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 동서양문화의 황금밸런스…K컬처 경쟁력은 바로 이것”
장르문학·亞 문화 접점 꾸준히 연구
익숙하면서도 낯선 K콘텐츠 매력적
“동료교수들 한국어강사 문의넘쳐”

10여 년간 미국에서 한국 대중문화를 연구해온 유상근 뉴욕 매리스트대학 국제학과 교수(38)가 최근 K콘텐츠의 성공 요인을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지난 3월 영국 케임브리지대 동아시아학과 대중문화 전공 교수직으로 신규 임용돼 올 9월부로 부임을 앞두고 있다. 영미권 주요 대학을 아우르며 한국 콘텐츠를 전파하고 있는 그에게 K콘텐츠의 성취와 향후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서울대 영문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뒤 2016년 미국으로 건너가 박사 과정을 밟았다. 박사 논문은 ‘미국 뉴웨이브 SF에 나타난 아시아 종교’로, 영미권 장르문학과 아시아 문화의 접점을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유 교수는 “국내에서 진지하게 다뤄지지 않는 장르문학이 영미권에서는 이미 60년 전부터 연구 대상이었다”며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최근 대중문화에서 각광받고 있는 콘텐츠는 대부분 장르문학 기반”이라고 말했다.
장르문학이란 공상과학소설(SF)을 비롯해 판타지, 미스터리 등 일정한 규칙과 세계관을 가진 대중문학을 의미한다. 그는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역시 장르문학의 범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형적인 서구권 영웅 서사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SF의 확장된 개념에 포함된다는 설명이다. 유 교수는 “케데헌은 영미권 시청자에게 익숙한 장르문학적 요소를 잘 살리면서도 한국적인 특색을 곳곳에 배치했다”며 “서구와 동양의 요소를 절묘하게 잘 살려 익숙하면서도 낯선 콘텐츠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할리우드 영화와 일본·홍콩 대중문화 등 외부 영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한국 고유의 정서와 특색을 유지해온 점이 경쟁력으로 작동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콘텐츠의 매력은 자연스럽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붙고 있다. 최근 미국 대학에서는 외국어 강좌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지만, 한국어 수요만은 예외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는 “이미 2022년부터 아시아계 학생뿐만 아니라 백인까지 몰려와 한국 문화 관련 수업이 문전성시를 이뤘다”며 “동료 미국인 교수들로부터 주변에 한국어 강사 할 만한 사람 있으면 소개해달라는 연락을 자주 받는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 밖에도 유 교수는 컬럼비아대, 뉴욕대, 뉴욕주립대 등 동부 6개 대학과 함께 한국 작가 북토크를 진행하고 국내외 학자를 초청한 한국학 학술대회를 2년 연속 주최하는 등 한국 문화 확산에 앞장서왔다.
이 같은 연구와 현장 활동을 바탕으로 그는 최근 케임브리지대 동아시아학과 대중문화 전공 교수로 임용됐다. 유 교수는 “한국 대중문화의 핵심인 장르문학에 대한 연구 역량을 높게 평가받은 것 같다”며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더 폭넓게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케임브리지대에 신설된 ‘동아시아 대중문화’ 석사 과정에 참여해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콘텐츠를 비교·분석하는 강의를 맡을 예정이다. 해당 과정은 대중문화 이론부터 전근대·현대 콘텐츠까지 아우르는 커리큘럼으로, 여러 교수가 함께 강의하는 팀 티칭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는 “해외에서 한국 대중문화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교육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만큼 책임감을 느낀다”며 “한국 문화의 위상에 걸맞은 학문적 기반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일본과의 재정 지원 격차는 최대 과제로 꼽힌다. 일본·중국 전공 대학원생은 각국 정부와 민간이 제공하는 장학금·기부금을 폭넓게 지원받는 반면, 한국학 전공 학생을 위한 전용 재원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마지막으로 유 교수는 “지금은 한국인으로서 한국 밖에서 살기에 최고의 시기”라며 “국내에서는 일자리 부족을 이야기하지만, 밖으로 나와보면 오히려 한국 관련 기회와 수요가 넘쳐나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력은 부족한 미스매치를 잘 활용하라는 당부다.
“여러 번 거절당한다고 해도 이를 실패로 여기기보다 반복과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뭘 하든 딱 10번만 해보자는 생각으로 세계 무대에 도전하는 청년이 더 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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