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가배상금, 돈 없어 못 준다...과거사 피해자 포함 미지급액 2000억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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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폭력을 겪은 과거사 피해자 등에게 지급하지 못한 국가배상금 규모가 2,000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수의 과거사 사건을 대리한 최정규(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형제복지원 사건 중에는 건강이 안 좋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피해자들도 있는데, 이들은 생전에 피해 회복 자체가 요원한 상태"라며 "국가 폭력 피해자에게 판결금 지급을 지연시키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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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도 3000억가량 예비비로 메워
속 타는 피해자들 "생전 피해 회복 요원"

국가 폭력을 겪은 과거사 피해자 등에게 지급하지 못한 국가배상금 규모가 2,000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이들 사건에 적극적인 상소 포기·취하 방침을 정하면서 수요가 급등, 마련해둔 1,500억 원가량 예산이 금세 동난 까닭이다. 이로 인해 선감학원·형제복지원 사건 등 인권침해 사건은 물론 최근 국가배상이 확정된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도 아직 배상금을 받지 못했다.
30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까지 신청 접수 후 배상금이 미지급된 국가배상 사건은 655건으로 액수는 총 2,069억 원에 달했다. 법원이 정한 배상금에 지급이 늦어지면서 붙은 지연이자 83억 원이 더해진 금액이다.
미지급의 가장 큰 이유는 수요에 턱없이 부족한 예산 때문이다. 올해 배정된 국가배상금 예산은 1,448억 원인데, 2월 말까지 지급한 배상금만 1,317억 원 정도였다. 2달 만에 사실상 동이 난 것이다. 지난해도 다를 게 없었다. 지난해 편성된 예산은 올해보다 적은 1,318억 원이었는데, 실제 나간 배상금은 4,373억 원이었다. 모자란 3,050여억 원은 예비비로 충당해야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올해도 신속한 예비비 배정을 위해 기획예산처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배상 수요 폭증은 일종의 '풍선 효과'다. 법무부가 국가 폭력이 자행된 과거사 피해자들에 대해 적극적인 상소 포기·취하 방침을 취하면서 국가 배상 판결이 자연스럽게 급증한 것이다. 실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형제복지원·선감학원·삼청교육대 등 국가 폭력 인권 침해 피해자들의 국가배상소송에서 일괄 상소 취하·포기를 지시했고, 피해자 2,202명에 대한 배상금이 일제히 확정됐다. 이들 과거사 피해자들에게 올해 3월 말까지 지급된 배상금은 461억 원가량인데, 일부에게만 지급이 완료된 상태로 배상금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급이 막힌 사건 중에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도 있다. 피해자 김진주(필명)씨는 2022년 5월 부산 서면의 한 오피스텔에서 30대 남성 이모씨로부터 폭행을 당했는데, 경찰의 초동수사 부실을 이유로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실제 법정에서 수사 단계에서 놓쳤던 성폭행 증거가 추가로 드러났고 법원은 부실수사를 인정, 지난 2월 1,500만 원 배상을 판결했다.
법무부는 '일시적 과부하'로 해석한다. 적극적인 상소 포기·취하로 미래의 판결 확정이 조기에 이뤄지면서 지급 시점이 앞당겨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2·3심까지 이어질 경우 소송비용과 지연이자가 계속 불어난다는 점에서 오히려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해석도 있다.
그럼에도 당장 소송비용 등을 치러야 하는 피해자들은 속이 탄다. 배상금은 신청이 접수된 순서대로 집행되는데, 당장 지난해에도 주지 못해 밀린 돈이 456억 원이다. 올해 신청자들은 언제 받을 수 있을지 기약도 없는 셈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지급 신청 후 돈을 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114일, 길게는 141일에 달했다.
다수의 과거사 사건을 대리한 최정규(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형제복지원 사건 중에는 건강이 안 좋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피해자들도 있는데, 이들은 생전에 피해 회복 자체가 요원한 상태"라며 "국가 폭력 피해자에게 판결금 지급을 지연시키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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