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눈물 뚝뚝…번아웃 탈출하려 700일간 유라시아로 떠난 여인 [여책저책]
현재의 삶이 힘들 때 우리는 여행을 떠올리고는 합니다. 하지만 여책저책이 만난 책 속 저자는 여행을 도피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정확하게 아는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김귀선 | 호밀밭

한 마디로 극P의 여행자가 있다. 익숙하든 낯설든 상관없이 오늘의 잠자리와 내일의 교통편 등 여정에 필요한 모든 것의 결정을 매일 내린다. 이렇다 보니 다음 국경은 어디일지, 누구를 만나서 무엇을 할지 등이 매우 험난하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길은 험하고, 날씨는 요지경이다. 하지만 낯선 땅에서 위험을 겪고 또 겪어도 그는 계속 간다.

자자는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부와 경희대학교 한약학과를 거쳐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5년 간 근무하다 어느 날 이유 없는 눈물이 흐르는 자신을 마주했다. 번아웃이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인생이 시시하게 저물어갈지도 모른다는 공포마저 느꼈다.
저자는 결국 사표를 던지고 유라시아 대륙 횡단을 선택했다. 책은 그가 낯선 도시 사이를 유랑하며 매일 내려야 했던 수많은 결정과 그 과정에서 체득한 자기 신뢰의 근거를 담담하게 서술한다.

오히려 위험과 불합리 앞에서 어떻게 버티고 통과했는지를 과장 없이 기록하며, ‘버틴다’는 행위가 세계와의 싸움이 아니라 결국 자기 안의 두려움과 마주하는 일이라고 역설한다.
괴팍한 시베리아 횡단 열차 승무원과의 오해를 풀어나가는 과정이나 히치하이킹을 하며 만난 낯선 이들의 호의는 타국에 대한 편견을 깨고 인간이라는 존재를 투명하게 바라보게 하는 거울이 된다.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위험을 다루는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는 것, 그것이 바로 그가 길 위에서 배운 생존의 요령이자 삶을 직시하는 태도다. 인터라켄의 강가 벤치에서 배낭을 베개 삼아 잠을 청하고, 빨간 스포츠카의 히치하이킹 행운에 기뻐하는 게 그의 여행이다.
책은 유라시아의 어느 화려한 도시를 목표로 삼지 않는다. 여행자 자신의 내면을 바라본다. 그가 길바닥을 떠돌며 얻은 것은 새로운 지식이 아니다. 내 안에 이미 깃들어 있던 지혜를 알아보는 ‘눈’과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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