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78억 투수가 원망스럽다… 이럴 때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속 쓰린 계약이 눈에 밟힌다

[스포티비뉴스=대전, 김태우 기자] 한화는 4월 30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SSG와 경기를 앞두고 좌완 황준서를 2군으로 내려 보냈다. 직전 경기 부진이 가져온 후폭풍이었다.
당초 좌완 필승조로 시즌을 준비하다 팀 마운드 사정 때문에 선발로 기회를 얻은 황준서는 4월 29일 대전 SSG전에서 부진했다. 1회를 잘 넘겼지만 2회 볼넷이 무더기로 나오며 버티지 못했다. 제구가 아주 날리는 것은 아니었지만, 패스트볼이 존에서 반 개 내지 한 개 정도가 빠지며 어려운 경기를 했다. 변화구는 SSG 타자들이 잘 골라내면서 괴로운 승부가 이어졌다.
끝내 1⅔이닝 동안 2피안타(1피홈런) 6볼넷 5실점으로 무너졌고, 30일 2군으로 내려갔다. 이날 경기에서 불펜 투수들을 너무 많이 썼기에 뒤에서 던질 투수가 더 필요했다는 게 김경문 한화 감독의 설명이었다. 1회 투구 컨디션이 좋아 4~5이닝은 충분히 갈 수 있겠다는 판단을 했지만 2회 무너지는 과정을 더 두고 볼 수는 없었다. 경기도 지고, 불펜 소모도 커 이중고가 다가왔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당초 외국인 에이스로 기대했던 오웬 화이트의 갑작스러운 햄스트링 부상, 마무리 김서현의 제구 난조에 이은 2군행으로 마운드 구상이 곳곳에서 구멍이 났다. 김서현이 부진하면서 화이트의 부상 대체 선수로 영입한 잭 쿠싱이 마무리로 갔고, 황준서가 내려가면서 이제는 선발 한 자리가 비었다. 누군가는 대체로 들어가야 한다.

김 감독은 1군에서 길게 던질 수 있는 자원 중 하나를 대체 선발로 넣을 뜻을 드러냈지만, 정상적인 로테이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선발도 부족하고, 불펜도 부족하다. 투수가 그렇게 많은 것 같았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마운드가 초비상이다.
이런 가운데 아쉬운 이름은 단연 최근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장기 재활에 들어간 엄상백(30)이다. 엄상백은 지난해 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4년 총액 78억 원이라는 대형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하고 큰 기대 속에 입단했다. 한화의 막강 선발 로테이션 마지막 퍼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부진에 이어 올해는 수술까지 받으며 팀 전력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사실 올 시즌을 앞둔 캠프에서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선수 중 하나가 바로 엄상백이었다. 호주 캠프 때까지만 해도 팀 내 불펜 피칭에서 가장 인상적인 선수로 코칭스태프가 입을 모은 선수였다. 올해는 선발에서도 힘을 보탤 수 있다는 평가가 제법 많았다. 하지만 점차 페이스가 떨어지더니, 결국은 수술을 받으며 아예 시즌 전력에서 사라졌다.

엄상백이 아프지 않고 버텨주고 있었다면 한화 마운드는 다양한 전력 구상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엄상백은 KT 시절 선발과 불펜 모두 뛰었던 선수다. 양쪽 모두 경험이 제법 풍부하다. 정상적인 경기력으로 대기했다면 선발로 들어가도 되고, 사정없이 흔들리는 불펜에서도 요직을 맡을 수 있는 선수였다. 일단 있다는 것 자체로 마운드 구상을 편하게 해줄 선수였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사라졌다. 투자 금액은 둘째 치고, 부상 자체가 뼈아프게 느껴지는 선수다.
수술 시점도 좋지 않았다. 차라리 지난해 시즌 종료 후나 시즌 전 수술을 했다면 내년 정상 가세를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4월에 수술을 받으면서 내년 상반기에도 100% 컨디션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내년 어떤 구상을 짜기도 애매해졌다. 또한 팔꿈치 수술 후 2년은 지나야 완벽한 컨디션을 발휘한다는 전례를 봤을 때 4년의 계약 기간이 모두 위험한 상황이 됐다. 한화의 한숨이 깊어지는 이유다.
시즌아웃이 됐다 하더라도 부상이 사유이기에 78억 원의 계약은 경쟁균형세(샐러리캡)에 그대로 산입된다. 관례상 부상으로 1군에서 빠진 경우는 감액 없이 계약된 금액을 모두 받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샐러리캡이 목구멍까지 차 있는 한화이기에 더 답답하다. 샐러리캡 여유도 별로 없어 연봉이 높은 거물급 선수를 트레이드로 영입하기도 쉽지 않은 양상이다. 이래나 저래나 속 쓰린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