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도 뛰어들었다…아직은 생소한 ‘히트펌프’ 경동나비엔-귀뚜라미 대응법은? [중기+]

홍석희 2026. 5. 1.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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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나비엔 히트펌프 제품 사진[경동나비엔]
가스 태우던 보일러, 전기 난방 시대로 전환
삼성·LG 가세에 히트펌프 시장 경쟁 본격화
경동은 가정용·귀뚜라미는 상업용부터 대응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보일러 시장의 다음 격전지로 히트펌프가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까지 한국형 히트펌프 보일러를 앞세워 국내 시장에 뛰어들면서다. ‘히트펌프’는 아직 국내 소비자들에겐 생소한 설비지만,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과 난방 전기화 흐름이 맞물리면서 전통 보일러 업체들도 대응 속도를 높이고 있다. 경동나비엔은 가정용 공기열 보일러와 설치 서비스 체계를, 귀뚜라미그룹은 계열사 센추리를 앞세운 상업용 히트펌프 라인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히트펌프’는 실외 공기 속 열을 끌어와 실내 난방과 온수에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장치다. 전기로 열을 직접 만드는 전기히터와는 다르다. 압축기(콤프레샤)와 팬을 전기로 구동해 실외 공기의 열을 냉매가 흡수하고, 이를 압축해 실내 난방과 온수를 만드는 방식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에어컨이 실내의 열을 외부로 빼내는 장치라면, ‘히트펌프’는 실외의 열을 실내로 가져오는 기기다. 실외 기온이 영하15도에 이르더라도 70도의 고온수를 공급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히트펌프는 친환경적이기도 하다. 화석연료를 직접 태우지 않기 때문에 연소 과정의 배출가스가 없다. 전기 1㎾를 넣었을 때 외부 열까지 끌어와 4~5㎾ 수준의 열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어 고효율 난방 설비로 분류된다. 대신 초기 설치비용은 부담이다.

▶경동나비엔, 영국에서 검증된 히트펌프 국내 출시

기존 보일러 강자들의 대응은 빠르다. 경동나비엔은 영국에서 먼저 검증한 공기열 히트펌프 보일러를 국내 시장에 내놓는 전략을 택했다. 경동나비엔은 영국 리버풀과 글래스고 등에서 공기열 보일러 설치를 확대해 왔다. 현지 유통·서비스 기업과 협업하며 혹한기 성능, 내구성, 유지관리 체계를 점검했다. 이 경험을 국내 시장 진입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경동나비엔 제품의 핵심 기술 중 하나는 냉매다. 기존에 널리 쓰이던 R32 냉매의 지구온난화지수가 675인 반면, 경동나비엔이 적용한 R290 냉매는 지구온난화지수가 3 수준으로 낮다. 온실가스 영향이 낮은 냉매를 적용해 글로벌 탈탄소 기준에 맞췄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온수 성능도 기존 보일러 수준에 맞추는 데 초점을 뒀다. 75도 이상의 온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난방과 급탕에서 소비자 불편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경동나비엔이 특히 강조하는 부분은 설치와 사후관리다. 히트펌프는 장비 성능 못지않게 설치 품질이 중요하다. 배관 길이와 단열 상태, 센서 위치, 전기 설비 조건에 따라 효율과 안전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경동나비엔은 전국 대리점에 표준화된 설치 매뉴얼과 실습 교육을 제공하고, 설치 품질 인증제도 도입도 추진한다. 보일러 시장에서 쌓아온 설치망과 서비스망을 히트펌프 확산의 무기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귀뚜라미센추리 R-32 인버터 스크롤 히트펌프 [귀뚜라미]

▶귀뚜라미, 계열사 센추리 통해 상업용 시장 공략

귀뚜라미그룹은 계열사 ‘센추리’를 통해 상업용 시장부터 공략하고 있다. 센추리는 R32 냉매 기반 인버터 스크롤 공기열 히트펌프를 중심으로 3마력부터 50마력까지 제품군을 갖추고 있다. 가정용보다는 스마트팜, 체육시설, 공공시설, 상업용 건물 등 비교적 대용량 수요처를 우선 겨냥하는 방식이다.

귀뚜라미 측은 “인버터 스크롤 압축기를 적용해 부하 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부분부하 운전 구간에서도 높은 효율을 유지하도록 설계했다”며 “실제 운전 환경에서는 다양한 계절과 부하 조건이 반복되는 만큼, 부분부하 효율과 제어 안정성이 에너지 절감의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센추리는 열교환기 성능, 제어 알고리즘, 저온 대응 기술 등을 종합적으로 고도화해 국내 기후환경에서도 안정적인 난방 성능을 구현했다”고 강조했다.

귀뚜라미측은 “운전 편의성과 유지관리 효율성까지 고려한 기능을 강화했다. 원격 모니터링, 실시간 데이터 확인, 이상 상태 점검, 운전조건 최적화 기능 등을 통해 고객이 설비 상태와 에너지 사용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운영 효율 개선과 유지보수 부담 절감 효과를 동시에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귀뚜라미측은 상업용 공기열 히트펌프의 스마트팜 및 체육시설 등에 적용했던 전례를 기반으로 공공시설, 농업시설, 상업시설 등으로 보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귀뚜라미측은 영업 체계 고도화도 주력키로 했다. 귀뚜라미측은 “공기열의 재생에너지 인정, 건축물 에너지 기준 강화, 제로에너지건축물 확대 등 제도 변화는 설비 도입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히트펌프 도입을 정책 대응과 장기적 비용 절감을 동시에 실현하는 전략적 투자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LG도 ‘히트펌프’ 참전

삼성전자는 지난 4월 20일 한국형 ‘EHS 히트펌프 보일러’를 국내에 출시했다. 이 제품은 공기 중 열을 물로 전달하는 ‘에어 투 워터’ 방식을 적용했다. 한국 주택의 온돌 난방 구조에 맞춰 온수를 만들고, 이를 바닥 난방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바닥 난방용 35도 출수 조건에서 계절성능계수 4.9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투입 전력 대비 5배 가까운 수준의 열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는 의미다.

LG전자도 국내 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 달 수배관 부품이 내장된 일체형 히트펌프 시스템 보일러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제품의 난방 성능 효율은 4.9 수준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유럽 히트펌프 시장에서 확보한 기술과 실증 경험을 국내 시장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창원뿐 아니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미국 알파레타, 일본 교토 등에 연구개발 거점을 두고 있으며 노르웨이 오슬로, 미국 앵커리지, 중국 하얼빈 등 한랭지에서 실증 테스트도 진행해왔다.

삼성과 LG 등 가전 대기업들이 ‘히트펌프’ 시장에 참전한 것은 히트펌프가 더 이상 일부 친환경 건축물이나 실증사업용 설비에 머물지 않고, 주택 난방 시장의 대안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된ㄷ. 정부 역시 2050 탄소중립 목표에 맞춰 히트펌프 보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2035년까지 350만 대 보급을 지원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다만 업계에선 히트펌프 확산에 넘어야 할 장벽이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초기 설치비 부담이 크고, 아파트처럼 공간과 전력 용량 제약이 있는 주거 형태에서는 적용 방식이 더 복잡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층 아파트의 경우 실외기 설치 위치, 하중, 전기 용량, 배관 구조 등을 함께 따져야 한다.

보일러업계 관계자는 “공기열 히트펌프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기술뿐 아니라 제도, 시장 인식, 운영 기반이 함께 성숙해야 한다”며 “우선 초기 투자비 부담 완화가 중요한 과제로, 장기적인 에너지 절감 효과에도 불구하고 도입 비용이 높게 인식될 경우 확산 속도가 제한될 수 있다. 보조금 지원 및 금융지원, 세제 혜택 등 정책적 지원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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