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족 통해 이란 시위대에 총 보내”…이스라엘 공작의 일환

“우리는 그들(이란 반정부 시위대)에게 총을 많이 보냈다. 쿠르족을 통해 보냈는데, 난 쿠르드족이 총을 챙겼다고 생각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쿠르드족과 이란 시위대에게 무기를 제공했다며 이를 통해 이란 정권을 교체하려고 시도했음을 시사했다. 그의 발언 속 행위가 실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오래 준비해 온 이란 정권교체 공작의 일환이었음을 보여주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스라엘 언론 와이넷의 26일 보도를 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는 모사드 주도로 이란 지도부를 제거하고, 쿠르드족 지상 침공과 이란 거리 시위를 촉발해 이란 정권교체를 이룬다는 공작을 시도했다. 이란 정부를 전방위적으로 공격해 무너뜨린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이란 정권교체 공작은 이란 최고지도자를 제거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로 돌아갔다. 지도부 붕괴가 일어나지 않은 데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해 쿠르드족의 이란 침공을 강력히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세계 경제에 파장이 커진 것도 미국의 전쟁 의지를 꺾은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이란 지도부를 타도하겠다는 이스라엘 공작은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2006∼2009년) 정부 때 모사드 수장인 메이르 다간이 수립했다. 고위 정보 당국자들의 반대로 무산됐으나, 네타냐후는 솔깃해했다고 한다. 2023년 총리직에 복귀한 네타냐후는 이 계획의 실행 가능성을 거듭 확인했다. 모사드는 적극적이었으나, 군 정보기관은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미 모사드는 이란을 주요 활동무대로 삼고 활동 폭을 넓히고 있었다. 2021년 모사드 수장으로 임명된 데디 바르니에는 이란 민심을 파고들어 영향력을 넓히고 시위를 유도하는 작전을 세웠다. 이란의 고위 인사를 제거하고 대규모 거리 시위를 일으켜 상하부 양쪽에서 정권타도와 교체를 이룬다는 계획이었다.
네타냐후는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 이후 가자 전쟁에 돌입했다. 2024년 이스라엘은 ‘북방의 화살’ 작전을 펴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 대원들을 제거했다. 헤즈볼라 대원들의 이동식 호출기에 폭탄을 심어 터뜨린 이스라엘의 ‘작전’은 큰 충격을 줬다. 2025년 6월에는 이란의 주요 핵 시설을 폭격하는 ‘12일 전쟁’을 벌였고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가자 전쟁 와중에 거둔 성과로, 네타냐후는 큰 자신감을 얻었다. 이는 네타냐후로 하여금 미국을 상대로 오랜 야망인 이란 정권교체 공작을 설득하는 주요 재료가 됐다.
이스라엘은 공작 실행 시기를 올해 6월로 잡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 이란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고, 올해 초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전격적으로 납치하면서 계획을 앞당겼다. 트럼프는 이란 반정부 시위에 자극받아 소셜미디어에 “도움이 곧 도착할 것”이라는 글을 썼고, 미국 특수부대가 마두로를 손쉽게 납치해오는 데 성공해, 자신감이 충만했다. 트럼프의 과신과 네타냐후의 야망이 만나, 이란 정권교체라는 위험한 공작이 실행 단계로 들어갔다.
지난 2월11일 네타냐후는 백악관을 방문해 상황실에서 트럼프에게 이란 정권교체 공작을 설득했다. 바르네아 모사드 수장이 화상전화로 계획을 상세히 설명했다. 다음 날 트럼프와 미국 행정부의 고위인사들이 이 공작을 논의했다.
공작은 세 축으로 구성됐다. 첫째, 대대적인 공습과 폭격으로 알리 하메네이 등 이란 최고지도부를 제거한다. 둘째, 이라크에 주둔하는 쿠르드 민병대가 이란에 침공한다. 이란의 침공 뒤 이란 영내의 쿠르드족과 합세해, 테헤란으로 진공하고, 거리 시위를 촉발하는 것이다. 이는 2024년말 시리아에서 아흐마드 알샤라 현 대통령이 주도한 지하드 민병대 세력들의 다마스쿠스 진공에 이은 바샤르 아사드 정권 타도를 이란에서도 재현하려는 것이었다. 세째, 새로운 지도부의 수립이다.
이란 정보기관들은 이스라엘의 쿠르드족 봉기 공작을 파악하고 튀르키예 정보기관에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를 곧 파악했다.
계획을 전해들은 미 행정부 인사들 사이에서는 회의적이거나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제이디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장은 이란 정권교체 공작에 단호히 반대했다. 루비오는 이 공작을 “쇼”, “허튼소리”라고 했고, 랫클리프는 "소극"이라고 표현했다. 밴스 역시 강하게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트럼프는 듣고 있었다고 한다.
2월28일 미국·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전쟁이 시작됐다. 이란 주요 지도부가 제거됐고, 지휘체계가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다. 트럼프는 이란 주민들에게 거리에 나와 정권 타도 시위를 하라고 촉구했고, 네타냐후도 가세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거리에 나오지 않았다. 궤멸된 것으로 보였던 이란 지도부는 사망한 하메네이의 유언대로 순조롭게 권력을 승계했다. 이란의 미사일 및 드론 반격도 첫날부터 시작됐다.
곧 에르도안이 트럼프에게 전화했다. 에르도안이 전화하기 직전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투기들은 쿠르드족의 침공로를 내기 위해 이란 내부를 폭격하고 있었다. 에르도안은 쿠르드족의 이란 침공이 그들의 독립국가 설립 요구를 재점화하고 중동 지역의 불안정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쿠르드족이 월경하기 몇 시간 전에 그 침공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더해 이란은 더 효과적인 전쟁 억지력을 단행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이다. 전쟁 전부터 모든 정보기관은 호르무즈 봉쇄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미국은 이에 대비하지 않았다. 전쟁이 시작되면 이란 정권이 곧 붕괴할 것으로 확신했기 때문이다.
전쟁 나흘째가 되자, 미국·이스라엘 지도부에서 이란의 정권교체가 왜 일어나지 않는지 당혹감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네타냐후는 닷새째인 3월4일 이란 정권이 타도될 가능성이 있으나 이란 주민들의 손에 달렸다고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이란의 정권 교체는 물론이고 이란의 핵 능력이나 군사 능력도 제압하지 못한 채 개전 40일만인 지난 8일 휴전에 들어갔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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