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특별한 노동절”…돌봄전담사·화물노동자·감독관의 목소리

장현은 기자 2026. 5. 1.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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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서울 용산구에서 만난 이인숙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초등돌봄전담사 인천 분과장.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올해부터 노동절이 법정공휴일로 지정되면서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교사·공무원 등도 모두 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법의 사각지대에서 휴가는커녕 여전히 고되고 불안정한 노동에 내몰려 있는 노동자들도 많다. 노동 현장에서 작은 변화를 일구어가는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모아봤다.

처음으로 쉬는 학교 돌봄노동자

노동절을 앞두고 지난 25일 만난 이인숙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초등돌봄전담사 인천 분과장은 올해 노동절은 “정말 특별하다”고 했다. 이 분과장은 노동절이 법정공휴일로 지정돼 학교도 쉴 수 있게 되자 “동료들 단톡방이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고 했다. 이어 그는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때까지 마음 졸이며 지켜봐야 했다. 일을 하고 있던 동료들도 단톡방을 시시각각 확인하던 날이 떠오른다”고 했다.

“단순히 하루를 더 쉬어서 기쁜 게 아녜요. 이제야 노동자로 인정받게 된 것 같아요.” 이 분과장은 “돌봄전담사들도 대부분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정작 내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쉬는데, 나는 학교에서 일을 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돌봄전담사들은 방과 후 초등돌봄교실에서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돌봄 업무를 하고 있다. 대다수 전일제로 일하는 무기계약직(고용보장)이고, 일부 지역에선 시간제도 있다. 학교가 문을 닫지 않으면 노동절이더라도 쉴 수 없는 구조였다.

평소에도 교사가 아닌 돌봄전담사들은 ‘쉴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 이 분과장은 “현장에서 쉬려면 자기 자리를 메울 인력을 섭외해야 한다”며 “상을 당해도 슬퍼할 겨를도 없이 밤늦게까지 전화기를 붙들고 대체 인력을 찾고, 아픈데도 일을 하다가 교실에서 쓰러진 동료도 봤다”고 말했다. 교육청이 책임져야 할 인력관리 업무까지 떠안아온 것이다. 이에 더해 최근 학교 현장에선 ‘교원 업무 경감’ 명목으로 각종 행정 업무가 돌봄전담사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이 분과장은 “올해 노동절이 휴식할 권리를 찾은 분기점이라면, 내년 노동절에는 돌봄전담사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 뒤따르길 바란다”고 했다.

노동법 사각지대, 씨유 화물노동자

2026년 4월21일 경남 진주시 정촌면 씨유(CU) 진주물류센터 앞에서 화물연대가 연 ‘살인기업 씨유(CU) 비지에프(BGF) 규탄! 살인진압 경찰 공권력 규탄!’ 결의대회에서 한 조합원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진주(경남)=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편의점 씨유(CU)에서만 11년 넘게 일하면서 한때 업계 1등 편의점을 만든다는 자부심을 가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원청은 지금까지 ‘우리 직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화를 거부해왔다. 누군가를 떠나보낸 뒤에야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우리 현실인 것 같아 씁쓸하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씨유 원청과 노동절을 하루 앞둔 30일 노동조건 개선 등에 합의를 이뤄 조인식까지 마쳤지만 씨유 화물노동자 ㄱ씨는 “착잡한 마음”이라고 했다. 지난 20일 동료 조합원의 죽음을 속절없이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다.

ㄱ씨는 개인사업자 형태의 ‘노무제공자’(특수고용직)로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다.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탓에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려도 보호를 받기 어렵다. 특수고용직·플랫폼 등 ㄱ씨와 같은 ‘권리 밖 노동자’는 최대 870만명으로 추산된다. 원청이 사실상 노동조건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지만 교섭에서 만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이번 합의로 ㄱ씨는 분기별 1회 유급휴가를 추가로 보장받게 됐다. 현재는 주 1회만 쉴 수 있다. 하루 2회전을 기본으로 하루 13~14시간, 월평균 25~26일을 일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휴가 확대는 소중한 성과다. 또다른 씨유 화물노동자 ㄴ씨는 “아파도 쉴 수 없어 몸이 망가져간다”며 “휴무가 분기별 1회라도 늘어나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에 노조 활동을 인정받은 것도 큰 성과다. 교섭으로 노동 조건을 개선할 수 있어서다. 씨유 화물노동자들은 “‘한 보’의 전진은 아니지만 ‘반의 반의 반 보’ 정도는 앞으로 나가고 있는 것 같다. 쉬는 날에 마음 편히 쉬고, 일한 만큼 대가를 받아 가족들에게 생활비를 제대로 주고 싶다”는 평범한 소망을 전했다.

‘근로’ 떼고 ‘노동’ 이름표 다는 감독관들

한봉탁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회의실에서 근로감독관이 보호하려는 현장의 노동 가치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한봉탁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은 올해 직무 이름이 달라진다.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73년 동안 사용한 ‘근로감독관’이란 명칭이 1일부터 ‘노동감독관’으로 바뀐다. 한 감독관은 “책임감을 더 느끼고 있다”며 “특별사법경찰관 중에서 직무에 대한 법률을 만드는 것은 노동감독관이 처음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 감독관은 ‘근로자의 날’이 ‘노동절’로 바뀌고, 노란봉투법(개정 노조법)이 시행되는 등 노동자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노동 정책이 달라지면서 현장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더 이상 참지 않고 민원이나 제보를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사업주 쪽에서도 규정 위반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한 감독관은 노동부 입사 17년, 감독관 경력은 10년째인 베테랑이다. 그런데도 최근 현장에서 노동의 형태가 굉장히 다양해지면서 고민이 크다고 했다. 그는 “제조업 기반의 산업에선 근로감독이 분명했다. 지금은 특수고용노동자나 프리랜서·플랫폼 등 고용 관계가 너무 복잡해서 애를 먹고 있다”고 했다.

‘권리 밖 노동자’가 급증하면서 ‘노동자성’을 판단하는 사건도 많이 늘었다고 한다. 한 감독관은 “현재 법령이 근로자로 인정돼야 다 보호를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굉장히 치열하다”며 “근로자성 판단이 추상적인 측면이 있어서, 1년 넘게 걸린 사례도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 감독관은 올해 노동절이 법정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자신이 바로 혜택을 받았다고 웃었다. 그는 “제가 공무원이지만, 일반 근로자랑 다르지 않다. 처음 쉬는 노동절 휴일에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현은 권효중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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