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하던 특급 스타였는데..최악 부진 데버스, 잠깐의 부침일까 몰락의 시작일까[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몰락의 시작일까 잠시의 부침일까. 데버스가 최악의 모습으로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4월 30일(한국시간)까지 시즌 13승 16패, 승률 0.448을 기록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최하위. '전통의 최약체' 콜로라도 로키스에게도 승차없이 승률에서 밀리는 샌프란시스코다(이하 기록 4/30 기준).
초반 부진의 원인은 단연 타선에 있다. 샌프란시스코 마운드는 나쁘지 않다. 팀 평균자책점 3.96은 메이저리그 전체 10위, 내셔널리그 6위의 기록. 서부지구 내에서 샌프란시스코보다 팀 평균자책점이 낮은 팀은 전체 승률 2위이자 전체 평균자책점 2위인 LA 다저스 뿐이다. 나머지 세 팀은 모두 샌프란시스코보다 마운드가 낮다.
하지만 타선은 아니다. 샌프란시스코 타선은 팀 OPS 0.654를 기록해 부진과 부상에 허덕이고 있는 뉴욕 메츠를 제외하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부진하다(메츠 팀 OPS 0.630). OPS는 메츠보다 높지만 팀 홈런(19개), 팀 득점(97득점)은 전체 꼴찌다. 메이저리그에서 팀 득점이 아직 100점을 넘지 못한 팀은 샌프란시스코 단 하나 뿐이다.
그 부진의 중심에는 라파엘 데버스가 있다. 데버스는 올시즌 29경기에서 .211/.250/.298 2홈런 10타점을 기록했다. OPS가 겨우 0.548에 불과하다. 팀 OPS를 깎아먹는 주범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지난해 보스턴 레드삭스로부터 트레이드로 데버스를 영입했다. 그리고 영입할 때까지만 해도 몇 년간 FA 시장에서 그렇게 애를 쓰고도 이루지 못한 '스타 영입' 목표를 제대로 이뤘다는 꿈에 부풀었던 샌프란시스코다.
1996년생 데버스는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이다. 보스턴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타선의 핵심이었던 데버스는 2017년 빅리그에 데뷔해 보스턴에서 9시즌 동안 1,053경기에 나섰고 .279/.349/.510 215홈런 696타점을 기록했다. 올스타에 세 차례 선정됐고 MVP 투표에서 5차례 득표했으며 실버슬러거도 두 번 수상했다. 30홈런 100타점을 세 번이나 기록한 강타자였다.
데버스는 2024시즌에 앞서 보스턴과 10년 3억1,350만 달러 연장계약을 맺었다. 사실상 종신계약을 맺었던 데버스가 보스턴을 떠난 것은 팀과의 불화 때문이었다. 최고의 타자 중 하나지만 3루수로서 수비력은 최악에 가까웠던 데버스는 지난해 두 번이나 포지션 문제로 보스턴 구단과 갈등을 빚었다. 그리고 두 번째 갈등 과정에서 결국 트레이드 됐다.
버스터 포지 현 사장이 현역에서 은퇴한 뒤 '스타 파워'에 목말랐던 샌프란시스코는 몇 년간 FA 시장에서 특급 스타를 영입하기 위해 꾸준히 애썼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그런 샌프란시스코 입장에서 보스턴이 '급매물'로 내놓은 데버스는 넝쿨째 굴러온 복덩이 같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와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지난해 데버스는 이적 후 90경기에서 .236/.347/.460 20홈런 51타점을 기록했다. 객관적으로 부진했다고 할 수는 없는 성적이지만 보스턴에서의 통산 성적을 감안하면 데버스에게 기대한 수치에는 미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아쉬웠지만 친정과의 갈등, 갑작스러운 트레이드 등으로 마음이 어지러울 수 밖에 없었던 만큼 올해부터가 진짜일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데버스는 올해 더 나쁘기도 어려운 최악의 성적으로 시즌을 시작하고 있다.
세부 지표도 뚝 떨어졌다. 올시즌 데버스는 평균 타구속도(시속 90마일, ML 상위 40%), 강타비율(42.9%, 상위 41%)을 제외하면 세이버 매트릭스 지표에서 리그 평균을 넘는 것이 하나도 없다. 타구 질이 반영된 지표인 기대가중출루율(xwOBA)은 겨우 0.268로 하위 8%에 그치고 있다. 통산 기록이 무려 0.357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부진한지 알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장타력의 감소. 장타율이 0.300도 채 되지 않는 데버스의 순장타율은 겨우 0.088에 불과하다. 원래 변화구 대처 능력이 뛰어난 타자였지만 올해는 변화구에 전혀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훌쩍 늘어난 삼진과 줄어든 볼넷도 문제다.
하지만 데버스는 문제없다는 입장. MLB.com에 따르면 데버스는 "왜 내가 성적에 실망해야 하나. 이게 내 일이고 나는 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그저 업다운이 있을 뿐이다.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확실하게 검증된 커리어를 가진 선수인 만큼 곧 성적을 회복할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것은 사실. 하지만 현재 29세로 곧 30대에 접어드는 데버스에게 '에이징 커브'가 조금 이르게 찾아왔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샌프란시스코는 트레이드로 데버스를 영입하며 2억 달러가 넘는 잔여 계약을 모두 떠안았다. 만약 데버스가 이대로 하락세를 탄다면 샌프란시스코 입장에서는 구단 사상 최대 규모의 악성 계약이 될 수도 있다. 과연 데버스가 초반 심각한 부진을 씻어내고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라파엘 데버스)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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