테다. 결국 그는 은퇴를 하면서 음악을 제대로 알고 싶었다. 그래서 예술가들의 고향 같은 곳이라 불리는 이탈리아로 한 달 살기를 떠났다. 정확히는 한 달 여행이다.

​전직 KBS 음악 PD 김승우는 관성처럼 이어지던 36년간의 직장 생활을 뒤로하고 ‘나는 누구인가, 나답게 사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에 맞닥뜨렸다. 그가 찾은 답은 본질로 들어가는 것. 예술가들의 영원한 안식처인 이탈리아 피렌체와 토스카나로 떠난 이유다.

​이탈리아 피렌체 / 사진 = 언스플래쉬
그는 이탈리아의 길 위에서 느리고 깊게 걸으며 수확한 이야기를 책 ‘라 돌체 비타: 피렌체, 토스카나’로 엮었다. 책을 통해 그는 자신의 삶을 새롭게 재구성하고자 한 여행자로서의 고백을 담았다.

​저자는 괴테와 멘델스존, 스탕달과 바그너 등 수많은 거장이 창작의 영감이 고갈될 때마다 이탈리아를 찾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피렌체의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 마주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 앞에서 그는 시간이 정지된 듯한 압도적인 전율을 경험했다.

​돌 속에서 깨어나는 영혼을 목격한데 이어 그 순간이 어떻게 영원으로 이어지는지를 저자는 정치외교학 전공과 프랑스 사진학교 수학, 시각디자인학 석사 과정을 거친 독특한 이력을 토대로 깊이 있게 들여다 봤다.

​이탈리아 피렌체 / 사진 = 언스플래쉬
르네상스의 예술적 인프라를 구축했던 메디치가의 흔적부터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이 던지는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의 메시지까지, 저자의 문장은 단순한 감상을 넘어 인문학적 통찰로 나아간다.

​여정은 꽃의 도시 피렌체를 지나 푸른빛이 감도는 토스카나의 구릉지로 이어진다. 키안티클라시코 와인의 향기가 흐르는 포도밭 길을 따라 걷고, 14세기 수도원이었던 시에나의 고풍스러운 식당에서 가랑비를 맞으며 즐기는 미식의 순간은 독자의 오감을 자극한다.

​저자는 빠른 소비나 경쟁적인 관광 대신, 도시의 시간과 기억을 음미하는 느린 여행을 택한다. 캄포 광장에 몸을 뉘어 붉은 고딕 도시의 숨결을 느끼고, 몬탈치노의 와인에서 시간의 미학을 발견하는 과정은 퇴직 후의 공허함을 삶의 새로운 열정과 사랑으로 채워가는 치유의 과정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 사진 = 언스플래쉬
책의 제목인 ‘라 돌체 비타(La Dolce Vita)’는 이탈리아어로 ‘달콤한 인생’을 의미한다. 저자가 발견한 달콤함은 화려한 성취가 아니라 노을에 물드는 미켈란젤로 광장의 저녁이나 낯선 골목에서 만난 온기 같은 소박한 조각들 속에 있다. 책은 일상의 쉼표가 필요한 이들에게 그리고 예술이 숨 쉬는 길 위에서 진정한 자신을 마주하고 싶은 이들에게 다정한 길잡이가 돼준다.
※ ‘여책저책’은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세상의 모든 ‘여행 책’을 한데 모아 소개하자는 원대한 포부를 지니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출판사도 좋고, 개별 여행자의 책도 환영합니다. 여행 가이드북부터 여행 에세이나 포토북까지 어느 주제도 상관없습니다. 여행을 주제로 한 책을 알리고 싶다면 ‘여책저책’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