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인생 첫 챕터 마무리한 양효진··· "나의 꿈은 이뤄졌노라"
2025~26시즌 끝으로 19년 선수생활 마무리
10년 차에 찾아온 '번아웃' 슬기롭게 극복하고
철저한 자기 관리, 영상 분석으로 대기록 남겨
인생 2막은 해설위원으로..."배움에 끝 없다"

"내 꿈은 이뤄졌노라."
프로배구 V리그에 깊은 발자취를 남긴 '블로퀸' 양효진(37)이 찬란했던 시간을 뒤로하고 배구 인생 1막에 마침표를 찍었다. 리그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19년 원클럽맨 생활을 마친 그는 최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기숙사 짐 정리에만 하세월이 걸렸다"며 "묵은 짐이 많아서인지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내 "예기치 못하게 툭툭 튀어나오는 나의 옛 흔적들을 마주하니 감회가 새로웠다"면서 "간간이 써온 일기장을 보니 새삼 내가 이런 생각을 했구나 싶다"고 뭉클해진 마음을 전했다.
그렇다고 감상에 오래 머물진 않았다. 양효진은 "선수 생활이 끝나면 다 버리겠다 다짐했던 일기장 등은 모두 미련 없이 버렸다"며 "선수로서 나는 꿈을 이뤘고, 이제는 새롭게 출발할 때"라고 강조했다.

양효진의 롱런 비결 "철저한 관리와 삶의 균형"

양효진은 지난 19년을 돌아보며 "솔직히 선수 생활을 이렇게까지 오래 할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특히 프로 데뷔 10년 차에 찾아온 번아웃은 선수 생활 최대 위기였다.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점심도 거른 채 블로킹 훈련에만 매달리던 시절이었다.
문득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양효진은 "배구가 싫었던 게 아니라 그 상황이 버거웠던 것 같다. 같은 방식을 반복하면, 결국 배구가 싫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패턴을 바꿨다"고 말했다. 30대로 접어들자 몸 관리와 회복을 고려해 매일 하던 보강 운동을 이틀에 한 번꼴로 줄이고, 운동이 아닌 다른 활동을 시도하며 배구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았다.
철저한 자기 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데뷔 초 마른 체형이던 그는 우선 체중을 늘려 힘과 체력을 비축해 유지했고, 탄산음료와 술을 멀리했다. '빵순이'로 불릴 정도로 좋아하던 빵도 비시즌에만 먹었고, 30대 이후엔 거의 손도 대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놓지 않았던 영상 분석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특히 경기 영상을 분석하던 일은 습관처럼 남아 있다. 양효진은 선수들 사이에서 자신과 상대를 집요하게 분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배구하다 답답한 상황이 오면 영상을 보는 게 유일한 탈출구였다"며 "특히 내 영상을 많이 봤다"고 했다. 그 이유는 "경기 때는 최선이라 생각했던 것도 영상을 보면 그렇지 않은 때가 많았다. 해결 방법이 보이지 않았던 상황도 다시 보면 길이 있었는데, 내가 위축돼 시도하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다"고 돌아봤다.
상대 선수에 대한 분석도 허투루 하지 않았다. 양효진은 "나는 힘으로 계속 밀어붙일 수 있는 선수가 아니었기에, 최대한 상대의 허점을 찾아 공략하려 했다"며 "영상을 보면서 빈 곳을 계속 찾았고, 경기에서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적용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성과는 숫자로 나타났다. 양효진은 2025~26시즌까지 총 567경기에 출전하며 8,406득점이라는 전인미답의 대기록을 썼다. 8,000득점 이상은 남녀부 통틀어 역대 최초다. 미들블로커로서 성과도 압도적이다. 블로킹에서만 1,748득점을 올리며 정대영(은퇴·1,228득점)을 꺾고 이 부문 선두에 올랐다. 마지막 시즌에도 통산 11번째 '베스트7'에 이름을 올리며 명불허전임을 과시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해설위원으로 인생 2막
"어릴 때부터 세웠던 목표들을 모두 이룬 만큼, 내 배구 인생 첫 단락은 끝까지 잘 써 내려간 것 같다"고 은퇴 소회를 밝힌 양효진. 그는 스무 살 무렵 읽었던 자기계발서 '꿈꾸는 다락방' 마지막 페이지에 담긴 "내 꿈은 이뤄졌노라"를 되뇌었다.
그는 차기 시즌부터 해설위원으로 인생 2막을 새롭게 시작한다. 양효진은 "배구를 제3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면 어떨지 늘 궁금했는데, 해설위원이라는 좋은 기회가 찾아와 도전하게 됐다"며 "선수 시절에도 배움에 끝이 없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선수 때와는 완전히 다른 일이고, 한 번도 안 해본 일이라 걱정된다. 여기저기 자문을 구하며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많이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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