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은 스스로 비추지 못하고, 칼은 스스로 찌를 수 없다
[인생 명언]

장조(張潮)의 역작 <유몽영(幽夢影)>은 청나라 쇠퇴와 함께 잊혔다가 20세기 초중반에 다시 빛을 봤다. <생활의 발견>으로 유명한 린위탕(林語堂·임어당)은 이 책을 읽고 너무나 감격해 영어로 서구에 소개하면서 “나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책”이라고 극찬했다.
<유몽영>에는 서양의 아포리즘(aphorism·금언, 격언)이나 에피그램(epigram·경구, 풍자시) 같은 문장이 많다. 빛과 그림자의 양면을 고찰한 대목이 대표적이다. 장조는 “거울과 물속의 그림자는 빛을 받아들인 결과이고, 햇빛과 등불로 만든 그림자는 빛을 베푼 결과”라면서 “하늘의 달도 햇빛을 반사해 그림자를 만드는데, 천공에서 만들어지는 달의 그림자는 햇빛을 받아들인 결과이고 밤에 만들어지는 그림자는 달이 햇빛을 받아 땅에 베푼 결과”라고 설명한다.
빛을 반사하는 대상인 거울과 빛을 베푸는 광원(光源)인 달을 대비하면서 그가 달을 사랑하는 까닭 역시 “빛을 받기도 하고 베풀 줄도 알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또 “거울은 스스로를 비추지 못하고, 저울은 스스로를 달지 못하고, 칼은 스스로를 찌를 수 없다”는 경구와 함께 거울을 대하는 인간의 양면성을 풍자하기도 한다. “추한 용모와 더러운 성깔을 지닌 자가 거울과 원수 되지 않는 것은 거울이 지각없는 사물(死物)이기 때문이다. 만일 거울에 지각이 있다면 반드시 박살이 났을 것이다.”
모든 잠언과 경구는 오랜 자기 성찰 과정에서 완성된다. 남다른 생각 끝에 체득한 진리를 압축적으로 기록했기에 가장 짧은 말로 가장 긴 울림을 주는 묘미까지 갖췄다. 난세를 헤쳐 갈 묘안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수불석권(手不釋卷)의 지혜와 홀로 방 안에 앉아 자신을 돌아보는 정좌(靜坐)의 고요에서 나온다.
고두현 한국경제 문화에디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