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재고 최적화...'아리아케 프로젝트'의 진화

[한경ESG] 글로벌 리더2 - 닛타 유키히로 유니클로 지속가능성 담당 임원
패션 산업에서 지속가능성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필수 조건이다. 공급망(가치사슬) 전반의 온실가스 배출량(스코프3)이 높은 패션 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은 지난 2024년 회계연도 기준 스코프3 배출량을 전년 대비 18.6% 감축하며 업계의 비상한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성과의 중심에는 물류 효율화를 넘어 지속가능성 기반의 사업 모델로 진화한 ‘아리아케 프로젝트’가 있다. 본사 신사옥이 위치한 아리아케에서 진행한 이 실험은 재고 발생 후의 사후 처리에 집중하는 대신, 데이터 중심의 수요 예측을 통해 기획 단계부터 필요한 것을 필요한 만큼만 만드는 적량 생산 구조를 구축한 것이 핵심이다. 상품에 전자태그(RFID)를 부착해 실시간 재고 파악으로 비즈니스 규모를 늘리면서도 폐기물량을 대폭 줄였다. 유니클로는 단순한 수치 개선을 넘어 제품 기획부터 생산, 유통 전 과정을 지속가능성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한경ESG>는 유니클로 한국에서 진행하는 ‘천천히 함께’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으로 한국을 방문한 닛타 유키히로 유니클로 지속가능성 담당 임원을 만나 유니클로가 그리는 저탄소 미래의 청사진과 글로벌 ESG 규제 대응 전략을 들었다.
유니클로는 2024년 회계연도 기준, 스코프3 배출량을 무려 전년 대비 18.6%나 감축했다. 스코프3 배출량을 어떻게 정확히 측정하고 있으며, 성과의 배경은 무엇인가.
“패션 산업에서 공급망, 즉 스코프3 관리는 가장 어렵지만 동시에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완벽하게 측정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가능한 한 실제 데이터에 근거해 정확도를 높여가는 과정에 있다. 현재 우리는 원재료·소재·봉제 등 배출 비중이 큰 영역을 중심으로,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활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검증된 전과정평가(LCA) 기반 배출계수를 적용해 산정하고 있다. 특히 가장 배출 비중이 큰 원재료·소재 영역에 대해 측정의 정밀도를 높이는 데 집중해 왔다. 2024년 회계연도에 의미 있는 감축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제품 기획 단계부터 생산까지의 구조적인 변화가 있었다. 예를 들면, 필요한 상품을 필요한 수량만 생산하는 방식의 정착, 소재 선택 단계에서 환경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소재로의 전환 확대, 오랜 기간 협업해 온 파트너 공장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한 생산 효율 개선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초기 아리아케 프로젝트가 물류와 재고 최적화에 집중했다면, 최근 이를 ‘지속가능성 기반의 새로운 사업 모델’로 정의했다. 실제 데이터 중심의 수요 예측이 의류 폐기물 감축에 얼마나 기여하나.
“아리아케 프로젝트는 처음에는 물류와 재고 효율화에서 출발했지만, 최근에는 ‘필요한 것을, 필요한 만큼만 만드는 구조’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으로 진화하고 있다. 다만 데이터 기반 수요 예측이 폐기물 감축에 어느 정도를 기여했는지를 단일한 수치로 분리해 설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의류 폐기물은 기획-생산-물류-판매 전반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의미 있게 보는 점은 과거보다 훨씬 이른 단계에서 고객 반응과 판매 데이터를 반영해 과잉생산을 사전에 줄일 수 있는 판단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그 결과, 재고 조정이나 판매 이후 처리에 의존하기보다는 처음부터 ‘만들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즉 아리아케 프로젝트의 기여는 ‘사후적으로 버려지는 옷을 얼마나 줄였는가’라기보다는 애초에 불필요한 생산이 발생하지 않도록 구조를 바꾸고 있다는 점에 있다.”
‘적량 생산’ 및 공급망 추적성 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협력 공장과의 실시간 데이터 공유가 필수적이다.
“공감한다. 이를 일방적인 요구나 단기적인 시스템 도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공급망 파트너들이 실제로 겪는 어려움은, 단순히 데이터 제공 자체보다도 운영 부담, 시스템 차이, 인력과 비용 문제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저희는 장기적인 파트너십 속에서 단계적으로 함께 과제를 개선해 나가는 접근을 택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오랜 파트너십을 전제로 한 안정적인 관계 구축, 생산 효율 개선이나 품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정보 공유, 각 파트너의 상황에 맞춘 점진적인 시스템 정비 등과 같은 방식으로 파트너들에게도 실질적인 이점이 돌아갈 수 있는 구조를 중시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공급망 협업이 단기적인 데이터 수집이 아니라, 서로 지속적으로 함께 개선하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파트너들에 대한 기술적 지원이나 운영 방식 역시, 신뢰와 지속 가능성을 우선해 설계하고 있다.”
최근 스코프3 감축 목표를 기존 20%에서 30%로 상향했다. 앞으로의 감축 계획은.
“어떤 특별한 무언가를 갑자기 새롭게 시작하기보다는, 지금까지 이미 해왔던 방향성을 더 깊고 구조적으로 발전시키는 방식으로 감축을 이어갈 계획이다. 특히 제품이 만들어지기 이전 단계에서부터의 계획과 의사결정 등이 실제 배출량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소재 구성이나 제품 수명, 재사용·재활용 가능성까지 포함한 기획과 설계 단계에서의 다양한 고려 사항을 더욱 꼼꼼히 살펴 나갈 것이다. 공급망 전반에서의 실질 변화를 위해 소재 업체와 봉제 공장 등 파트너들과의 중장기적 협업을 더욱 중요하게 보고 있다. 단기적인 효율 개선보다는, 보다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개선이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이 핵심이다. 이와 함께 감축 목표가 높아질수록 정밀한 측정과 관리 또한 중요하다. 단순한 추정치가 아니라 실제 활동에 더 가까운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디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관리해 나가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다.”
소재의 변화도 흥미롭다. 2030년까지 전 제품 소재의 50%를 재활용 소재 등 저탄소 소재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는데.
“2030년까지 전 제품 소재의 50%를 재활용 소재 등 저탄소 소재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는, 단순히 특정 소재의 비중을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소재별 특성과 한계를 어떻게 넘을 것인가에 대한 도전이라고 보고 있다. 폴리에스터뿐만 아니라, 나일론이나 면과 같이 재활용이 기술적으로 까다로운 소재에 대해서도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모든 소재에 대해 하나의 명확한 해법이 존재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단기적인 기술적 돌파보다는, 각각의 소재 특성에 맞는 재활용 기술의 발전을 모색하면서, 기존 소재 사용량을 줄이고 제품 수명을 늘리는 설계, 재활용이 가능한 구조를 염두에 둔 기획 등과 같은 현실적인 접근을 병행하고 있다. 50%라는 목표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이러한 다양한 시도를 지속적으로 축적해 나가겠다는 저희의 방향성과 의지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스웨덴 국가대표팀 단복에 재활용 의류를 시범 적용한 바 있다. 기성복 적용 시점이 정해졌나.
“최근 일부 프로젝트에서 재활용 의류를 활용한 기술을 시범 적용하고 있다. 이는 기술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실제 제품 기준에서 검증해 보기 위한 단계다. 이를 대량의 일반 기성복 라인에 적용하기에는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품질의 안정성, 대량생산 시의 원가 구조 등은 실험실이나 파일럿 수준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상용화 시점을 특정 연도로 단정하기보다는 품질과 기능성, 그리고 고객 경험을 훼손하지 않는 것이 먼저라는 원칙을 두고 접근하고 있다. 기술이 준비되는 속도와 유니클로의 철학인 ‘라이프웨어(LifeWear)’가 요구하는 기준이 맞아떨어지는 시점에, 점진적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가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본다. 유니클로의 제품으로서 고객에게 자신 있게 제공할 수준에 도달했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판단하고 있다.”
일본 내 중고 의류 판매 시험도 진행 중이다.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 확대 계획이 있나.
“일본에서 시범적으로 진행 중인 중고 의류 판매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대체하거나 전환하기 위한 시도라기보다는 라이프웨어를 더 오래, 끝까지 책임지는 방법을 검증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시도는 라이프웨어가 지향하는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이라는 가치가 실제로 어떻게 사회 안에서 이어질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실험적인 시도다. 아울러, 각 국가와 지역마다 중고 의류에 대한 인식, 법제도, 유통 환경 등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중고 의류 판매의 글로벌 확장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은 고객에게 어떤 선택지가 실제로 가치가 있는지, 그리고 라이프웨어의 철학과 잘 맞는 방식은 무엇인지를 지역별로 차분히 검증해 나가는 단계다.”
유니클로 한국 법인이 진행 중인 ‘천천히 함께(느린 학습자 지원)’ 사업은 복지 사각지대를 정확히 짚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에서 진행 중인 ‘천천히 함께’ 교육지원 사업은 유니클로의 ‘다음 세대 지원’이라는 사회공헌 방향성과 한국 사회의 니즈가 잘 결합된 케이스다. 유니클로는 지역 사회가 마주한 문제점과 니즈에 귀를 기울이며, 유니클로가 어떠한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전문가 및 파트너들과 함께 실제 도움이 되는 방식이 무엇인지를 함께 만들어간다. 이번 사업은 한국 사회의 과제와 그에 대한 적절한 해법을 찾는 데 집중한 결과다. 글로벌 차원에서 유니클로는 난민 지원, 재난 대응, 차세대 지원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각 지역의 상황에 맞게 전개하고 있다. ‘천천히 함께’와 같은 한국의 사회공헌 활동은 유니클로의 ‘차세대 지원’ 활동의 좋은 본보기이며, 여기서 얻은 배움과 접근 방식은 다른 지역에서의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최근 일본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SSBJ)가 ISSB 기준에 맞춘 확정안을 발표하며 공시 의무화가 가속화되고 있고, 한국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일본 내 공시 강화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SSBJ 기준의 확정안 발표로 일본에서도 지속가능성 공시가 본격적인 의무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점을 매우 중요하게 보고 있다. 우리는 이를 단순한 공시 대응이 아니라, 경영의사 결정과 연결되는 정보 체계를 다시 한번 정비하는 과정으로 인식하고 대응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지금까지 진행해 온 기후 관련 공시와 공급망 관리 체계 고도화를 기반으로, SSBJ가 요구하는 정보가 현재 어디까지 관리되고 있고, 어디에 보완이 필요한지를 격차 분석(GAP 분석)을 통해 점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스코프3의 모든 카테고리를 한 번에 완성하기보다는, 배출 비중과 재무적 영향이 큰 영역부터 우선적으로 정밀도를 높여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공시를 위한 데이터 수집과 내부 통제 체계를 제3자 보증을 전제로 설계하고 있다는 점이다. 초기 단계부터 완벽한 수치를 목표로 하기보다는, 나중에 검증과 보증이 가능한 구조인지, 내부적으로 설명 가능한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일본 SSBJ는 재무적 관점에 집중하는 반면, 유럽의 ESRS는 환경·사회적 영향을 모두 고려하는 ‘이중 중대성’을 요구한다. 상이한 두 기준 사이에서 유니클로만의 글로벌 통합 데이터 가이드라인 구축 방안이 있다면.
“언급한 대로 SSBJ는 재무적 중대성에 초점을 두는 반면, 유럽 지속가능성공시기준(ESRS)은 환경·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포함하는 이중 중대성(Double Materiality)을 요구하고 있어, 글로벌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에게는 상당히 도전적인 과제다. 우리는 이 두 기준을 어느 하나로 통일하기보다는 각 기준의 요구사항을 비교·정리한 뒤, 공통으로 활용 가능한 데이터의 기본 구조를 먼저 정비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예를 들어, 비즈니스 모델과 공급망 전반을 기준으로 환경·사회적 영향, 리스크, 기회 등을 식별하고, 그 결과를 재무적 영향과 환경·사회에 미치는 영향 관점에서 각각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를 내부적으로 정리해 나가고 있다. 다양한 공시 기준에 각각 대응하기보다는 공통으로 활용 가능한 데이터 기반을 먼저 정비하고, 각 기준의 요구에 맞춰 단계적으로 매핑해 나가는 접근을 취하고 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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