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없인 못산다…한국은 '카페인 공화국'
한국을 처음 방문한 외국인들이 거리에서 가장 많이 마주치는 간판은 무엇일까. 편의점도 식당도 아닌 바로 ‘커피숍’이다. 수치로도 확인된다. 2024년 기준 국내 커피전문점 수는 10만 개를 돌파했다. 전국 편의점 수(약 5만5000개)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골목마다 카페가 있고 같은 건물에 카페가 두세 개씩 있는 모습은 이제 한국 도시 경관의 상징이 됐다. 한국을 빗대 ‘커피공화국’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한 이유다.

416잔.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이같이 나타났다.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하루 평균 한 잔 이상을 마시는 셈이다. 이웃 나라인 일본과 비교해도 차이는 뚜렷하다. 일본의 1인당 소비량은 281잔으로 조사됐다. 한국이 아시아 지역 내에서 독보적인 ‘커피 강국’임을 재확인했다.
한국에서 커피는 이제 일상적에서 즐기는 음료다. 직장인들은 출근 전 또는 점심 식사 후 근처에 있는 커피숍을 찾는다. 하루에 두세 잔 이상 커피를 마시는 이들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기호식품이 아닌 하나의 문화
이런 수요를 반영하듯 국내 커피 전문점 수는 10만 개를 돌파했다. 골목 곳곳마다 프랜차이즈부터 개인이 운영하는 커피숍까지 다양한 형태의 점포들이 빼곡히 들어선 상황이다.
뛰어난 접근성을 앞세운 카페는 집과 직장 사이의 ‘제3의 공간’으로 완벽히 자리매김했다. 대한민국 도심 어디를 가든 카페 창가에 노트북을 펼치고 공부나 업무에 몰입한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른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다.
수많은 커피숍이 좌석마다 콘센트를 배치하거나 아예 독서실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며 손님들의 발길을 그러모으고 있다. 거의 모든 매장이 제공하는 초고속 와이파이와 좌석마다 배치된 전기 콘센트는 한국 카페를 단순한 휴식처에서 ‘워크 스페이스’로 탈바꿈시켰다. 유럽의 많은 카페가 노트북 사용을 제한하거나 유료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뛰어난 인테리어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 카페 매장 수가 워낙 많다 보니 저마다의 개성을 강조한 독특한 인테리어는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 전략이 됐다. 수많은 이들이 카페를 때론 지인을 만나는 일종의 응접실 또는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는 안식처로 활용하는 이유다.
낡은 공장을 개조한 ‘빈티지 감성’부터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옥’까지 한국의 카페 인테리어는 그 자체가 하나의 문화 상품이다. 수많은 커피숍들이 해외 관광객들의 필수 여행코스로 됐다.
카페가 문화적 공간으로 성장한 만큼 커피 그 자체에 대한 수준도 눈부시게 발전했다. 과거 한국의 커피 문화는 사무실 책상 위 노란색 봉지의 ‘믹스커피’가 주도했다. 손님 접대용으로 내놓던 달콤한 믹스커피는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와 효율성을 상징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풍경은 180도 달라졌다. 대중적인 아메리카노와 라떼를 넘어 특히 최근에는 원두의 산지와 가공 방식, 로스팅 정도에 주목하는 스페셜티 커피가 인기를 끌고 있다. 개성 있는 로스터리 카페와 바리스타들이 등장하면서다. 소비자들은 산미와 향미를 비교하며 자신만의 커피를 찾고 핸드드립과 콜드브루 같은 다양한 추출 방식을 경험한다.
집에서도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식지 않는다. 코로나19가 야기했던 일명 ‘홈카페’ 열풍은 현재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에스프레소 머신과 드리퍼, 그라인더 등을 활용해 집에서도 전문점 수준의 커피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커피 문화의 저변은 더욱 넓어지고 있다.

물론 한국 커피 시장을 바라보는 전망이 마냥 밝은 것만은 아니다. 수많은 커피숍들의 경쟁은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의하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서울 지역 커피 업종의 3년 생존율은 52.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 후 가까운 점포가 3년 내에 문을 닫고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최근에는 커피 원가 상승이라는 이중고까지 겪는 상황이다. 주요 커피 기업들이 계속해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점포의 고급화, 맛의 다양화 등을 꾀하고 있는 배경이다.
아울러 이들은 좁은 내수를 벗어나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한류의 영향이 한 몫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 등 OTT를 통해 전 세계로 퍼진 K-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종이컵에 믹스커피를 타 마시는 모습, 또는 커피숍에서 만남을 갖는 자주 노출되면서 이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예컨대 한국인들만이 즐겼던 믹스커피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상품이 됐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기념품으로 사갈 뿐 아니라 현지에도 수출하며 ‘K-커피’의 위상을 갖게 된 것이다. 외국인들은 별도의 우유나 설탕 없이 뜨거운 물만으로 완성되는 부드럽고 달콤한 맛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만의 카페 문화도 해외로 역수출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파리, 런던, 뉴욕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는 한국식으로 재해석한 한옥 스타일이나 미니멀한 감성 인테리어가 ‘K-카페’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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