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에도 멈추지 못하는 노동 [63년 만에 돌아온 노동절]

김세영 기자 2026. 5. 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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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민 대부분이 노동절에 쉬어서 평소보다 바빠요. 제가 쉬면 동료가 피해를 봅니다."

세계노동절 136주년을 앞둔 28일 오전 5시30분경 대전 대덕구 대화동 한 아파트.

'노동절 제정에 관한 법률' 특성상 일반 공휴일과 달리 대체휴무가 없어 근무 시 가산 수당을 받아야 하는데 현 씨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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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년 만에 돌아온 노동절]
[르포] 경비노동 동행 해보니
출입문 직접 열어야 해 30분전 출근
휴식·점심시간 온전히 보장 못받아
감시단속직 노동절 근무 가산수당 X
현태봉(49)씨가 단지 내 화단에서 잡초를 뽑고 있다. 사진=오민지 기자

[충청투데이 김세영·오민지 기자] "입주민 대부분이 노동절에 쉬어서 평소보다 바빠요. 제가 쉬면 동료가 피해를 봅니다."

세계노동절 136주년을 앞둔 28일 오전 5시30분경 대전 대덕구 대화동 한 아파트. 동이 트기 전 고요한 단지를 깨운 건 9년차 경비노동자 현태봉(49) 씨다. 공식 근무시간은 오전 6시지만, 출입문을 직접 개폐해야 하는 탓에 그는 매일 30분 먼저 현장에 나온다.

새벽 공기가 채 가시기도 전 그의 일은 쉴 틈 없이 이어졌다. 전날 근무일지와 CCTV를 확인한 뒤 밤새 쌓인 쓰레기를 치우고, 흡연장 바닥에 눌어붙은 담배꽁초를 쓸어냈다. 분리수거장 정리와 유리창 청소, 낙엽 쓸기까지 마치고 나서도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화단에 길게 자란 잡초를 허리 굽혀 뽑던 그는, 기자의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숨을 고른 뒤 이렇게 답했다.

현 씨는 "힘들지만 누군가는 해야 한다"며 "그게 제 일이기도 하고, 이제는 일상이다"고 덤덤히 말했다.

출근 시간대가 되면 일은 더 많아진다. 택배 보관 요청부터 시설 문의, 민원 응대까지 크고 작은 업무가 이어진다.

오전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단지를 수십 차례 오갔다. 틈틈이 남는 시간에 쉬고 싶어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경비 초소가 좁아 몸을 제대로 누일 수조차 없고, 화장실은 다른 건물로 이동해야 해 참기 일쑤다.

오전 6시부터 오전 12시까지 총 18시간의 고강도 근무지만, 현행법은 현 씨의 일을 '정신·육체적 피로가 적은 업무'로 분류한다.

그러나 현실은 점심시간도 온전히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다.

현 씨는 "급히 몇 숟가락을 뜨고 나면 다시 초소로 돌아와야 한다"며 "쉬라고 있는 시간인데, 현실에서는 그렇게 쓰기 어렵다. 누가 부르면 나가야 하고, 무슨 일이 생기면 또 움직여야 한다"고 토로했다.
현태봉(49)씨가 단지 내 분리수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오민지 기자

남들에게 당연한 노동절 유급휴일도 그에게는 먼일이다.

그는 "이번 노동절에도 근무해야 한다. 입주민들이 쉬는 날은 더 바빠서다"며 "쉬면 동료에게 부담이 전가되고, 이게 직장 갈등으로도 번진다"고 씁쓸히 말했다. '노동절 제정에 관한 법률' 특성상 일반 공휴일과 달리 대체휴무가 없어 근무 시 가산 수당을 받아야 하는데 현 씨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월급을 받는 감시단속직 노동자여서다.

이에 노동절에 일하고 평소처럼 하루치 임금을 받는데, 현행법상 휴무자도 똑같이 하루치 임금을 받아 형평성조차 찾을 수 없다.

그는 "경비노동자는 단지의 안전과 생활 질서를 유지하는 필수노동자이지만 18시간 근무, 3개월 초단기 계약, 가산 수당 미적용 등 근로기준법상 당연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며 "노동절에도 쉬지 못하는 이들의 노동이 최소한의 권리 위에서 존중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김세영 기자 ksy@cctoday.co.kr

오민지 기자 omji@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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