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출석 도장만 찍고 딴짓하는 의원님들
서울시의회 4년간 기록 전수조사
공개되는 출석률은 평균 92%
실제 표결 참여율은 65% 그쳐

지난달 28일 오후 2시 3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제335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가 열렸다. 본회의에 출석한 시의원은 78명. 서울시의원 정수(112명)를 기준으로 회의 출석률은 69.6%다. 그런데 표결이 진행되자 시의원 19명이 회의장 밖으로 우르르 빠져나갔다. 지각하거나 도중에 자리를 뜨는 시의원도 있었다. 1시간 2분 간 진행된 본회의에 남아 자리를 지킨 시의원은 61명이었다.
지방의회는 의원들의 회의 출석률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다만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현 시스템상 회의장에 1분만 머물러도 출석으로 간주되는 구조라서 중간에 자리를 떠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했다.
본지는 제11대 서울시의회 임기가 시작된 2022년 7월 1일부터 올해 4월 28일까지 열린 제309~335회 임시회·정례회 회의록과 전자투표 결과 등을 전수 조사했다. 그 결과, 지난 4년 동안 서울시의원 112명의 평균 회의 출석률은 91.8%였다. 그러나 이 기간 본회의에 상정된 안건 2768건에 대한 표결 참여율은 65.4%에 불과했다. 서울시의원 네 명 가운데 한 명은 ‘출석 도장’만 찍고서 시민에게 위임받은 의결권은 행사하지 않은 것이다.
◇1분 머물러도 출석… 표결 때 사라진 시의원들 “경선 탈락에 충격 받아서” “손님 찾아와서”
지난달 28일 열린 서울시의회 제335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는 서울시의원 78명이 출석해 출석률 69.6%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회의에 상정된 안건 59건 표결에 참여한 의원(평균 59.5명) 비율은 출석률보다 16.5%포인트 낮은 53.1%였다. 출석 도장만 찍고 안건 표결에 한 번도 투표하지 않은 시의원도 4명이 있었다. A·B 시의원은 이날 본회의에 자기가 대표 발의하거나 찬성한 조례 개정안이 각각 4건, 3건이 상정됐지만 정작 표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C 시의원은 본회의에 출석해 ‘5분 발언’만 하고선 회의장을 떠났다. 20일 열린 1차 본회의에는 시의원 86명이 출석했으나 이 가운데 12명은 출석 체크만 하고 바로 회의장을 떠났다.
본지는 본회의에 출석만 하고 안건 표결 때는 자리를 비운 시의원들에게 입장을 물어봤다. D 시의원은 “늦지 않게 출석했는데 6·3 지방선거 경선에서 떨어졌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충격을 받아 회의장을 나왔다”고 했다. E 시의원은 “동료 의원이 공천 문제로 상담을 하자고 해서 본회의장 밖에 있었다”고 했다. F 시의원은 “급한 전화를 받느라 밖에 나간 사이에 표결이 끝났다”고 했다. G 시의원은 “그날 정신이 없어서 표결에 불참했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H 시의원은 “시스템상 전산 오류가 난 것 같다”고 했다. “바깥에 지역구 손님이 찾아왔다고 해서 응대하러 나갔다”고 한 시의원도 있었다.
서울시의원들의 회의 출석률과 표결 참여율은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11대 서울시의회 임기 첫해인 2022년에는 시의원들의 출석률은 96.8%, 표결 참여율은 81.3%였다. 그러나 2023년에는 출석률은 92.2%, 표결 참여율은 65.9%로 떨어졌다.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는 출석률은 79.9%, 표결 참여율은 51.1%까지 하락했다. 한 현직 서울시의원은 “본회의 때 느지막이 들어와서 안건 몇 개에 대해서만 표결에 참여하고 지역구 관리를 한다며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의원이 체감상 50%는 된다”고 했다.
지방자치 전문가들은 지방의원들의 이런 행태 때문에 회의 출석률이 의정 평가 지표로 제 기능을 하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육동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은 “출석 도장만 찍으면 출석한 것으로 인정되는 한 출석률은 의정 활동 성실도를 판단할 지표로 기능하기 어렵다”며 “투표 참여율, 조례 발의 건수, 질의 활동 등 다양한 지방의원 평가 지표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출석률과 표결 참여, 회의 발언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회의 수당이나 활동비 등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은 “매번 회의 시작 전에 시의원들에게 ‘오늘 안건 투표 참석 잘 해주시고, 끝까지 자리에 착석해 계시길 바란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남아 있는 의원들이 적은 것은 사실”이라며 “의원들에게 본회의 표결 참여율을 공지하는 등 성실한 의정 활동을 유도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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