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의 줌인] 분쟁국 파키스탄, 중재 전면에…미·이란 '47년 금기' 깼지만
종전 협상을 놓고 미국과 이란 사이 엇갈린 메시지가 계속 오가고 있는데요. 협상이 왜 좀처럼 재개되지 못하는지, 중동 전쟁 이래 중재 역할을 한 파키스탄으로부터 힌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 역내 분쟁국이었던 파키스탄이 이번만큼은 총대 멜 수밖에 없을 정도로 급박했던 외교전. 대화 자체가 레드라인이었던 미국과 이란이 47년 만에 금기를 깼지만, 이내 교착 상태에 빠진 이 모든 과정의 뒷이야기를 테헤란 주재 경험이 있는 파키스탄 대사에게 들어봤습니다.
[이지은 기자 : 대사님,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Q. 한때 분쟁국 파키스탄이 중동 전쟁 이후 중재하고 있는데
[사이에드 모아잠 후세인 샤/주한 파키스탄 대사 : 파키스탄이 이번 중재에 나선 건 우연도 아니고 외부의 강요도 아니었음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셰바즈 샤리프 총리와 아심 무니르 국방군 총사령관 겸 육군참모총장을 비롯한 지도부는 초기부터 이 과정에 참여했습니다. 우리는 적대 행위가 임박했음을 인지하고 외교적 노력을 매우 일찍 시작했습니다. 지도부는 인접국, 특히 걸프국들을 방문해 모든 관계자와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실제로 3월 초, 3월 3일경에 이샤크 다르 부총리 겸 외무장관이 의회에 파키스탄이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발표했고요. 우리는 전쟁 당사국과 대화를 통해 적대 행위를 줄이려고 노력했습니다. 파키스탄의 주된 목표는 사태 악화를 막는 것이었습니다.]
Q. 시급한 역내 상황을 중재할 나라가 파키스탄뿐이라고 판단한 건가
[사이에드 모아잠 후세인 샤/주한 파키스탄 대사 : 우리는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역내 많은 국가에 용인될 수 있는 나라라는 점을 인식하며 책임 있는 역할을 하려 해 온 것입니다. 특히 900km에 달하는 국경을 맞댄 이란에도 그랬죠. 이란은 이슬람 국가이면서 형제 국가입니다. 이란은 1947년 파키스탄이 독립했을 때 가장 먼저 파키스탄을 승인해 준 나라였어요. 미국과는 역사 속에서 여러 방위 메커니즘과 경제 협정 등을 맺어왔기 때문에 매우 가까운 관계입니다. 걸프 6개국(GCC)과도 우리는 매우 긴밀한 관계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습니다. 수백만 명의 파키스탄 국민이 그곳에 살고 있기에 우리는 (중재 가능한) 독특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걸프국들은 큰 자제력을 발휘했고요. 그 이유 중 하나는 걸프국들의 보복을 막고 전쟁에 추가 당사국이 개입하지 않도록 한 파키스탄의 조언 덕분이라고 봅니다.]
Q. 미국과 이란의 1차 협상 성사까지 비화라면
[사이에드 모아잠 후세인 샤/주한 파키스탄 대사 : 우리는 언젠가 다른 나라들이 이 전쟁에 개입하게 될 시점이 올 것이고, 우리의 모든 노력은 합리적일 수 있는 특정 기간에만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두 가지가 매우 중요했습니다. 첫째, 휴전이 발표됐는데 우리가 제안했습니다. 이란과 미국 지도부가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여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건 매우 중요하고 시의적절한 결정이었어요. 그래서 첫째는 휴전이고, 둘째는 47년 동안 서로 마주 앉아 대화한 적 없고 상호 불신과 의심으로 가득했던 두 나라를 한 자리에, 한 도시에, 한 협상 테이블에 앉힌 것입니다. 이는 파키스탄에 엄청난 외교적 성공이었습니다. 한때 이란 정부에 미국과의 대화는 결코 넘어서는 안 될 레드라인이었지만 이제 그 레드라인을 허물었습니다. 이건 새로운 현실입니다.]
Q. 첫 협상 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대화 국면이 꼬였는데
[사이에드 모아잠 후세인 샤/주한 파키스탄 대사 : 갑자기 이 문제가 양국 모두에 매우 큰 협상 카드가 됐고 세계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됐습니다.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는데 그렇게 변질됐습니다. 양국 모두 이걸 협상 카드로 활용해서 아직 해결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의 목표이자 성공은 휴전 지속에 있습니다. 그래야 적대 행위가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만약 재발한다면 1차 회담에서 이룬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Q. 휴전 연장과 협상 재개를 거부하는 듯한 이란의 메시지는
[사이에드 모아잠 후세인 샤/주한 파키스탄 대사 : 이란이 휴전을 거부했다고 보지 않습니다. 휴전은 이란에도 득입니다. 이란은 폭격과 공격을 받는 동안에 대화하고 싶어 하지 않아 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우리가 대신) 미국에 요청한 것이 휴전 연장입니다. 미국은 다시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관대했습니다. 양국이 공개적으로 무슨 말을 주고받든 그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중요합니다. 이란은 대화에 참여할 의향이 있다는 매우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 왔습니다. 동시에 자신들에게 정당한 권리가 있다고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는 것이고요. 우리는 그들이 가진 근본적인 우려를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Q. 교착이 장기화할 경우 파키스탄의 역할은
[사이에드 모아잠 후세인 샤/주한 파키스탄 대사 : 타협이 이뤄져야 하나 양측 모두 국내 여론과 지지 기반이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역할은 양측에 대화의 장을 마련해 주고 상호 이해를 증진하며 소통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경험과 선의를 갖고 있으므로 필요하면 언제든 역할을 다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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